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해 진다는 것도스토예프스키의 '죽음의 집의 기록'(정음사, 1968)의 가장 끔찍한 전언은 맨 앞 대목에 숨겨져 있다: "... 그러나 인간의 사는 힘은 강하다. 인간은 모든 것에 익숙해질 수 있는 동물이다. 나는 이것이야말로 인간에 대한 가장 훌륭한 정의라고 생각한다." 모든 것에 익숙해질 수 있는 동물이라... 그 동물은 체념에도 쉽게 익숙해진다. 불편하고 더러운 것, 비인간적인 것에 익숙해진 인간의 모습은 더러운 것인가, 안 더러운 것인가? (71p) 김현 지음 '행복한 책읽기 - 김현의 일기 1986~1989' 중에서 (문학과지성사) 익숙해 진다는 것... 그것은 인간에게 '축복'이자 '한계'입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표현대로, 인간은 '모든 것'에 익숙해질 수 있는 동물입니다. 그래서 힘든 일도 견뎌낼 수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