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
Demian : Die Geschichte von Emil Sinclairs Jugend Hermann Hesse
저 헤르만 헤세 / 역 서상원 / 스타북스 / 2019.12.10 / 독일소설, 성장소설
독서기간 : 2022.11.04 ~11.11
데미안은 아주 어렸을 때 읽었다. 초등학교 때가 아닐까 생각되지만, 책에 대한 기억은 거의 없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책에 대한 생각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어렴풋이 기억나는 것은 책이 너무나도 재미없었다는 기억만 되살려 냈다. 성인이 되어 다시 읽어 본 데미안은 어려웠다는 생각이다. 다시 생각해 보면 어렸을 때 이 책이 재미없었다는 이유가 다름 아닌 어려웠을 것이라는 추측이 예상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책의 내용이 어렵다기보다는 그 속에 담겨 있는 숨어 있어 보이지 않은 깊은 뜻에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단순하게 생각해 보면 어렸을 때의 책 속 이야기는 그저 그런 내용으로 단숨에 읽었다는 기억뿐이라 그 속에 담긴 진짜 내용이 무엇인지 인지하기 어려웠을 거란 나름대로의 추측 때문일 것이다.
데미안은 부재를 달고 있다. 주인공인 에밀 싱클레어의 청년 시절의 이야기가 부재인데, 그 이유가 출간 당시인 1919년이고 보면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인 것을 감안한다면, 당시 유럽 사회 전반에 깔려 있는 퇴페적이고, 타성에 젖어 있는 사회와 기성세대들의 모순된 윤리관과 종교관으로 인해 작가인 헤르만 헤세는 그런 것들에 대한 비판의식이 담겨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책들의 내용을 보면 전반적으로 그러한 내용들이 많이 담겨져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 보여진다. 때문에 출간 당시에는 에밀 싱클레어라는 이름으로 책을 발표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고, 책 속의 주인공인 에밀 싱클레어는 자신의 내면세계에 대한 양면성을 통해서 고뇌하고 방황하는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싱클레어는 어렸을 때 부터 자신의 내면에 깃든 양면성을 이야기하면서 시작한다. 하나는 안정적이고 평화로운 세계, 다른 또 하나의 세계는 복잡하고, 이유를 알 수 없는 의문 덩어리를 품고 있는 불확실성의 어두운 세계가 공존하고 있다. 두 가지의 세계는 서로 상충되고 충돌하면서 싱클레어의 정신을 흔들고 있지만, 싱클레어는 불확실성의 어두운 세계에 매료되어 방황을 하기도 하고 일탈을 겪으며 이야기는 진행된다. 싱클레어는 그렇게 방황과 일탈 속에서 성장해 가면서 자신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몇 명의 인물들을 만나게 된다. 그중에서 싱클레어의 성장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막스 데미안’이라는 친구를 만나면서 방황 속에서 유일한 구세주로 등장하게 된다. 그렇게 막스 데미안은 싱클레어의 이야기 속에서 마지막까지 함께 하게 되는 유일한 인물로 등장한다.
싱클레이는 산책 중에 만난 이름도 모르는 여인과 사랑에 빠져 베아트리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초상화 속의 베아트리체는 자신의 오랜 친구인 막스 데미안이라는 사실을 알고 놀래기도 한다. 결국 자신의 내면세계 속에는 막스 데미안이라는 인물이 깊숙하게 자리하게 되면서 자신과의 운명을 깨닫게 되기도 하고, 피스토리우스라는 목사의 아들을 우연히 만나게 되면서 정신적 교감을 이루려 하지만 실패를 겪게 되지만, 이는 오히려 막스 데미안이라는 친구를 더욱 간절하게 원하는 계기를 만들게 된다. 그리고 꿈속에서 보던 이름 없는 여자의 모습이 막스 데미안의 어머니인 에바 부인인 것을 알게 되면서 한 때 편안하게 살아가게 되지만, 오래 함께할 수 없는 관계임을 느끼고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전쟁터로 떠나게 된다.
데미안은 싱클레어의 1인칭 시점으로 모든 이야기가 전개된다. 따라서 싱클레어가 없는 이야기의 전개는 등장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이 소설은 싱클레어 자신의 성장이야기를 고백이라는 단어가 적절하게 어울릴 만큼 담백하고 무미건조하게 펼쳐지는데, 싱클레어의 청년시절까지의 삶이 조금씩 단단해져 가는 느낌을 받았다. 싱클레어의 내면 속에 막스 데미안이라는 인물이 자리 잡으며 그로 인해 올바른 길로 인도받았다고 볼 수 있지만, 모든 것에는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에는 자신이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책 속의 모든 내용은 자신의 내면의 길을 파고드는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조금 다른 감정을 가지게 된 책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처음부터 왠지 모를 묘한 감정을 가지고 읽게 되었는데, 주인공인 싱클레어는 정신착란을 겪어 오면서 마주한 인물인 데미안은 자신 내면 안에 깃든 자신만 볼 수 있는 인물이였던 것이고, 자신 스스로 치유되었다는 것보다는 막스 데미안을 통해서 자신을 치유한 것이라는 것이다. 데미안을 읽으면서 하나의 색깔만이 떠올랐다. 아무런 색체적 느낌이 없는 무미건조한 회색빛이 그 색깔이다. 싱클레어의 몽환적인 정신세계 속에는 화려한 색체가 지닌 의미가 없는 회색빛으로 채워져 있어 막스 데미안이라는 인물을 만들어 내고, 그 인물을 통해서 소통하면서 화려한 색깔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그렸다고 생각할 수 있다. 데미안이라는 말의 기원은 데몬(Damon)과 같은 뜻이라는 것도 이번에 알았다. ‘악마에 홀리다’라는 뜻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는데, 약간의 소름이 돋았다. 여러분의 내면에 데미안과 같은 존재가 있지는 않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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