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예쁜 새끼 많이 먹어~!’ 우리나라 부모는 애지중지하는 자식을 위해 밥상을 차려놓고 이렇게 말한다. 그러나 정작 고기보다 채소를 먼저 먹거나, 천천히 음미하며 먹는 등 건강하게 식사하는 법을 알려주지는 않는다. 그저 많이 먹으라고만 하니 어린 자녀가 고기나 햄에 손이 먼저 가는 것은 당연한 이치 아닐까? 많은 디자이너가 이와 비슷한 흐름에서 디자인을 배우며 어느 순간 슬럼프에 빠진다. - 글 디자인팝 대표 김민호
디자인도 꾸준한 연습이 필요하다
오래 전부터 같은 업계에 있는 디자이너들과 소통, 공감하면서 재능을 나누고 상생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 생각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마련한 것이 바로 디자인팝 나눔 프로젝트란 테이블 강의다. 작년 봄 강의를 시작했고 여름날 억수같이 쏟아지는 폭우에도 겨울날 영하 몇 십도의 칼 바람 속에서도 찾아와 준 디자이너들의 열의에 감동했다. 나눔 강의를 하다 보면 많은 디자이너가 비슷한 질문을 하는데 그 중 가장 자주 하는 질문이 “어떻게 하면 디자인을 잘 할 수 있을까요?”란 질문이다.
야구 선수들은 매일 야구 경기를 위해 연습한다. 가수들도 하루도 빠짐없이 발성 연습을 하며 무대를 준비한다. 뮤지컬 배우들도 멋진 공연을 위해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감수하며 연습을 한 후에야 비로소 무대에 선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디자이너들은 디자인 연습을 하는가? 이들에게 질문을 던졌을 때 ‘전 매일 디자인 연습을 합니다’라고 답할 수 있는 디자이너가 과연 얼마나 있을까? 디자이너 대다수가 회사에서 하는 일을 연습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이는 야구 선수가 경기를 연습 삼는 것과 같다. 이들에게 1만 시간의 법칙을 강조하고 싶다. 하루에 20분 이상씩 연습에 투자하길 바란다.
디자이너라면 좋은 디자인을 하기 위해서 퀄리티 높은 자신만의 리소스를 꾸준히 모아 둔다. 그렇게 준비한 리소스는 아이디어 발상에 많은 도움을 준다. 나는 아이패드에 CI, BI, 패키지, 편집, 기발한 광고, 명함 디자인, 사진, 아이디어 상품, 제품 디자인, 포스터 등 각 폴더에 수많은 자료를 두고 있다. 이는 아이디어와 통찰력, 감각의 향상을 위해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얻은 것이다. 매일 잠들기 전 20분씩 이미지를 스캔했다. 이와 같은 습관은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에 만족할 만한 콘셉트와 방향을 설정할 수 있도록 돕는다. 뛰어난 디자이너가 되는 것은 단순한 스킬이 필요하기보단 어떻게 자신의 능력을 드러내고 끌어낼 수 있느냐의 문제다.
메타포(Metaphor)화 하기
메타포의 사전적 의미는 직유법과 대조되며 암유(暗喩)라고도 한다. 암유는 원관념은 숨기고 보조관념만 드러내 표현하려는 대상을 설명하거나 특질을 묘사하는 표현법이다. 디자인은 메타포화하면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메타포는 어떠한 개념을 다시 다른 개념과 만나게 함으로써 전혀 새로운 개념을 만든다.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은 아이폰과 아이패드 역시 기존에 있던 기술을 다른 개념과 만나게 해 전혀 새로운 세계를 만들었다. 이런 예는 우리가 사는 세상에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메타포적인 사고를 위해서는 다르고 새로운 것을 대입할 수 있는 연습이 필요하다.
메타포화하는 것, 즉 은유법을 사용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만으로도 능력은 향상될 수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짧은 시간 안에 프로젝트의 콘셉트와 방향을 결정하는 데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
보이지 않는 것에 집중하자
디자이너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중 어느 것을 팔아야 할까? 보이는 것은 사람들이 가치를 쉽게 매겨 놓아서 그 이상을 얻기가 어렵다. 보이는 것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디자이너는 보이는 것보다는 보이지 않는 것을 팔아야 한다. 디렉팅한 프로젝트 중 하나의 예를 통해 보이지 않는 것을 도출해낸 이야기를 소개한다. 삼호뮤직이라는 출판사 CI 리뉴얼 프로젝트다. 삼호뮤직은 30년 동안 음악 도서 업계를 이끄는 출판사로 클래식, 실용음악 관련 기초 및 전문서적을 출판하고 있다. 또한, 구매자와 사용자가 다른 점이 특징이다. 주요 구매자는 30~40대 교사들이며 실제 그 책으로 공부하는 이는 주로 우리가 꿈나무라고 부르는 아이들이다.
