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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pic/디자이너라면..

숨겨진 디자인 경쟁력의 원천

kimdirector 2021. 1. 12. 17:31 

본 글은 지난 2005년에 포스트 된 글로 오래되었지만 지금의 디자인 경쟁력과는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디자인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아 견해들이 많이 틀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기업의 가치과 경쟁력을 디자인으로 풀어보자는 주된 이야기입니다.

 

 

 

소위 잘 나가는 기업들은 나름대로의 핵심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Wal-Mart는 가격, Toyota는 품질, 3M 하면 혁신 문화 등이 대표적 사례들이다. 최근 이러한 핵심 역량 중에서 디자인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Harvard 대학 교수인 Robert Heyes도 “기업들은 과거에는 가격으로, 오늘날에는 품질로 경쟁하고 있지만, 미래에는 디자인으로 경쟁할 것이다.”라고 말하는 등 유명 석학들이 디자인의 중요성을 앞 다투어 지적하고 있다.

또한 선진 기업들도 속속 디자인 경영에 합류하고 있다. Philips는 제품 성공 여부의 80%를 디자인이 차지하고 있다.’라는 비전을 가지고 있으며, IBM은 ‘Good design is good business.’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다. Sony도 새로운 디자인, 매력적인 디자인, 질 높은 디자인을 내세우는 등 Global 유수 기업들이 생산 중심적 경영에서 디자인 중심 경영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에 비해 대부분의 국내 많은 기업들도 품질, 기술, 가격 등의 하드웨어적 역량 강화에 집중해 왔을 뿐 KSF(Key Success Factor)로서 디자인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대부분의 경영자들이 디자인을 제품 개발과 관련된 협의의 역량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등 경영 활동에서 디자인이 전략이 아닌 전술 차원에서 대응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선진 기업의 전략 트랜드와 최근의 국내외 경쟁 환경은 경영자들에게 디자인의 중요성에 대해서 되짚어 보고, 디자인 경영을 기업 활동에 도입할 필요성을 시사해주고 있다. 과연 왜 디자인 역량을 육성해야 하며, 디자인 경영의 이점은 무엇인지 다음의 5가지 관점에서 살펴보도록 하자.

 

 

사진 : Unsplash의 UX Indonesia

 

 

1. 소비자들은 상품이 아닌 디자인을 구매하고 있다

디자인 역량의 중요성이 부상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소비자들이 디자인 중심의 구매 패턴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생활 수준이 높아지고 소비자들의 니즈가 다양해지면서 가격, 품질, A/S와 같은 전통적 KBF(Key Buying Factor) 보다 새로운 색상, 모양, 크기와 같은 디자인 요소들이 핵심 KBF로 떠오르게 되었다. 또한, 상당수 제품들이 ‘commodity’화 됨에 따라 기능적 차별성이 약화되었기 때문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디자인 지향적 소비는 특히 소비 수준이 높은 10대와 20대 젊은 계층에서 강하게 나타난다. 소비자 보호원의 조사에서도 ‘디자인이 좋아서 상품을 구매한다.’는 비율이 52%로 품질(22%), 가격(14%)을 압도했다. 한편, 유럽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도 전자, 자동차, 산업용 제품의 KBF로 디자인이 1위로 나온 바 있다. 즉, 국내외를 막론하고 향후 디자인 중심 소비 트렌드는 사회, 경제의 글로벌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보편화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따라서, 디자인 지향적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해 디자인 분야가 앞서 있는 여러 산업의 트렌드를 주시하고, 변화를 응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겠다.

 

 

 

 

2. 디자인 능력이 KSF로 작용한다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최근 몇 년 들어 여러 산업에서 디자인의 위상이 높아졌다. 전통적으로 디자인이 중요시되었던 패션이나 뷰티 산업 이외에 가전, 정보통신 분야에서 이러한 트랜드는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림 1> 참고). 특히 디자인이 우수한 브랜드가 인정 받고, 고가로 판매되는 현상이 증가하고 있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통 단말기이다.

