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기획자에게 '창조성'은 어떤 의미인가?
모든 웹 기획자는 반드시 창조적이어야 하는가?
그것으로 웹 기획자의 연봉이 결정 나야 하는가?
이번 글은 웹 기획이라는 일의 창조성과 관련하여 검증되지 않은 어떤 주장에 대한 것이다.
창조에 대한 고통
웹기획을 한다는 여러 회사의 사람들과 만나며 그들이 공통적으로 창조에 대한 고통을 겪는 모습을 지켜봤다. 한 회사에서 5년 넘게 웹 기획자로 근무했다는 팀장은 "더 이상 새롭게 내세울 아이디어가 없다"라며 웹 기획자로서 자신의 한계에 봉착한 것 같다는 토로를 하기도 했다. 막 웹 기획이라는 업무를 배우고 있는 또 다른 기획자 또한 "내 아이디어는 너무 뻔하다는 지적을 자주 받는다"며 창조적 발상을 할 수 없는 자신에 대해 고통스러워했다. 이런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나는 그들에게 이렇게 질문하곤 했다,
"왜 웹기획자가 창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요?"
그들은 내 질문에 대해 고개를 갸웃하며 웹기획자 혹은 기획자의 주된 임무는 무언가를 새롭게 창조하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정말인가? 웹기획자의 주된 임무는 무언가를 새롭게 창조하는 것인가? 기획은 창조하는 것인가? '기획'이라는 단어로 장난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어떤 사전을 뒤져봐도 기획과 창조를 비슷한 의미라고 설명하는 곳은 없다. 기획은 기획이고 창조는 창조다.
웹 기획자들의 이 심각한 오해를 풀어주기 위해 꽤 오랜 시간 많은 사람들에게 설명을 했지만 여전히 굉장히 많은 기획자와 기획을 바라보는 시선은 "기획=창조"인 듯하다. 이 잘못된 관점을 해결하지 못하면 웹 기획자는 자신이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 그리고 하고 싶은 일을 구분하지 못하여 영원한 고통의 나락으로 빠질 수밖에 없다. 해결할 수 없는 창조의 고통 말이다.
웹 기획은 창조가 아니다
기획은 처음부터 없는 무언가를 만드는 창조가 아니었다. 기획은 말 그대로 무언가를 계획하여 성취하는 일련의 과정을 만드는 사람을 말한다. 만드는 것이 무조건 창조적 행위라면 공장의 기계도 창조를 하고 있는 셈이다. 기획에서 하는 대부분의 일은 창조가 아니라 생산과 생산을 위한 계획이라고 보는 게 맞다. 때문에 기획은 측정 가능하고 평가할 수 있다. 어떤 기획서를 보고 그것이 타당하니 옳니 그르니 따지고 드는 일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만약 기획이 창조하는 일이라면 기획 자체로 무엇을 이룰 수 있어야 한다.
웹 기획자가 하는 일 대부분도 창조의 행위는 아니다. 어떤 웹 사이트를 기획할 때 창조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웹 기획자라면 왜 웹 기획자 혼자 웹 사이트를 다 만들지 못하는가? 웹 기획을 창조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자신이 뇌와 같은 역할을 하고 손발 역할을 하는 사람으로서 개발자, 디자이너, 마케터 등을 위치하는 경향이 있다. 웹 기획자에게 가장 중요한 기술이 커뮤니케이션 기술이라고 떠들어대는 사람들 중 - 그것 자체는 옳은 이야기지만 - 왜 웹 기획자가 만든 기획서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는지 솔직하게 설명하는 사람은 드물다. 진실은 웹 기획자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거나 거의 없다. 왜냐면 웹 기획 자체는 창조적 행위가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걸 인정하고 싶은 웹 기획자는 별로 없을 것이다. 비창조적 행위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고 그래서 자신이 하는 업무는 매우 창조적이라고 주장하고 싶은 것이다. 지식 노동자들 중 이런 착각을 즐겨하는 사람들이 많다.
웹 기획이 창조가 아니라면 웹 기획은 무엇일까? 웹 기획에서 수행하는 대부분의 일은 리서치(research)와 생산(producing)이다. 웹 기획은 웹 서비스 초기 단계와 운영 단계에서 다양한 이슈를 해결하는 일련의 업무를 의미한다. 이런 일은 측정할 수 있고 체계화할 수 있고 또한 평가할 수 있다. 많은 웹 기획자들이 자신의 기획서를 누군가 평가하는 것에 큰 불쾌감을 표하곤 한다. "해 보지도 않고 어떻게 기획서만으로 평가할 수 있냐?"라고 큰 소리를 내곤 한다. 그렇게 소리치는 사람들을 다독거린 후 깊은 대화를 나눠보면 그들 대부분이 기획을 어떤 창조적 활동으로 오해하고 있는 경우를 자주 발견할 수 있다.
