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굴레에서 1
Of Human Bondage
저 윌리엄 서머싯 몸 · 역 송무 · 민음사 · 1998.09.30
영미소설 ·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1
2025.04.02 ~ 04.09 · 08시간 31분
윌리엄 서머싯 몸의 책을 언제 읽었는지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오래된 것 같다. 리뷰 기록을 살펴보니 2017년 6월에 마지막으로 읽은 책이 “달과 6펜스”였다. 시간이 꽤나 흘렀지만, 그 내용은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는 것을 보면 상당히 인상적인 소설이었다고 생각할 수 있을 듯하다. 아주 오랜만에 “윌리엄 서머싯 몸”의 소설 “인간의 굴레에서” 1편을 읽어 보게 되었는데, 오랜만에 읽게 되는 그의 소설이기에 기대심을 갖고 읽게 된 소설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의 굴레에서”는 저자인 “윌리엄 서머싯 몸”의 자전적인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만, 모든 내용은 아니고 대부분 각색되어 반자전적인 소설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소설은 주인공을 통해서 인간의 성장과정을 그리고 있는데, 스토리 속에는 인간이 살아가면서 겪을 수 있는 삶의 이야기를 통해서, 사랑과 욕망, 그리고 인간적인 고뇌 등을 탐구한 소설이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소설의 시작은 주인공인 필립 캐리의 어린 시절부터 진행된다. 필립은 태어날 때부터 발이 불편한 장애를 갖고 태어나는데, 어머니와 아버지를 잃고, 기독교 신자이자 목사인 백부(외삼촌)의 집에서 자라게 되지만, 백부는 목사답게 필립을 성직자로 키우기 위해 신학교를 보냈지만 필립은 오랜 신학 공부에 깊은 회의감에 빠지고, 자유롭지 않은 일상과 획일화된 공부 방식에 반기를 들며, 성직자는 자신의 길이 아니라는 판단에 신학교를 그만두고 런던으로 떠난다. 그리고 독일에서, 프랑스에서 회계사와 예술을 공부하며 자유로움을 만끽하는 삶을 살아가게 되지만, 이것마저도 여의치 않게 된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런던에서 의학 공부를 결심하게 된다. 그 와중에 한 카페의 홀 서빙을 하는 “밀드레드”라는 여자를 만나며 사랑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밀드레드는 필립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다른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하게 되고 필립은 깊은 상심에 빠지지만 밀드레드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까지가 1편의 줄거리라고 할 수 있다.
필립은 크나큰 성공을 위한 삶을 영위하기 위함이 아닌 자신이 무엇을 하며 살아가야 할지 고민하고 방황하는 모습이 1편 내내 이어진다. 그 이야기 속에서 필립은 다양한 인물을 만나게 되지만, 누구 하나 속 시원하게 필립 자신의 입장에 대해서 얘기하는 친구는 없었다. 아무도 누군가에게 자신이 고민하고 고뇌하는 부분을 얘기하는 사람이 있었다면 아마도 다른 삶을 살아가지 않았을까 생각할 수 있겠다. 하지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장애로 인해 세상 사람들의 편견에도 맞서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이는 결코 자신이 원해서 한 것이 아닌 자신의 그런 모습으로 인한 다른 사람에게 얕보이기 싫기 때문에 택할 수밖에 없는 고육지책이었다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자신은 타인과의 소통 없이 고립되어 가고 세상으로부터 소외되어 갔다. 필립은 자신의 신체적 장애를 극복하려 노력하지만, 내면의 갈등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고 여러 번의 선택에 실패하면서 자신의 길을 찾아가려 고군분투하게 된다.
또한, 필립은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중에 다양한 직업을 선택하게 된다. 회계사가 유망한 직업이라는 주변의 제안으로 독일에 있는 회계사 사무실에 들어가게 되기도 하지만, 적성이 맞지 않는다는 판단에 그만두고, 그림을 잘 그리는 필립은 화가가 되기 위해 프랑스에서 그림 공부를 하게 되지만, 일류가 아닌 그저 그런 화가가 될 수밖에 없다면, 그리고 화가 선생님에게서 들은 충고로 인해 재능을 없다고 판단되어 다시 런던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리고 백부와의 대화 속에서 자신의 아버지가 의사였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의사가 되기로 결심하고 공부를 하게 된다. 하지만, 의사라는 직업에 회의를 느끼고 방황하는 사이에 밀드레드를 만나게 된다.
이 소설 속에서 얘기하는 다양한 것들에 대해서 “굴레”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다. 원래 굴레라는 사전적 의미는 소나 말 따위의 머리에 씌우는 가죽 끈을 말하는데, 이는 사람이 가축을 용이하게 다룰 수 있게 만든 것이다. 가축들은 이런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사람이 조종하는 데로 이용당할 수밖에 없다. 이 소설 속에서도 그런 비유들이 많이 등장한다. 필립이 신학교에서 깊은 회의감에서 벗어나고 싶어 할 때, 그리고 다양한 직업의 선택으로 자신의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할 때, 그 안에는 목사인 백부가 있었다. 백부는 끊임없이 필립을 설득하고 충고를 하지만, 그럴 때마다 필립은 반기를 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이 사랑한 밀드레드에게 벗어나지 못하고 상심에 빠져드는 모습 속에서 그런 이유로 삶과 사랑의 굴레에 빠져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작가는 그런 의미에서 인간이 살아가는 다양한 삶 속에서의 굴레에 빠져,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 필립을 통해서 얘기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직 1편만 읽었을 때, 드는 생각들이지만,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위한 이야기였다고 볼 수 있다. 2편에서는 어떤 내용들이 필립을 힘들게 할지, 어떤 내용으로 자신의 고뇌와 고민들을 얘기할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바로 2편을 읽어 봐야 할 것 같다.
인상적인 문장
학교 시절의 쓰라린 생활과 참았던 굴욕, 놀림을 당할까 마음을 죄던 일들을 그는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학교를 나와서 이 세상과 맞섰을 때의 고독감, 그의 활발한 상상력이 약속했던 것과 실제 생활에서 당하는 것 사이의 극심한 차이를 발견한 데서 오는 환멸과 실망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기라는 인간을 외부로부터 바라보고 재미있는 듯이 미소를 지울 수 있었다.
남의 충고를 받고 처음부터 일을 성취하는 것보다는 자기가 저지른 실패에서 얻는 것이 더 많지 않을까요?
자네는 빈곤이 예술가에게 최대의 자극이 된다고 하는 말을 들었는지 몰라. 그러나 그런 수작을 하는 놈들은 빈곤이란 것을 뼈저리게 느껴 본 적이 없을 걸세. 빈곤이라는 것이 사람을 얼마나 비굴하게 만드는지 모르고 하는 수작이란 말일세. 빈곤은 사람을 끝없이 굴욕 속에 몰아넣는 것이며, 사람의 날개를 잘라 버리고 암처럼 영혼을 좀먹는 것이라네. 그렇다고 해서 큰 부자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아닐세. 다만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보존하고, 구속당하지 않고 일할 수 있고, 또 너그럽고 솔직하며, 일하지 않고도 먹고 살 수 있을 정도면 되는 걸세. 작가든 화가든 간에 생계를 위해 전적으로 그의 예술에 의지하는 예술가들을 나는 진심으로 불쌍히 여기네.
여러가지 인생의 경험을 추구해서 그 인생이 제공해 주는 모든 감정을 순간순간으로부터 얻고 싶었다.
“ 결국 부딪쳐 보는 것 뿐이다.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모험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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