The Sand Castle
스릴러 · 97분 · 2025.01.24(kor) · 레바논
출연 나딘 라바키 · 지아드 바크리 · 자인 알라피아 · 리만 알라피아
감독 메튜 브라운
요즘에는 극장을 가지 않아도 집에서도 충분히 보고 싶은 영화를 볼 수 있는 시대인 만큼 귀차니즘에 걸려서 게을러지는 듯한 느낌도 있는 것도 사실일 것이다. 날씨가 추운 것도 이유라면 이유일 테지만 말이다. 오랜만에 넷플릭스에서 괜찮은 영화 한 편을 봤다. 영화를 즐겨보는 편이긴 하지만 리뷰를 작성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보는 건 정말 오랜만인 듯하다. 남들이 많이 보는 영화 내지는 유명한 영화는 리뷰를 작성하지 않는다는 나름대로의 철칙을 가지고 있다. 굳이 내가 작성하지 않아도 쉽게 검색만 해도 많은 영화 리뷰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들이 쉽게 보지 않는 그리고 작품성이 있다고 개인적인 판단이 있을 경우 그리고 이런 영화도 있으니 소개하고 싶은 영화들 위주로 리뷰를 작성하는 편이다. 그렇기에 많은 영화들을 봐도 딱히 리뷰를 작성하고 싶은 영화가 많지 않은 것 같다.
이번에 소개하고 싶은 영화는 레바논에서 제작되어 넷플릭스에서 1월 24일에 오픈되어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중동 국가에서 제작된 영화를 본 적이 있는지 기억나지 않기에 조금은 생소한, 어색한 영화였던 것도 사실이다. 인도에서 제작된 영화를 가끔 보긴 했지만 말이다. 중동이라는 환경의 영화이기는 하지만 종교적, 사회적 풍경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때문에 이질적인 풍경이나 언어적 이질감은 느껴지지 않는 영화이기에 누구나 감상하기에 좋은 영화라고 소개할 수 있다. 이 영화는 아트하우스 장르라고 말할 수 있는데, 쉽게 말하면 대중성이 아닌 예술성, 독립성 또는 실험성이 강한 영화를 말하는데, 예술 영화만을 전문으로 상영하는 극장을 얘기하는 것이 맞을 듯하다. 이 영화는 아트하우스에 스릴러가 접목된 영화라고 하면 쉽게 인식될 듯하다. 2024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개최된 홍해 국제 영화제에서 처음 상영되었는데,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이 호평을 할 정도로 찬사를 받은 영화라고 소개되고 있다.
이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를 살펴보면 아빠(나빌) 역에는 ‘지아드 바크리’, 엄마(야스민) 역은 ‘나딘 라바키’, 아들(아담) 역에는 ‘자인 알라피아’, 여동생(자나) 역에는 ‘리만 알라피아’가 맡았는데, 아들과 딸의 역할이 실제 남매로 영화에서도 남매로 등장한다. 특히, ‘나딘 라바키’와 ‘자인 알라피아’는 우리나라의 2019년에 개봉된 <가버나움>이라는 영화에서도 함께 출연하여 호흡을 맞춘 배우들이기도 하다. 특히, ‘자인 알라피아’는 <가버나움>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아 앞으로 배우로서의 기대가 큰 배우로 알려져 있다. <가버나움>을 아직 보지는 않았지만, 궁금해지기 시작했고 곧 보게 될 것으로 생각된다. 검색해 보니 2019년에 비해 많이 성장한 모습을 이번 영화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 이렇게 이 영화에 출연하고 있는 배우는 4명뿐이다. 처음부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기까지 4명만 출연한다. 때문에 4명의 배우가 펼치는 연기가 이 영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해도 좋을 듯하다. 이 4명의 배우의 탄탄한 연기력이 돋보이는 영화이지만 그중에서 특히, 아들(아담)역의 자인 알라피아의 연기가 돋보이는데 인상적이라고 생각한다.
<The Sand Castle>은 공간적, 시간적, 배경은 알 수 없지만, 현시대에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된 라디오와 아들이 항상 끼고 다니는 작은 워커맨이 등장하여 시대적 배경을 가늠할 뿐이다. 무인도에 고립된 한 가족이 섬을 탈출 또는 구조되기를 기다리며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섬 남쪽의 작은 등대에서 생활하며 밤에는 등대에 불을 밝히며 살아가지만 전체적으로 무인도에서의 하루는 무료하게 흘러가기만 한다. 극의 시작은 여동생 자나(리만 알라피아)가 섬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며 나지막이 읊조리는 듯한 어조로 내레이션을 통해서 그리고 아내이자 엄마(나딘 라바키)는 쌍안경을 들고 바다를 응시하며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한 모습에서 라디오의 주파수를 맞추며 시작된다.
아들인 아담(자인 알라피아)이 갈대밭으로 보이는 곳에 숨어서 부모 몰래 담배를 피우고 있는 것을 엄마(나딘 라바키)는 그런 아들을 타박하며 마침내 한 가족이 모두 모인 저녁식사 자리로 카메라 앵글이 돌아간다. 갈대밭 속에서 멀리 보이는 등대와 그 옆에서 저녁식사를 준비하는 모습이 인상적으로 기억된다. 무인도에서의 삶을 관객들에게 극의 상황을 이해시키기 위함으로 한 가족이 식사하는 테이블에서 빈곤한 음식을 마주하는 모습을 보이며 등장인물들의 얼굴을 하나씩 포커싱하며 현재의 상황을 알 수 있게 한다. 분명한 것은 4명의 등장인물들이 모두 담긴 영상은 비추지 않으면서 카메라를 페이드 인, 페이드 아웃을 하며 각각의 인물들을 비춰준다.
