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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읽은 것에 대해서

'불편한 편의점' 불편하지만 지나가야 하는 편의점 속 인간군상들의 이야기

kimdirector 2021. 9. 14. 08:00 

 

 

 

 

불편한 편의점

 

저 김호연 / 나무옆의자 / 2021.04.20 / 한국소설

 

독서기간 : 2021.09.07 ~ 09.09

 

 

 

 


 

 

 

 

이 소설을 선택한데에는 아무런 의미도 없이 그냥 편하게 읽자라는 마음에 읽게 되었는데, 은근이 손을 놓지 못하는 책이 되어 버렸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마지막 장을 넘기기까지 그러했던 기억이 있다. 지난 여러번의 리뷰에서 얘기했듯이 본인은 출퇴근하는 시간에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 늘 그랬듯이... 이 책은 묘하게 빠지게 하는 힘이 있어서일까. 전철에서 내려야 하는 순간을 놓치고 한 두 역을 지나친 적이 두어번 있다. 내리기 전에 역을 확인하고 다음 역에서 내려야지 하고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나면 이미 내려야 할 역을 지나친 것이다. 이렇듯 묘하게 책에서 손을 놓지 못하는 이유를 모른 채...

 

《불편한 편의점》은 오랜만에 신작을 읽어서인지, 아니면 현시대를 배경으로 한 탓인지 친근감이 앞서는 소설이다. 대부분 읽은 소설들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회귀한 듯한 느낌을 가지고 읽는 소설들이 대부분이여서 그런지 오랜만에 현 시대를 다룬 소설이다 보니 다시금 타임머신을 타고 현재로 돌아온 느낌이라 왠지 반가움이 더한 소설이 되었다. 소설 속에서는 다양한 편의점 물건들의 브랜드를 그대로 노출하고 있다. 옥수수수염차, 참이슬, 참깨 컵라면 등등, 우리 생활 속에 익숙한 브랜드의 제품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그래서 더욱 이 소설이 친근함을 더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특히, '참참참'이라는 패키지가 등장하는데, 참깨 컵라면과 참치 삼각김밥, 참이슬의 앞글자만 따서 그렇게 이야기하는데, 나도 한 번도 함께 먹어 본 기억이 없다 보니, 내심 궁금해질 때가 있다. 소설 속에 주인공인 '독고'라는 인물은 노숙자였지만, 편의점 점장인 아줌마의 도움으로 알바를 시작하지만 알콜성 치매를 스스로 치유하기 위해 옥수수수염차를 술 대신 마시며, 참참참을 찾는 중년 남자에게 술대신 마시면 좋다고 권하기도 한다. 가끔은 너무 대놓고 옥수수수염차를 홍보하는 게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또한, 코로나 시대를 반영한 부분도 등장하기도 한다.

 

《불편한 편의점》의 시작은 나이 드신 어르신이 부산으로 가기 위해 서울역에서 기차에 몸을 실었지만, 지갑이 없어진 것을 확인하고 안절부절못하는 사이 서울역에서 지갑을 주었다는 전화를 받고 만나게 되는 '독고'라는 덩치 큰 곰같은 남자를 만나면서부터 불편한 편의점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리고 우연인지 알 수 없이 노숙자인 '독고'와 편의점을 운영하는 어르신과의 인연은 계속된다. 그리고 어르신은 편의점을 운영하면서 새벽타임에 일할 사람을 알아보던 중 노숙자인 '독고'를 알바로 고용하게 되고, 독고는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며 오가는 사람들에게 뜻하지 않은 도움을 주게 된다.

 

