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인도네시아의 도시인 Meulaboh 에 대규모 쓰나미가 있었다. 이 사건 이후 많은 국제구호 단체들이 이 도시를 들렀고, 이들은 8개의 신생아 인큐베이터를 기증하여 도시의 신생아들을 위해 이용되도록 하고 떠났다. 수 년이 지나 MIT 의 티모시 프레스테로(Timothy Prestero) 라는 연구자가 이 도시의 병원들을 방문해서 현황파악을 하니 8대의 인큐베이터가 모두 고장이 나 있었는데, 고장 원인은 인도네시아의 전기상황의 불안정성과 열대우림 특유의 과도한 습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되었다. 또한, 병원의 기술자들은 영어를 잘 하지 못해서 수리하는 매뉴얼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기 때문에 고장난 채로 고가의 인큐베이터는 방치되고 있었다.
프레스테로는 Design That Matters 라는 기관을 공동설립해서 이렇게 개발도상국들을 위해 잘 고장이 나지 않고, 저렴하면서, 수리가 쉬운 인큐베이터를 개발하기 시작했는데, 2008년에 드디어 NeoNuture 라는 프로토타입을 발표하였다. 이 새로운 인큐베이터는 겉에서 보기에는 다른 일반적인 인큐베이터와 그리 달라 보이지 않지만, 내부부품들은 쉽게 조달이 가능한 자동차 업계의 것들을 이용한다. 헤드라이트를 개조해서 신생아의 몸을 덥히는 발열판으로 활용하며, 대시보드의 팬을 활용해서 필터와 통풍기능을 구현하였다. 흔히 구할 수 있는 도어벨을 알람경고에 이용하는데, 이들 모두 자동차의 시가잭에 간단히 연결해서 어떤 자동차 배터리도 파워로 활용할 수 있다. 모든 부품을 지역에서 조달이 가능하고, 자동차 수리를 해본 엔지니어라면 누구나 수리할 수 있기에 앞서 언급한 문제는 더이상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이 인큐베이터는 우리의 아이디어를 어떻게 세상에 내놓을 것인가에 대한 접근방법에 대한 경종을 울린다. 첨단기능의 좋은 제품을 제공하는 것이 좋을 것 같지만, 문화와 지역의 여건 등에 따라서 필요한 것도 다르고, 활용성도 달라진다. 우리는 너무나 간단하게 실제로 활용하는 사람들의 필요성과 주변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공급자적인 시각에 사로잡혀서 효용성이 떨어지는 물건이나 서비스를 디자인하고는 한다. 이 사례에서 보듯이 디자인 혁신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첨단성' 이나 '기술성' 이 아니라 바로 '필요성'이다. 어떤 경우에는 정말 아무것도 아닌 프로세스 하나의 변화나 흔히 보던 것들을 부품으로 활용하는 단 하나의 포인트가 커다란 혁신을 일으킬 수 있음을 명심하자.
한 대에 4만 달러나 하는 첨단 인큐베이터를 기증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던 지역에서, 단지 하나의 설계도와 디자인, 그리고 지역에서 조달할 수 있는 스페어 부품들 만으로 차고에서 그보다 훨씬 기능성이 뛰어난 인큐베이터를 만들 수 있었다는 것은 우리들에게 종함적인 사고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중요성을 더욱 일깨워준다. 이 포스트의 제일 위에 게시한 그림은 새로운 인큐베이터를 만들기에 앞서 가장 중요한 요소들을 포스트-잇을 통해 여러 사람들과 함께 브레인 스토밍을 하면서 만들어낸 일종의 디자인 방법이다. 이런 협업과 생각을 모아내는 문화와 작업들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아래 임베딩한 슬라이드는 Design That Matters 에서 NeoNuture 를 만들게 된 과정을 별다른 설명없이 사진으로 정리한 것이다. 사진들만 보더라도 무슨 일이 있었고, 어떻게 새로운 인큐베이터가 탄생할 수 있었는지 파악이 가능하다. 서비스와 제품 디자인하는 모든 분들에게 강력히 추천하고 싶은 강의자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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