물론 사람의 생각은 그 자체로 창조적이다. 그러나 모든 생각이 창조적 산출물을 내지 못하는 것처럼 기획 또한 창조적 두뇌 활동에서 시작하는 것이지만 그 산출물이 항상 창조의 결과물인 것은 아니다. 창조적 두뇌 활동을 통해 생산된 기획 산출물인 것이다. 생각한다는 자체가 인간의 창조적 두뇌 활동 때문이라고 모든 결과물이 항상 창조물이라고 믿는다면 모든 인간은 신이다.
창조적 웹 기획
그럼 웹 기획이라는 일이 창조적인 행위가 아니라면 왜 우리에게 항상 창조적 산출물을 요구하는가? 좋은 질문이다. 바로 그 지점에서 이 오해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기획은 반드시 창조적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또한 대부분의 기획은 창조적이기보다는 어떤 일을 계획하고 달성하기 위한 행위의 집합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획자 혹은 웹 기획자는 직무를 하는 사람은 스스로, 또는 주변에 의해 창조적 결과물을 내놓으라는 요구를 받는다. 현실의 이런 요구는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문제의 핵심은 아래 문장에 있다.
"웹 기획에는 창조적 역량이 필요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 모든 인간은 근본적으로 창조적이다. 자유의지에 의해 생각하고 사물을 바라보며 판단하고 응대하는 창조성을 타고난다. 그러나 그 창조성을 발휘하는 정도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 일부 훈련을 받아 창조성이 더욱 커지는 경우는 있지만 태생적 한계에 의해 매우 창조적인 사람과 창조적인 사람 그리고 창조적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으로 나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우 창조적인 사람이 필요한 영역에서 그저 창조적인 사람이나 노력하는 사람은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
위 문장은 창조성에도 사람마다 차이가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웹기획이라는 실무 영역에서 창조성을 필요로 하는 부분이 있다. 그런데 그 창조성은 간혹 기획이라는 업무 이상의 결과물을 요구한다. 만약 어떤 기획자가 그 요구를 수행하지 못한다면 그는 기획자로서 자질이 없는 것일까? 창조성이 부족하거나 결여된 기획자라고 낙인찍어야 할까? 바로 이것이 문제다. 노테르담 성당의 벽화를 그릴 수 있는 화가의 창조성이 있다면 동네 슈퍼마켓의 광고판을 그리는 사람의 창조성도 있다. 이 둘은 똑같은 화가라는 직업을 갖고 있지만 요구되는 창조성의 범주와 분야, 성취 정도가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기획자가 동일한 수준의 창조성을 구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흔히 있다. 이것 때문에 많은 웹 기획자들이 불필요한 창조의 고통에 빠지는 것이다.
창조적 웹 기획과 일반적인 웹 기획
창조적 웹 기획과 그냥 웹 기획이 업무적으로 완벽히 구분되는 것은 아니다. 한 가지 실무적인 예는 웹 기획에서 창조적 역량이 필요한 분야가 어딘지 구분하는 지표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몇 개월 전 컨설팅 의뢰가 들어온 한 국가 단체 포털의 경우다. 이 포털은 최초 제작 의뢰 단계에서 고객사가 제안한 RFP(요구제안서)에서 몇 가지 주요 서비스 구현에 대한 요구가 있었다. 그런데 프로젝트가 시작된 지 몇 개월이 지난 후 고객사는 결국 현 기획안에 대한 깊은 유감을 표하며 우리에게 구조 요청을 했다. 우리가 그동안 작성된 기획안을 검토해 봤을 때 그 자체가 문제인 것은 아니었다. 시장 조사나 현황 분석, 요구 달성을 위해 필요한 화면 구성안이나 스토리보드에도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고객사는 깊은 유감을 표하며 기획안에 대한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실무를 했던 기획자는 자신들이 얼마나 노력했는지 이해하지 않으려는 고객사에 지친 상태였고 더 이상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이런 경우는 흔히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문제가 과연 고객사와 웹 기획자(혹은 기획사)의 커뮤니케이션 문제일까? 다시 말해 고객사가 자신의 의도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일까? 흥미롭게도 당시 우리가 고객사와 기획사를 만났을 때 양자 모두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를 거론하며 마치 그것이 문제의 핵심인 듯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들은 불만을 토로하며 이런 이야기를 했다,
- 고객사 : "도무지 우리 이야기를 제대로 이해하려는 의지가 없는 것 같아요. 이런 평범한 걸 기획하려면 우리가 하는 게 낫지"
- 기획사 : "도무지 뭘 해달라는 지 모르겠어요. 이렇게 해도 마음에 안 든다고 하고, 나중엔 완전히 시키는 대로 해도 그것도 아니라고 하니, 도대체 뭘 만들라는 건지..."