이통단말기가 기계가 아닌 패션 상품으로 포지셔닝되면서 소형화, 다양한 칼라와 모양, 기능 등 디자인이 중요해졌다. 국내 기업들은 이러한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였고, 이러한 노력은 세계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여 주는 결과를 낳았다. 국산 이통단말기들은 해외 시장에서 외국 경쟁 브랜드에 비해 높은 브랜드 선호도 및 가격 프리미엄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실제 최근 한국에서 개발한 최신 단말기가 세빗(매년 독일에서 개최되는 전자산업 박람회)에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은 바 있다. 이에 따라 Motorola의 경우 국내에 R&D 센터를 개설하는 등 한국의 디자인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색채 역시 디자인 역량으로 부각되기 시작하였다. 브랜드들이 ‘commodity’화 된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특정 브랜드를 기억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특정 색채를 반복적으로 노출시킬 경우 소비자들은 브랜드를 보다 쉽게 받아들인다. 코카콜라의 예를 보자. 코카콜라 하면 병도 병이지만 붉은 색상을 쉽게 또 올린다. 광고 및 다양한 판촉 활동에서 제품 색상과 배경에 붉은색을 일관되게 사용하면서 붉은색이 강력한 브랜드 자산이 되었다. 그 결과 경쟁사들이 붉은 색상을 광고나 판촉 활동에 활용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었다. 붉은색을 사용할 경우, 소비자들에게 코카콜라를 연상시키는 역할을 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음료 산업에서 붉은색은 코카콜라의 고유 색상으로 정착되었다. 이러한 예는 노란색의 Kodak, 녹색의 Fuji Film, 청색의 Pepsi, 하늘색의 IBM 등의 사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 기업들 중에서 색채와 같은 ‘visual identity’를 기업 경쟁력과 정교하게 연결시킨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3. 기업 성과 및 투자 효율성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디자인 역량은 경쟁구도와 소비자에 대응하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기업 성과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CEO들은 KPI(Key Performance Index)로써 디자인 역량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미국의 DMI(Design Management Institute)의 연구에 따르면 디자인 역량이 우수한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들에 비해 매출, 이익, 주가 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2> 참조). 즉, 디자인 경쟁력이 기업 성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R&D 투자에 비해 시간과 비용면에서도 디자인에 투자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영국의 디자인 협회 조사에 따르면 기술 개발에 들어가는 투자에 비해 디자인 개발은 비용과 시간적으로 적은 투자로 가시적 효과가 뛰어날 뿐만 아니라 투자비 회수 기간도 짧은 편이라는 것이 증명되었다. 디자인 개발 비용은 첨단 기술 개발 투자비의 1/10 수준이고 회수 기간도 1/3 수준 정도이기 때문에, R&D 분야의 투자 여력이 적은 기업들은 디자인 분야에 투자하는 것이 효과적이다라는 것이다. 특히 글로벌 기업에 비해 R&D 역량과 자원이 부족한 우리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고려해 보아야 할 전략이라는 것을 시사해주고 있다.

 

 

4. 회생 및 새로운 사업 기회를 제공한다

한편, 우수한 디자인은 야구의 핀치 히터와 같이 위기에 처한 기업을 회생시키는 역할을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Apple 컴퓨터이다. PC가 시장에 출시되었을 때 Apple은 우수한 운영체제로 IBM 계열을 압도하였다. 그러나 MS, Intel, IBM 체제가 시장을 주도하면서 급속히 사세가 위축되었다. 특히 OS에 대한 과도한 집착과 제품에 대한 혁신 노력이 감소하면서 파산 위기에 몰리게 되었다. 그때 Apple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디자인 지향적 제품을 강조한 경영으로 위기를 타계할 수 있다. ‘It’s a difference.’라는 브랜드 슬로건을 강조하면서 제품 디자인 혁신에 노력하였다.

 

과거 핵심 역량이었지만 더 이상 차별성이 없어진 OS 분야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디자인에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그 결과 iMac, PowerMac, iPod 등 다양한 히트 상품을 만들어 냈다. 특히 Apple의 노트북은 획기적이었다. Apple의 노트북 시리즈는 기존 제품과 비해서 색상, 모양, 질감 모두 달랐기 때문에 이것이 과연 노트북인지 의심을 가지게 만들 정도였다. 그러한 이러한 독특한 디자인 제품은 대성공을 거두었고, Apple은 재기에 성공하였다.

또한 우수한 디자인의 제품은 제품수명주기에서 도입기나 성숙기에 있는 기업 모두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성숙기 시장에서 디자인이 뛰어나 제품은 가격 경쟁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피할 수 있으며 안정적 수요층을 확보할 수 있는 등의 장점이 있다. 즉, 우수한 디자인으로 가격 프리미엄 및 충성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례들은 노트북 시장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과거에는 주된 경쟁 패러다임이 CPU, 메모리, LCD크기 대비 가격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보다도 무게, 색상, 촉감 등의 디자인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러한 경향에 능동적으로 대처한 Apple, Sony와 같은 브랜드는 독특한 디자인 컨셉트로 시장에서 인기를 얻게 되었다. 특히 이들 브랜드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브랜드 마니아가 되어서 꾸준히 이들 브랜드를 구입한다. 데스크톱 PC도 마찬가지이다. 품질 격차가 사라지면서 가격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점차 차별화가 어려워졌으나, 최근 Slim PC가 등장하면서 소형화 디자인이 새로운 차별화 포인트로 부각되고 있다.