아들(자인 알라피아-아담역)은 부모에게 반항하고 여동생에게는 쌀쌀맞게 대하며, 무료한 일상 속에서 살아야 하기에 불만을 가득 안고, 부모 몰래 담배를 피우고, 워커맨으로 음악을 들으며 혼자만의 세상 속에 갇혀 일상의 무료함에 빠져 살아간다. 홀로 보내고 싶어 하는 모습 그리고 자신만의 세상에 빠져 방황하는 청소년기의 모습은 우리의 청소년의 모습과 별반 다른 모습이 아닐 것이다. 어린 여동생 자나(리만 알라피아)는 무인도 곳곳을 돌아다니며 나름대로 활발함을 보이기도 하고 해안가에서 모래성을 쌓고 그림을 그리며, 조개껍질을 모으면서 나름대로 위안을 찾으며 지낸다.
가족 모두가 왜 이곳, 아무도 없는 무인도에 왔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누군가가 자신들을 무인도에서 구출해 주기를 바라지만 아무도 도와주는 이는 없다. 아버지인 나빌(지아드 바크리)은 라디오를 이용해 구조를 요청하고 밤이 되면 등대의 불을 밝힐 뿐이다. 이마저도 여의치 않게 되면서 가족 구성원 모두는 현실과 허구를, 그리고 과거의 모습을 보여 주면서 등장인물들의 깊은 내면의 아픈 상처를 들춰내곤 한다. 그렇게 무인도에서의 가족에게는 엄청난 일들이 벌어지게 된다. 허구적인 환상들로 인해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오빠는 사라지고 여동생인 자나만 살아남게 된다.
극의 흐름이 지나면서 가족들의 마음속에 품고 있었던 아픈 비밀들이 하나씩 풀리게 되는데, 현실 속에서는 음식의 빈곤함으로 인해 힘든 생활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과 자신들을 구원해 줄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것은 표면적인 것에 불과하지만, 그 내면 속 비밀은 가족 모두에게는 서로에게 상처를 가지게 된 것들이 있다. 그 첫 번째는 가족사진에서 알 수 있고, 두 번째는 빨간 구두가 매개체로 이어지며 가족이 숨겨왔던 비밀들이 밝혀진다. 결국 가족이 머물던 무인도는 모래성이 파도에 의해 무너지고 사라지듯이 바다에 의해 무인도는 가라앉게 된다. 자나는 구명보트에서 바다 위를 떠돌다 마침내 구조선에 의해 구조된다.
이 영화의 처음에 자나의 나레이션으로 시작한다고 위에서 언급했는데, 이 내레이션이 흐를 때 자나의 얼굴을 클로즈업되고 파란색 배경이 영상을 가득 채우는데, 영화의 엔딩 장면에서도 똑같은 나레이션과 자나의 클로즈업된 영상을 마지막으로 영화는 마무리된다. 아래 멘트는 영화의 시작과 끝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은데 전체적인 주제의식이 잘 드러내 주는 문장으로 기억된다.
저 파도, 저 하늘 너머의 해안가에 다다를 때까지
숨 쉬어라 들이쉬고 내쉬고 또 들이쉬고
다 왔다 이제 ( 마지막 장면에만 등장)
이 영화는 스토리가 주는 의미도 남다르지만,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뛰어난 영상미가 너무 아름답다는 데 있다. 영화에서 느껴지는 전체적인 컬러는 따뜻함을 느낄 수 있지만 바다 위에 덩그러니 있는 무인도에서의 삶은 건조함을 느낄 수 있지만, 컬러가 주는 따뜻함 속에는 무미건조한 느낌마저 느끼게 된다. 영화가 주는 의미와는 대비되는 영상미가 돋보이는 것도 이 영화의 특징일 듯하다. 다만, 이 영화에서 언급된 주제의식이 마지막 장면에 가서야 알 수 있는데, 자막으로 처리되어 이 영화가 가지는 가치를 알 수 있게 된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자막으로 처리되어 관객에게 의미를 전달하기보다는 영상 속에 담겨 있었다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렇게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든 생각은 뭔가 아주 조금은 아쉽다는 느낌을 가졌다.
이 영화는 장르적 특징인 아트하우스라는 점과 스릴러라는 장르의 접목이 나름대로는 실험적인 요소가 있기는 하지만, 스릴러라는 점은 개인적으로는 맞지 않다는 인상이 짙다. 또한, 4명의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 없이 오로지 화려하고 아름다운 영상미만으로 채워졌다면 그저 그런 영화로 취급받았을 수 있었겠지만, 훌륭한 배우들의 연기력 덕분에 아름다운 영상미 마저 돋보이는 영화라고 생각할 수 있을 듯하다. 그리고 연출가의 노력도 한몫했겠지만 말이다.
분명히 대단한 주제 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연출을 맡은 감독 ‘매튜 브라운’ 또한 분명한 주제 의식을 마음에 담고 촬영에 임했을 것이다. 이 주제 의식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국제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라는 점도 틀림없이 알고 있을 것이다. 연출이나 이 영화를 만들고 관여한 사람이라면 그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국제 사회에 화두를 던진 것이 아닐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스포일러가 되지 않기 위해 나름대로 신경을 쓰며 노력했지만 결과는 영화를 직접 보고 판단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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