우리는 양자의 불만을 들으며 바로 그 불만 속에 답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일단 양자가 모두 잘못 생각하는 것 한 가지를 이야기하자면 이 문제는 커뮤니케이션의 오류로 나타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만약 그러했다면 고객사나 기획사 둘 중 하나는 답을 갖고 있어야 했다. 둘 다 답이 없었으니 커뮤니케이션을 아무리 잘했어도 여전히 답은 없었을 것이다. 또 다른 잘못 한 가지는 양자의 역할 분배가 잘못되었다는 것인데 이것은 문제의 핵심이 아니다. 앞서 언급한 상황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창조적 기획(Creative Planning)과 일반적인 기획(Typical Planning)을 구분하지 못하는 데 있다. 다시 한번 이야기하는데 일반적인 기획이 나쁜 기획이라는 의미는 아니며 또한 창조적 기획이 좋은 기획이라는 의미도 아니다.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기존 포털을 업데이트하는 것과 새로운 개념의 웹 서비스를 도입하는 것이었다. 기존 포털을 업데이트하고 웹 서비스를 정비하는 것은 평범한 기획의 영역이다. 반면 웹 2.0의 개념이 적용된 새로운 웹 서비스를 도입하는 것은 창조적 기획의 영역이다. 전자의 경우 별 무리 없이 프로젝트가 진행되었지만 후자의 경우 극심한 갈등을 빚었다. 그 결과 포털 프로젝트 전체의 일정이 중단되고 전면 재검토라는 극약 처방을 내리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진정한 문제는 누구도 이 문제의 핵심이 무엇인지 몰랐다는 점이다. 후자 즉 창조적 기획 영역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하며 그 일을 수행하기 적절한 웹 기획자(기획사)가 누구이며 어떤 산출물이 나올지 누구도 몰랐던 것 같다.
나는 이 프로젝트의 문제를 풀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기획의 영역을 두 가지로 구분하여 각각에 맞는 사람들을 배치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기존 포털 서비스를 업데이트하는 영역과 기본적인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커뮤니티나 프로필 페이지 등등)은 평범한 기획의 영역에서 안정성과 신뢰성을 보장하도록 했을 것이다. 혁신이 필요한 새로운 웹 서비스 부분은 아예 새로운 웹 서비스 기획자(기획사)를 섭외토록 하여 그들에게 전권을 위임했을 것이다. 평범한 기획 부분은 관리 중심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창조적 기획 부분은 지금까지 시도해보지 못한 콘텐츠와 커뮤니케이션을 보장하며 자율적 운용을 도모했을 것이다. 처음부터 그런 시도를 하고 조직을 구분하여 운용했더라면 당시 발생한 문제는 존재하지 않았을 수 있다.
물론 고객사의 경우 충분한 예산과 시간, 자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반면 중소기업이나 영세한 자본으로 운영하는 웹 서비스는 기획자 혹은 기획 그룹을 2가지 형태로 유지하기 매우 힘들 수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자본이 취약한 기업의 경우 최소 단위로 기획자를 2인으로 운용하는 단짝 웹 기획자의 필요성을 언급했던 것이다. 한 명의 기획자가 두 가지 기획(일반적인, 창조적인 기획 모두)을 하는 것보다 두 명의 기획자가 영역을 구분하여 조사하고 연구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다.
창조적 웹 기획(Creative Web Planning)?
창조적 웹 기획은 무엇이고 누가 하는 것이며 어떻게 하는 것인가? What, Who, How의 세 가지 질문이 동시에 생길 것이다.
만약 "반 고흐는 어떻게 저 위대한 작품을 그릴 수 있었나?"라고 묻는다면 누구도 대답할 수 없을 것이다. 어떤 대답이 존재할 수는 있지만 그 대답이 반 고흐의 창조성을 모방할 수 있는 이유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창조적 웹 기획에 대해서는 일정 수준에서 대답이 존재할 수 있고 그것을 따라 했을 때 창조적 웹 기획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창조적 웹 기획을 하는 것은 예술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적 경지에 이르는 지적 노동을 상업적 기준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선 3가지 질문에 대해 짧게 답을 이야기한다.
1) 창조적 웹 기획이란 무엇인가?
