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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읽은 것에 대해서

'선한 이웃' 권력 앞에 서슴없이 괴물이 되었던 사람들의 이야기

kimdirector 2021. 9. 2. 08:00 

 

 

선한 이웃

저 이정명 / 은행나무 / 2017년 05월 29일 / 한국소설

 

독서기간 : 2021.08.23 ~09.01

 

 


 

 

지금은 잊혀가던 역사의 흐름 속에 있었던 1980년대, 암울했던 당시의 시대상을 그대로 느끼게 했던 소설일 것이다. 해맑던 니의 어린 시절의 기억 속에서 느꼈던 강한 최루가스로 인해 힘들었던 기억밖에 없다. 당시에 대학생이었던 수많은 형들이 왜 그토록 투쟁하고 국가 권력과 마주하며 싸워야 했던 이유를 나는 몰랐다. 지금에서야 다시금 당시의 수많은 민중들의 힘겨운 싸움을 알게 된 것은 한참이 지난 후에 알게 되었다. 이 소설은 그때의 힘겹게 지낸 온 많은 사람들을 대변할 수 있는 소설이지 않나 생각한다.

 

《선한 이웃》는 많은 인물이 등장하지만 그 중심에는 몇 사람만이 극의 흐름을 바꾸는 주요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 속에는 국가권력의 정보기관의 요원인 ‘김기준’은 얼굴도 모르는 실체를 알 수 없는 지하 운동가의 핵심인 ‘최민석’이라는 인물을 검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으로 등장하며, 그리고 당시의 시대 속에서 살아왔던, 억압받던 이들이 국가 권력에 의해 자행되었던 수많은 사람들의 핍박을 받던 사람들 중에 몇 사람들의 이야기를 토대로 진행된다. 극작가인 '이태주'는 피날레를 장식해야 할 "줄리어스 시저"의 마지막 공연에서 “로마는 한 사람의 독재에 무릎을 꿇을 것인가”라는 브루터스의 대사가 문제가 되어 기관에 연행되어 15일 만에 풀려나지만, 배반자라는 오명과 함께 연극계에서 자리를 잃게 된다. 그리고 그를 돕는 ‘김진아’는 배우가 되겠다는 일념 하나로 이태주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이태주의 연극을 무대 올리는데 적극적으로 돕는 역할을 한다.

 

이 소설 속의 소제목들은 모두 주요 등장인물을 중심으로 진행되지만, 정보원인 '김기준'과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이태주' 그리고 연극배우인 '김진아'가 극에 중심을 이끌고 있다. 주요 등장인물들은 극의 흐름을 이어가는데 중요한 단초를 제공하며, 무소불위의 국가 권력 앞에 어떻게 행해야 되는지를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다. 특히, '김기준'이라는 인물은 국가 권력의 협박으로 인해 자신의 꿈은 무너지고 정부기관의 요원으로 활동하며 자신의 삶은 잘못된 세상 때문이라며 세상을  원망하고 모든 책임은 세상에 있다고 얘기하고 있다. 자신은 국가기관의 일을 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일을 한 것이라 얘기한다. 결국 자신의 일은 악을 위한 일도, 선을 위한 일도 아닌 단순하게 자신의 일을 한 것이기 때문에 세상에 떳떳하다는 핑계를 그럴듯하게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빨갱이를 잡고 좌익분자를 색출하는 일은 정치적 신념 때문이 아니라 그의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는 최민석을 쫓기 위해 일한 것이 아니라 일을 하기 위해 최민석을 쫓았다. 그냥 일을 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일에 충실했고 최선을 다했다. 그것이 제대로 일하는 방식이었다. - <선한 이웃> 중에서

 

이 얘기를 들었을 때, 과연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모를 일이지 않을까 생각되는 부분이다. 고통 속에서 살아야 하는 민중들에 대한 죄의식 조차 가지지 못하는 부분이라 할 수 있을 듯하다. 또한, 국가 권력의 무소불위 앞에 무릎을 꾾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여러 가지일 것이지만, 자유가 말살된 사회, 유린되는 인권, 통제되는 언론, 그리고 끊임없는 선동과 공작의 이야기가 1980년대 대한민국의 사회가 실제로 겪어왔던 쉽지 않은 이야기를 주요 등장인물을 통해서 진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아래의 대화는 정보기관의 관리자와 김기준의 대화 속에서 당시의 진실을 어떻게 받아 들일지에 대해서 대화를 한 부분이다.