이 소설은 그냥 편하게 읽으면 부담스러운 주제의식을 가지지 않아도 된다. 단순히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편의점에서 일어날 법한 우리 이웃들의 애환을 이야기하고 그 속에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지만 하나씩 해결해 가는 상황이 억지스럽지가 않아서 좋다. 우리는 늘, 언제나 한두 가지의 고민거리를 안고 살아간다. 하지만, 해결책을 만들어 주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생각한다. 혹자들은 이렇게 얘기한다. 이 세상에 고민없는 사람이 어디 있냐고, 다들 힘들고 지쳐가지만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는 거라고, 그렇게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거라고... 맞는 말일 듯 하지만, 이 세상 모든 사람이 다 똑같지는 않다. 어떤 사람은 힘겹게 이겨내는 사람들이 있지만, 결국에는 지쳐 쓰러지는 사람도 있는 법이지 않나. 하지만 주의를 돌아보면 나보다 더 힘든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이 소설 속 이야기들은 그렇게 힘겨워하는 사람들에게 작은 등불이 되어 꺼지지 않는 힘이 되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야기 하나하나에 의미를 담고, 내 주위를 돌고 돌아 다시 제자리에 서게 되는, 아니 다시 시작이라는 의미를 담고 되새기게 된다. 그 주변인들 속에 중심적 역할을 하는 주인공인 독고로부터 시작이 된다. 집에 돌아가기 전 늦은 시간에 편의점에서 참참참을 먹는 중년 남자의 이야기, 같은 편의점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아줌마의 아들과의 갈등에 대한 이야기,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는 취준생의 이야기, 글을 쓰는 신입 작가의 이야기, 편의점 사장님의 아들과의 관계 등등, 모든 이야기는 독고로 부터 시작되지만, 그 끝은 모두 자신들의 몫으로 해결해 나간다. 이렇듯 극의 배경이 되는 편의점에서 우리 이웃들의 세상 살아가는 인간군상들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그런데 소설의 제목인 《불편한 편의점》인 부분을 잘 파악하면 쉽게 이해가 될 듯하다. 불편하다는 부분은 모두 독고로 부터 시작된다. 편의점을 찾아오는 손님들의 대부분은 알바를 하고 있는 독고를 불편해한다. 쓸데없이 간섭하고, 참견하는 모습이 본인들은 성가시고 불편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나쳐야 하는 편의점을 참새가 방앗간을 못 지나간다는 것처럼 쉽게 떨쳐 보내지 못한다. 불편하지만 어쩔 수 없는 장소, 그 편의점이어야 하는 이유를 작가는 잘 설명하고 있다.

 

결국 독고는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자신의 과거를 기억해 내며, 편의점을 그만 둘 밖에 없는 이유를 편의점 사장님과 이야기하며, 독고의 떠나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배웅을 서울역에서 하게 된다. 첫 인연의 시작도 서울역이고, 인연의 마지막을 서울역에서 하면서 서로에게 진심어린 이야기를 하며 독고는 기차에 몸을 싣고 떠나는 부분에서 이 소설은 끝맺고 있다. 극의 흐름상 후반으로 넘어가면서 되찾은 독고의 과거로 인해 이야기가 초중반을 이어오던 흐름이 바뀌는 부분이 조금은 아쉽게 느껴진다. 그동안 독고와 함께 편의점에서 만났던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며 모두들 행복한 결말을 짓고, 독고 또한 자신의 행복을 위해 과거 속의 과오를 잊지 않기 위해 각오를 다지는 부분을 편의점 사장님과 함께 하는 장면을 조금은 가슴 찡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부분도 있다.

 

《불편한 편의점》은 우리가 흔하게 들락날락할 수 있는 이웃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독고라는 남자로 하여금 이웃들의 고민을 해결하는 모습을 가슴 따뜻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느낀 건 어쩌면 우리 사회가 아직 혼자가 아닌 모두, 우리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를 다시금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소 생소하게 다가오기는 하지만 결코 낯설지 않은 모습이 있을 듯하다. 이 소설 속의 모습에서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바가 있을 듯해서 교훈이 될 수 있는 있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이 소설은 첫 문장에서 얘기했듯이 손에서 놓기 어려운 책이다. 그만큼 흡입력 있게 읽을 수 있을 듯하다. 진지하게 다가서지만 결국 무겁지 않은 이야기들, 그리고 위트 있는 장면들이 곳곳에 숨어 있어서 읽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을 만큼 단단한 스토리 구성을 가지고 있는 소설이라고 소개하고 싶다. 상황마다 구구절절한, 장황된 스토리 전개 방식이 아닌 간결하게 진행하는 부분도 읽는 것에 대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불편한 편의점2' 불편한데 자꾸 가고 싶은 편의점의 더 깊어진 두번째 이야기의 시작

불편한 편의점2 저 김호연 / 나무옆의자 / 2022.08.10 / 한국소설 독서기간 : 2022.08.30 ~ 09.05 김호연 작가의 소설을 읽으면서 마음이 차분해지고 따뜻함을 느낄 수 있어서 좋은 기억을 가질 수 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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