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가 잠든 숲 2
Im Wald
저 넬레 노이하우스 / 역 박종대 / 북로드 / 2017.04.20 / 독일소설
독서기간 : 2022.02.09 ~ 02.15
2편에서도 1편과 같이 연쇄살인 사건은 미궁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고, ‘보덴슈타인’과 ‘피아’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결정적 증거는 없이 심증만으로 사건을 해결할 수 없는 노릇이기에 철저한 증거와 증인을 물색 중이지만 연쇄살인 사건은 알 수 없는 미로 속에 파묻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또 한 건의 살인사건과 살인미수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1편에 이어서 몇 건의 살인이 더 발생하게 되고 사건의 결말에 조금씩 다가가게 되지만, 경력계 반장인 ‘보덴슈타인'의 후임으로 발탁된 피아는 조바심을 느끼며, 40여 년 전에 실종되어 살해된 어린아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다양한 가설을 제시하게 되면서 결국은 모든 사건은 해결되고, 40여년 전의 미제사건이 미궁에 빠질 뻔한 사건과 현재의 연쇄살인 사건을 멋지게 해결하고 소설은 마무리된다.
1편과 2편에서의 소설은 대부분 독일의 시골마을인 타우누스 지방인 루퍼츠하인에서 진행된다. 1편 리뷰에서 언급했듯이 타우누스 지방이 이제는 낯설지 않았고, 왠지 한 번쯤 다녀온 곳이 아닐지 착각을 일으킬 정도이다. 물론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이지만 말이다. 두 편의 소설 첫머리는 타우누스 지방의 지도와 주요 사건이 발생한 도시명이나 마을명들이 정리되어 있어서 소설을 모두 완독 후 다시 찾아보는 것도 새롭게 느껴지게 될 것이다. 또한, 등장인물들의 간단한 소개도 하고 있다. 전체 스토리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많기 때문에 애써 간략하게 인물들에 대해서 소개를 해주고 있다. 인물들 간의 복잡한 스토리라인으로 인해 자칫 흥미를 잊을까 친절하게 설명도 해 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또한, 등장인물 간의 관계도 1편에서 보다는 조금 더 복잡하게 느껴져서 집중해서 읽지 않으면 스토리의 흐름을 잃어버릴 수 있을 듯하다. 후반으로 넘어가면서 사건의 윤곽이나 진행이 조금은 빠르게 전개되기도 하고 한 번의 흐름으로 읽어가는 게 좋을 듯하고, 1편에 거의 등장하지 않았던 인물, 용의 선상에서 벗어나 있던 인물이 중후반에 반전을 만들며, 수사에 혼선을 야기시키기도 하지만 주인공인 보덴슈타인과 피아 형사는 다양한 가설들 중에서 하나의 가설에 설득력을 얻으며 사건을 마무리짓게 된다.
타우누스 시리즈의 소설을 읽을 때는 굳이 순서를 세워가며 읽지 않아도 되지만, 최소한 주인공인 보덴슈타인과 피아의 관계를 정립시키고 형성하는 데는 첫 번째 시리즈부터 읽어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그런 면에서 2편의 마지막 부분에는 타우누스 시리즈의 작가인 ‘넬레 노이하우스'의 인터뷰 내용과 이 소설의 주 무대인 ‘루퍼츠 하인’에 대해서 비교적 자세히 소개하는 내용들이 등장한다.
이 소설의 주된 내용은 미스터리를 큰 축으로 하고 있지만, 단순하게 미스터리적인 느낌과 사건을 해결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기는 하지만, 스토리 전체에 담겨져 있는 의미도 주고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고 할 수 있을 듯하다. 40여 년 전의 보덴슈타인의 친구와 기르던 여우 막스가 사라지지만, 당시의 사건은 미궁 속으로 빠져 버린 이유는 마을 사람들 모두가 입을 다물고 있었기 때문인 것이다. 자신들의 이기주의와 개인주의적인 이유가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 더욱이 루퍼츠하인이라는 동네가 작은 동네라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하면 마을 전체가 알아가는 것은 순식간이기에 혹시라도 나에게 불통이 퇼까봐 쉬쉬하는 분위기 때문인 것이다.
내 이웃의 문제는 나 자신의 문제와 다르다는 생각으로 인해 해결될 수 있었던 사건이 미제로 남게 되고, 현재에 이르러 되풀이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 듯하다. 보덴슈타인과 피아는 루퍼츠하인의 마을 사람들의 그런 습성을 잘 알고 있기에 사건을 파헤치며 소문이 나면 안 되는 사건 내용과 일부러 소문을 내서 용의 선상에 있는 인물들에게 압박감을 느끼게 하는 장면들이 여럿 등장하기도 하고, 또는 마을 사람들을 모아놓고 호소하기도 하는 장면은 왠지 씁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리고 또 하나는 가족이라는 틀이 주는 의미를 다시금 느끼게 된 계기가 될 수 있을 것도 같긴 한데, 사건 용의자로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은 가족이라는 틀 속에서 불안정한 관계로 인해 스스로 가족이라는 그늘에서 벗어나 마약과 방황하는 모습을 보이며, 부모를 결박하여 협박하기까지 하는 장면이나, 아빠가 누구인지 모르고 자라는 인물이 등장하고 이외의 인물이 아빠로 밝혀지는 내용도 있다. 우리나라 드라마 속에서 볼 수 있는 흔한 막장 드라마가 그런 류에 포함될 정도의 내용이라 할 수 있을 듯한 모습의 내용이 등장한다.
어찌 되었든 이외의 인물이 붙잡히며 사건은 마무리되고, 보덴슈타인은 강력계 반장직을 그만두고 피아에게 물려주고 사랑하는 사람과 조금은 오랫동안 함께 하기 위해 일 년이라는 세월을 휴직하게 된다. 그리고 용의 선상에 있었던 10여 명의 인물들은 일상으로 돌아가고 그동안 잊혀 가고 있었던 가족애를 되살려 행복한 결말로 마무리된다.
이 소설은 타우누스 시리즈 중에서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는 소설 중에 하나이고, 미스터리적인 장르에 있는 소설 중에서도 최고의 소설로 인정받고 있는 소설이라는 점에서는 읽어 본 사람들이라면 납득이 되는 소설일 것이다. 장황되고 구구절절이 서술적으로 풀어쓴 내용만으로도 긴장감을 느낄 수 있는 소설이고, 분명 같은 류의 소설에서는 느껴지지 않을 입체감과 몰입감은 최고라고 감히 얘기할 수 있을 듯하다. ‘넬레 노이하우스'의 다음 소설은 아마 타우누스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이 되지 않을까 기약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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