주어진 조건과 목표를 구현하기 위해 가장 적절한 형태의 웹 서비스를 창조하거나 재조합하는 일을 말한다.
2) 창조적 웹 기획은 누가 하는가?
타고난 감각(emotional sense)과 지적 능력을 갖추고 강렬한 목표 의식을 갖도록 전문적으로 훈련받은 사람이 할 수 있다.
3) 창조적 웹 기획은 어떻게 하는 것인가?
전형적인 웹 기획의 프로세스와 비정형적이며 직접 창조한 기획 프로세스를 조합하여 이뤄진다.
일반적으로 잘 운영되는 웹 서비스의 경우 창조적 웹 기획이 크게 필요하지 않다. 그보다는 창조적 마케팅이나 창조적 운영 방안이 더 필요하다. 반면 웹 서비스를 새로 만들거나 신규 사업을 하는 경우 창조적 웹 기획은 반드시 필요하고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인이 된다. 이런 이유 때문에 대부분의 초기 회사들은 실무 경험이 적더라도 창조적인 역량이 뛰어난 인재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지만 사업이 안정화되는 단계에서는 보다 실무적 역량이 뛰어난 인재를 선호하게 된다.
창조적 웹 기획은 일상의 영역에서 늘 필요한 것은 아니다. 때문에 창조적 웹 기획을 잘하지 못하는 웹 기획자도 충분히 제 역할을 하며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웹 기획자의 모든 역량을 창조적 역량의 수준으로 가늠하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일이다. 반면, 모든 웹 기획자가 동일한 수준의 창조적 역량을 가질 수 없음에도 단지 웹 기획자라는 이유로 그런 요구를 받는다면 한계가 있는 기획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 전에 없는 역량을 요구하는 그 사람 또는 조직 스스로 문제가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웹 기획자 자신은 창조적 역량을 갖추기 위해 노력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것은 순전히 자신의 판단에 의존할 뿐 어떤 절대불변의 원칙이 있는 것은 아니다. 반면 조직(대표적으로 회사)은 웹 기획자들이 창조적 역량을 충분히 갖추길 원할 것이다. 만약 그런 것을 원한다면 먼저 일반적인 기획과 창조적 기획을 구분해야 할 것이다. 당장 자기 조직에 필요한 웹 기획자의 역량이 일반적인 것인데 창조적 기획을 요구하며 닦달한다면 현존 웹 서비스도 제대로 운영되지 못할 것이다. 반면 당장 자기 조직에 필요한 웹 기획자의 역량이 창조적인 것인데 단지 그 사람이 웹 기획자라는 이름을 달고 있기 때문에 없는 역량을 요구한다면 시간과 자원을 낭비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모든 인간은 근본적으로 창조적이다. 그러나 창조적 웹 서비스를 하기 위한 사람은 고도의 훈련을 받아야 한다.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대부분의 조직에서 창조적 웹 기획을 하기 힘든 것이다.
글을 마치며...
웹 서비스 컨설턴트로서 또한 웹 기획자로서 일하며 누구도 정리하지 않은 "웹 기획"과 "웹 기획자"에 대한 고민을 반복하고 있다. 또한 웹 기획과 웹 기획자에 대한 책을 쓰며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웹 기획이라는 분야를 좀 더 정교하게 고찰하여 직업적 가치를 갖게 하기 위해서다. 또한 다른 현업 기획자들이 일상의 분주함으로 인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을 정리하고 이야기하는 게 선험자로서 해야 할 본분이라 믿기 때문이다.
"창조적 역량"이라는 문제는 뜨거운 감자다. 그러나 현업에서 일하는 우리는 분명 기획이라는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일상에서 창조적 역량이 모든 사람에게 있긴 하지만 그 차이가 있음을 느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이야기를 꺼내지 못하는 것은 인간에 대한 평등이 훨씬 중요한 가치라고 믿기 때문이다. 창조성이라는 측정하기 힘든 가치로 인간을 구분할 수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나 또한 그런 의견에 동감한다. 때문에 나는 창조적 기획을 하기 위해 전문적 훈련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전문적 훈련은 현업에서 다양한 주제에 대해 고민하고 실천하며 기술적이며 학문적이며 인류애적 문제의식을 가질 때 완성될 수 있다. 발견되지 않은 능력은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 이 글에서 수없이 이야기한 것이지만 모든 인간의 본성적으로 창조적이다. 그러나 그 창조성조차 훈련받지 않는다면 그냥 평범할 뿐이다.
이 글은 많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이 글을 읽는 웹 기획자가 자신의 입장에서 내 주장과 이야기를 되짚어보고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기 시작할 때 비로소 웹 기획이라는 일의 복잡함을 더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게 될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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