제품의 도입기 단계에서도 디자인을 시장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innovator’나 ‘early adopter’들이 구매로 연결시키는데 디자인 요소만큼 효과적이 것이 드물기 때문이다. 최근의 PDA, MP3 Player 분야에서 디자인이 우수한 제품들이 잘 팔리는 것이 대표적 사례라고 하겠다.

 

 

5. 중국 제품과의 격차를 벌일 수 있는 핵심 역량이다

마지막으로 중국과의 경쟁관점에서 보면, 디자인은 향후 중국 제품과의 경쟁에서도 우리가 이들을 따돌릴 수 있는 몇 안 되는 경쟁 요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디자인은 가격이나 품질과 달리 상대적으로 단기간에서 이룰 수 있는 역량은 아니다. 섬유산업의 예를 들어보자. 과거 한국은 수 십 년 동안 섬유 강국 중 하나였다. 그러나 오늘날은 어떠한가? 해외 시장에서는 중국 및 동남아 저가 제품 때문에 고전하게 되었고, 국내에서는 해외 유명 브랜드에 의해 점령당하고 있다. 과거 원가와 품질 지향적 경영 때문에 섬유산업의 핵심 경쟁력인 디자인을 육성하지 못한 결과이다. 디자인 역량을 중심으로 한 프랑스나 이탈리아 같은 국가의 위상은 변화가 없는 것은 사사해주는 바가 크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섬유산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점점 중국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모든 분야에 해당된다고 하겠다. 최근 중국의 유통업체에 전시된 전자 제품들을 시찰하고 온 업계 관계자는 A/V 제품의 경우 가격과 품질뿐만 아니라 디자인면에서 중국 제품에 뒤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였다. 디자인의 중요성을 인식한 중국 기업들이 일본 업체들의 디자인을 적극 벤치마킹하고 디자인 고급화를 통해 저가의 이미지를 벗어나려고 노력하고 있다. 현재 중국보다 가격 내지 품질 분야에서 경쟁 우위를 가지고 있는 분야에서 디자인 역량을 육성하지 못하면 섬유 산업에서의 경험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디자인 경영으로 가는 길

지금까지 디자인 경영 및 디자인 역량 육성의 필요성에 대해서 살펴 보았다. 디자인 경영 및 역량을 강화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시급히 역량을 강화해야 할 분야이다. 국내 기업들이 디자인 역량을 육성시키기 위해서는 경영층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디자인 역량이 강한 기업들은 디자인의 가치를 제대로 인식한 CEO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Apple의 스티브 잡스, Sony의 이데아 노부유키 등이 대표적인 경영자들이다. 이들 CEO들은 강력한 리더십을 가지고 기존 생산 중심 기업 문화를 디자인 중심 기업 문화로 바꾸었다는 공통점도 있다. 국내 디자인 전문가들도 국내 기업의 디자인 역량이 낮은 이유로, 경영층의 마인드 부족을 꼽고 있다는 데서 알 수 있듯이 경영자의 마인드의 변화가 필요하다 <그림 3> 참조).

둘째, 마케팅 부서와 디자인 부서와의 업무 조화이다. 마케팅과 디자인은 매우 밀접한 관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업에서 이들 부서들은 협조보다는 갈등을 야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마케팅 부서는 디자인 부서에게 고객지향적이지 못한 디자인을 한다고 불평하고, 디자인 부서는 마케팅 부서가 디자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불평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부서간 적극적인 협업뿐만 아니라 인적 교류도 필요하다. 최근 국내 한 대기업은 마케팅 연구 기관과 디자인 조직을 통합해서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노력도 보이고 있다.

마지막으로, 디자인 전문 인력 육성에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디자인 역량을 확보하는 것은 전문 인력을 확보, 육성할 수 있는가가 관건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업들의 디자인 관련 투자는 매출액의 0.5%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소극적인 투자는 선진 기업과의 디자인 격차를 좁히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따라서, 기업들은 디자인 관련 투자 예산 확보는 물론 산학연계와 사내의 기존 디자인 인력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 및 동기 부여 활동이 필요하다.

미국 MIT의 크루그먼 교수는 선진국이 되려면 열심히 일만 해서는 안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머리를 써야 한다고 했다. 바꾸어 말하면 남을 모방만을 해서는 결코 선진국이 될 수 없으며 반드시 독창성을 발휘하여 혁신을 이룩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기업도 마찬가지이다. 국내 기업들이 신진 기업들을 따라잡고, 중국과 같은 후발 기업들과의 갭을 벌이기 위해서는 디자인 만큼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요소가 없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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