 

"중략... 인간은 무언가에 사로잡히기를 원하는 존재야. 예수, 마르크스, 모택동, 무슨 주의니 무슨 주의니 하는 이념들, 하다못해 엉터리 점쟁이까지. 앎으로써 믿게 되는 진실이 있는가 하면 믿는 대로 알게 되는 진실도 있다는 거지. 그러니 중요한 건 진실이 아니라 진실이라고 믿게 만드는 거야.” - <선한 이웃> 중에서

 

소설 속에서 상당 부분을 연극에 대한 이야기, 연극 속의 등장 배우들의 이야기가 상당히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연극에 조예가 깊지 않은 독자들에게는 다소 생소하게 들릴 수도 있고, 어려운 내용으로 다가올 수 있는 부분들이 많다. 특히 '엘렉트라의 변명' 이라는 연극을 무대에 올리며, '이태주'가 보여주고 싶은 메시지가 명확하게 드러낸다. 민주주의에 대한 강한 열망과 억압받던 당시의 자유 의지를 표출해야만 했던 시대에 대한 비판의식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래 내용은 김기준이 이태주를 심문하는 과정에서 나눈 대화의 일부이다. 이태주는 자포자기 심정으로 내뱉은 말이기는 하지만 스스로 죄인이 된 듯 말하는 장면이다.

 

"그가 옳은 일을 했다해도 그 행동까지 옳다고 말할 수 없었다, 그가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해도 달라질 건 없었다.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는 것뿐만 아니라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것 역시 죄라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을 테니까.  세상을 지옥으로 만드는 건 살인자나 테러리스트 같은 악한이 아니라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선한 이웃들이다. 인간은 죽어서 지옥에 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동안 지옥을 만드는 것이다"- <선한 이웃> 중에서

 

'이태주'는 '엘렉트라의 변명' 연극 무대에서의 폭탄테러라는 불명예스러운 상황에서 구속되어 9년이라는 세월을 교도소에서 보낸 후 30년이라는 세월이 지난 시점에 스토리의 후반부를 마무리하고 있다. '이태주'는 변화된 사회 속에서 어렵게 살아가다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되고, '김기준'은 국회의원이 되어 지난 세월에 대한 회한을 얘기한다. '김진아'는 두 번의 결혼과 암을 이겨내고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극단을 세워 연극에 전념하게 된다. 30년이 지난 시점에서 다시 한번 '엘렉트라의 변명'을 연극무대에 올리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김진아'의 열연으로 많은 박수갈채를 받게 된다. 이 장면에서는 조금은 감동적인 순간을 보이기도 한다.

 

작가 '이정명'은 국가 시스템 또는 사상적 이념 또는 정치적 사상으로 인해 평범한 사람들을 어떻게 악으로 만들어 가는지, 민중을 어떻게 국가 권력의 하수인으로 만들어 가는지 잘 보여주고 있고, 그렇게 만들어진 민중의 악을 어떻게 이용하고 있는지 '김기준'이라는 인물과 '이태주'라는 인물을 통해서 잘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평범한 인간에게는 국가 권력의 시스템이나 사상적, 정치적 이념이라는 기치 아래에서 대항할 때 민중의 악이 발현되기도 하지만, 권력을 휘두르는 사람들이 지배하는 세상에서는 그저 소리 없이 사라져 가야 할 운명임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도 이 소설의 주된 핵심이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선한 이웃》을 통해서 얘기하고자 한 메시지 또한 명확할 것이다. 어두웠던 그 시절을 살아온 사람들과 그 시절을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단순하게 소설적 재미보다는 무겁게 느껴질 울림과 충격을 얘기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작가적 상상력과 우리 사회가 겪어 왔던 어두운 한 단면을 보여 줌으로써 다시는 그러한 사회로 돌아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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