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스테이션 4에 대한 얘기가 슬슬 흘러나오는 중에 호주 디자이너 타이 쳄(Tai Chiem)이 비공식으로 제안한 투명 유리패널의 콘셉트 디자인이 화제가 되고 있다. 블루투스 2.0 기술을 이용해 케이블을 없애고 투명 터치 패널에 나타나는 섬네일에만 시선이 고정되도록, 기계적 장치를 최대한 삭제한 디자인이다.
과거 놀라운 신기술을 자랑하기 위해 기계적인 느낌을 강조하던 시절, 산업 제품은 물건 즉 3차원의 오브제로 인식되었던데 비해, 미래의 제품은 형태를 버림으로써 사용자에게 보다 넓은 공간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일차적으로는 너저분한 케이블을 눈앞에서 치워내 물리적 공간을 넓혀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다. 그러나 여기서 공간감이라 함은 제품이 오브제의 외관을 벗어버리고 공간과 하나가 되는 것을 뜻한다. 그러면 사용자는 공간 안에서 제품의 기능과 직접 대면하게 되는데, 특히 플레이스테이션 같은 게임기기의 경우 새로운 제품 디자인에 의해 가상 공간 속으로 한층 실감나고 빠르게 접근할 수 있게 된다.
공간감을 위해 제품이 오브제적 특성을 버린다면 패션은 어떠할까? 이번 뉴욕 패션 위크에서 캘빈 클라인의 프란시스코 코스타(Francisco Costa)는 마치 부드러운 철골 구조로 지어진 듯한 라인을 선보였다. 패션 와이어 데일리의 기자는 코스타의 라인을 프랭크 게리나 자하 하디드 같은 최근 건축가들의 스타일이 반영된 ‘21세기형 건축적 패션’으로 설명한다. 종래의 건축적 패션이 다소 어색한 집채 같은 옷을 걸친 형태였다면 코스타의 디자인은 게리나 하디드의 건축에서처럼 유기적 흐름을 살리면서 동시에 한층 자연스러운 공간감을 창출한다.
화려한 컬러나 매혹적 라인을 강조한 패션이 자기 표현적이라면, 건축적 패션은 몸에 밀착한 가장 작은 집을 입는 일종의 공간 체험이라 할 수 있다. SF영화 속에서 우리는 미래의 패션이 종종 로봇의 몸처럼 구조적/구축적으로 묘사되는 것을 본다. 미래 세계가 이러한 공간 체험적 디자인으로 상상되는 것은 어쩌면 안락한 개인적 공간에 대한 원초적 갈망일지도 모르겠다. 더욱이 모든 것이 디지털화 되는 이 시대에 남은 것은 공간(물리적 공간이든 가상 공간이드)과 마주한 인간의 몸 뿐인 듯하다. 미래 디자인을 고민한다면 인간에게 어떤 공간감을 선사할 것인가를 찬찬히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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