국내 그래픽 회사 대다수는 외부에서 자신의 회사나 브랜드를 보여주고 싶어하는 비주얼 아이덴티티 개발에는 능하지만 정작 자사 직원이 바라보는 회사의 정체성이나 브랜드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사람으로 비교하면 내면보다는 외모에만 집중하는 격. 막강한 브랜드의 힘은 외부로 보이는 것뿐 아니라 그것을 만들고 계획하고 운영하는 내부 직원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에서 나온다. 그렇다면 삼호뮤직 직원들은 자신이 다니는 회사의 정체성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인터뷰 결과 단지 ‘음악 관련 출판사’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국내 경쟁회사들과의 차별성을 두지 않는 이상 확실히 구분되지 못한다는 것에는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삼호뮤직의 새로운 슬로건을 만들어 제시했다. ‘음악을 통한 미래교육’. 아이들이 우리 미래라는 것에 모두 공감할 것이다. 삼호뮤직에 미래 곧, 우리 아이들에게 음악으로 교육하고 매체를 출판하는 회사란 아이덴티티를 심었다. 이로써 삼호뮤직은 음악 관련 출판사에서 음악을 통해 우리의 희망인 미래(아이들)를 교육하는 회사로 확실히 정체성을 찾았다.
다음은 그래픽이다. 삼호뮤직의 새로운 CI의 모티브는 바로 ‘비(RAIN)’다. 출판사와 비가 대체 무슨 연관이 있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교육은 인간에게 엄청난 영향력을 미친다. 누구에게 어떤 것을 배웠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미래가 바뀔 정도로 말이다. 디자인의 그래픽적 모티브 중 자신의 색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모티브가 두 가지가 있다. 바로 눈과 비다.
눈은 이기적이다. 내려오며 세상을 조금씩 덮는 자신이 흰색이니 모두 흰색으로 변하라 말하는 것 같다. 마치 100문제 가르쳐 주고 다음에 시험을 봐서 성적이 좋으면 그 사람은 공부 잘하는 사람, 좋지 못하면 그 사람은 공부 못하는 사람이 되는 현실처럼. 반면, 비가 오면 나무의 녹색은 더 진한 녹색으로, 화려한 꽃의 색상은 더욱 선명하게 표현된다. 본연의 색이 더욱 또렷해지는 것이다. 삼호뮤직 CI 모티브 비는 공부는 못하더라도 자신만의 장점과 소질이 있다면 그것을 더욱 살려주는 교육을 하는 회사가 되겠다는 의미다. 또한, 인재는 거목에 빗대는데 아무리 좋은 씨앗이 땅에 떨어져도 비가 내리지 않으면 싹을 틔우고 잎을 키우지 못해 큰 나무가 될 수 없다. 그래서 비는 삼호뮤직에게 매우 중요한 모티브라고 판단했다.
또한, 비에서 흥미롭고 재미 있는 디자인 콘셉트를 추가로 도출했다. 그 종류가 봄비처럼 잔잔히 내리는 비도 있지만 여름철 폭우처럼 굵은 빗방울에 사선으로 힘차게 떨어지는 비도 있었던 것. 봄날 소리 없이 대지를 적시는 봄비는 묵묵하게 전 회사를 총괄하는 대표의 역할에 접목했다. 영업 직원에게는 힘과 열정 에너지가 느껴지는 굵고 힘 있는 폭우를 빗댔다. 이는 디자인으로 형상화해 명함과 차량에 적용했다.
삼호뮤직은 주저하지 않고 프로젝트 진행을 결정했다. 우리 회사는 실제로 프로젝트 제안 컨펌률이 90% 이상에 이른다. 그만큼 보이지 않는 것의 힘은 상상하는 것보다 막강하며 많은 이를 감동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오랜 실무를 통해 습득하고 깨달았다.
김민호 대표가 운영하고 있는 디자인팝 커뮤니케이션은 웹에이전시가 보유하고 있는 크리에이티브 디자인을 바탕으로 온오프라인 통합 브랜드 전략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김민호 대표는 2011년부터 꾸준히 나눔 강의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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