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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가는 플랫폼이 갖춰야 할 '기본기'

kimdirector 2021. 1. 8. 00:08 

본격적인 플랫폼 시대로 접어든 지 어느덧 몇 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간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소수의 플랫폼만이 ‘성공했다’고 할 만한 평가를 받았습니다. 비록 이들이 겪은 환경과 내세운 경영 비전은 달랐지만, 성장의 숨은 발판이 된 ‘기본기’에 충실했다는 공통점은 있습니다. 그것이 딱히 거창한 비법은 아닙니다. 변수가 난무하는 기업 운영에서 절대적인 성공 방정식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기본을 잊지 않는 플랫폼이 지속적인 성장이나 선두 유지에서 대체로 좋은 결과를 얻고 있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과연 잘 나가는 플랫폼, 오래가는 플랫폼에는 어떤 덕목이 필요한 것일까요?

 

 

 

 

1. 단순함에 대한 이해.

 

첫 번째는 ‘단순함’에 대한 이해입니다. 미니멀리즘에서 비롯된 최근 흐름은 우리 주변에서 깔끔하고 간결함이 묻어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심심찮게 볼 수 있도록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보통 이들이 가진 직선과 여백의 미, 통일된 배색, 핵심 기능이 강조된 레이아웃 등은 보는 사람의 거부감을 줄여주고 겉보기에도 좋습니다. 그러나 정작 군더더기 없는 외관과 비교하면 내부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이 아이러니입니다. 물론 제작사 입장에서는 겉모양이 단순해질수록 내부적인 차별화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과도한 부가기능을 탑재하기 일쑤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서비스의 단순함을 해치고 사용자에게는 혼란과 스트레스만 초래할 뿐입니다. 비록 플랫폼의 기본은 ‘통합’에서부터 시작한다 하더라도 그릇보다 넘치는 물은 버려지기 마련인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그렇다 해서 단순함의 이해가 극단적인 미니멀리즘, 기능의 최소화만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본질적으로 필요한 기능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초기에 핵심 기능을 위주로 서비스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반드시 사용자의 요구와 피드백이 발생하는데 이때 이를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우선입니다. 그중에서 정말 필요로 하는 기능을 선별하고, 추가된 기능 사이에는 충분한 연결점을 만들어 복잡함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이와 함께 반드시 수반돼야 할 일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직관적인 UI를 만들고 개선해나가는 일입니다. 이미 만들어진 인터페이스를 손보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이를 통해 손쉬운 사용환경을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자연스럽게 확장된 규모에 따른 복잡함과 혼란을 효과적으로 줄이는 방법입니다.

 

보통 사용자들은 새로운 기능보다도 UI 개선에서 더 큰 만족감을 얻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런 과정의 반복 속에서 궁극적으로는 전문가와 비전문가가 느끼는 사용자 경험의 차이가 없을 정도로 꾸준한 투자를 하고, 사용자와 적극적인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는 창구를 열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이밖에 적절한 몸집 관리의 필요성도 요구됩니다. 많은 투자를 했고 초기 반응이 좋았던 기능이 시간이 흘러 쓸모없는 군살처럼 전락하는 경우, 기회 비용이 아까워 그냥 두는 것보다 과감하게 재구성할 수 있는 결단력이 필요합니다.

 

 

2. 적극적인 파트너십.

 

어느 정도 자력으로 성장한 기업의 경우 NIH 증후군(Non Invented Here syndrome)에 시달리는 일이 빈번합니다. 여기서 NIH 증후군이란 내부 역량으로 개발된 기술이나 연구 성과가 아니라면 받아들이지 않는 배타적인 태도를 뜻합니다. 성장 과정에서 혼자서도 잘 해왔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자신들의 스타일이나 능력을 과신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자세는 일정 수준 이상의 규모 확장과 혁신을 막는 지름길입니다. 어느 회사나 잘하는 분야가 있고 기업 문화에 따라 같은 주제를 바라보는 시각도 다릅니다. 혼자서는 매너리즘을 극복하는 일이 쉽지 않고, 편협한 시야에 빠져 허우적대는 일도 흔합니다. 반대로 장기적으로 성공하는 플랫폼은 알맞은 시기에 적절한 파트너를 구해 서로가 부족한 점을 보완함으로써 정체된 성장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법을 알고 있습니다. 일례로 국내의 경우 10월로 예정된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이 주목을 받고 있는데, 아직은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합병 시너지가 나타날지는 미지수입니다. 하지만 카카오는 미흡했던 인프라를, 다음은 전 국민을 고객으로 두는 카카오톡 사용자 유입을 통해 포털 시장의 판세를 뒤바꿔 볼 기회를 얻는다는 점에서 두 기업 모두 재도약 가능성이 점쳐집니다.

 

 

3. 고객과 데이터의 가치 파악

 

일전에 플랫폼의 개인정보 수집 부작용에 대해 경고를 했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얼마나 많은 사용자 데이터를 보유하고, 이를 얼마만큼 현명하게 분석해 활용하는지가 현대 플랫폼의 질을 결정하는 열쇠이기도 합니다. 데이터가 가지는 양면성입니다.

 

최근의 빅데이터 분석은 고객의 기본적인 정보 외에도 어떤 사용 패턴을 보이는지, 어떤 부분에 만족·불만족을 느끼는지, 최근 고객들의 관심사는 무엇인지 등을 세부적으로 알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이는 불확실한 사람의 ‘감’이나 귀찮은 설문조사보다 훨씬 정확한 답을 내려줄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다음입니다. 이렇게 주어진 정보를 당장 수익과 직결되는 일에 활용하는 방법보다는, 어떻게 하면 사용자 경험을 조금이라도 최적화할 수 있는지를 먼저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사람마다 그 답은 틀리지만, 이 선택지에서는 후자가 여러분의 닭과 달걀이 될 것입니다. 기업이 이 중 어느 부분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지 생각하면 고객에 대한 우선 가치를 어디에 두고 있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나라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것이 백성이듯, 플랫폼이든 여타 서비스든 고객이 모든 걸 결정합니다. 사용하는 사람도, 구매하는 사람도, 그 어떤 고비용 마케팅보다 뛰어난 ‘입소문’을 퍼트려주는 것도 고객들입니다. 그러므로 고객과 관련된 어떤 데이터를 쥐더라도 그 첫 번째 행보는 정보 제공에 대한 서비스 품질 향상으로 대가를 지불해야 합니다. 처음엔 손해 같을지라도 이런 노력을 사용자들이 느끼게 되는 순간 고객들은 구차한 수익 모델들보다 큰 이익을 꾸준하고 장기적으로 안겨줄 것입니다. 무한 경쟁 시장에서 기술적으로 더 나은 경쟁자는 얼마든지 나올 수 있지만, 이런 사소한 순서 바꾸기로 얻은 고객 신뢰는 단지 기술력으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기본의 가치는 변하지 않아야 한다

 

단순함, 적절한 파트너십, 고객과 데이터의 가치. 정말 평범하고 당연한 이야기들입니다. 그래서 기본기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어디서든 초심만큼이나 지키기 어려운 것이 또 ‘기본’입니다. 과연 지금 이 순간 떠오르는 플랫폼이나 내리막을 걷는 플랫폼들에게 기본이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요. 그것은 처음과 같은 모습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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