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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이라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의도를 결과에 연결하는 관행에 대한 이야기

by kimdirector·2025. 5. 14. 08:07·

중간 여정 프롬프트: 바다 위의 작은 낚싯배, 폭풍, 번개, 어두운 구름, 큰 파도

 

 

 

구글에서 기술 리더이자 매니저로서 엔지니어링 조직을 이끌던 경험을 돌아보면, “전략(strategy)”이나 “전략적으로 행동하라(be strategic)”는 말은 기술, 제품, 조직 등 다양한 맥락에서 자주 등장했다. 하지만 이 말들이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지 정의하고, 실제로 일관되게 실천하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지금 이해하는 바에 따르면, 전략적으로 행동한다는 건 일종의 습관이며, 사고의 위생(thinking hygiene) 같은 것이다. 간단히 말해, 전략적이라는 것은 우리가 하는 행동의 결과가, 우리가 처음에 의도했던 바와 어긋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전략 분야의 권위자인 리처드 루멜트(Richard Rumelt)는 ‘좋은 전략’이 무엇인지 깊이 있게 분석해왔다. 그의 이론을 바탕으로, ‘의도’와 ‘결과’를 연결하는 다섯 단계의 순환 과정을 소개하고자 한다.

전략의 5단계 순환

  1. 모든 것은 ‘의도’에서 시작된다.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 속에서 어떤 변화를 만들고 싶다는 욕구가 생긴다. 이 의도는 "우리는 어디로 가고 싶은가?"라는 질문으로 표현된다.
  2.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문제를 진단하고,
    그 결과 우리가 향할 목적지가 정해진다. 그러면 다음 질문은 자연스럽게 "우리는 그곳에 어떻게 도달할 수 있을까?"로 이어진다.
  3. 이때 우리는 ‘방침(guiding policy)’을 세운다.
    즉, 어떤 방식으로 그 목적지를 향해 갈지에 대한 큰 방향을 정하는 것이다. 다음 질문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행할 것인가?"가 된다.
  4. 이 질문에 따라 실제 실행 가능한 행동들을 정리한다.
    이제 비로소 우리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눈앞에 생긴다. 그리고 우리가 행동을 취하기 시작하면 마지막 질문이 떠오른다. "그 결과는 어떠한가?"
  5. 이 단계에서 우리는 전략적으로 잘 하고 있는지 첫 신호를 확인하게 된다.
    결과가 처음의 의도와 잘 맞는가? "우리가 놓친 건 없을까?"라는 질문은 아주 중요하다. 처음 세웠던 의도와 지금의 현실을 비교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음 사이클로 넘어가는 것이다.

이 과정의 각 단계마다, 우리의 의도와 결과 사이를 어긋나게 만들 수 있는 여러 가지 오류가 숨어 있다. 우리는 종종, 우리가 이해한 상황을 마치 실제 현실처럼 받아들이고(“보이는 것이 전부다”), 진단이 사실이 아니라 가설에 불과하다는 점을 잊곤 한다. 또한 조직 안에 뿌리내린 습관, 문화, 관행들, 즉 ‘몸에 밴 전략(embodied strategy)’에 이끌려, 진단에 맞는 새로운 방법이 아닌 익숙한 방식을 고집하게 되기도 한다.

 

빨리 행동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충분히 고민하지 못하고 즉흥적으로 결정을 내리기도 하고, 다른 일들에 휘말려 정작 우리가 세운 계획을 제대로 실행하지 못하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실행한 후 돌아보며 “이게 정말 의도했던 결과인가?”를 점검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결과가 주는 피드백을 통해 더 나은 방향을 찾을 수 있는데, 우리는 종종 너무 지쳐서 그 반성의 시간을 놓쳐 버리기도 한다.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의 말처럼, 이 모든 힘은 “물(water)”과 같다.

우리는 그 안에 있고, 그 속에 둘러싸여 있으며, 어찌 보면 그 자체라고도 할 수 있다. 전략적으로 행동한다는 것은, 이런 보이지 않는 힘들을 잠깐이 아닌 지속적으로 인식하려 애쓰는 것이고, 그에 맞서기 위한 에너지를 끌어내는 것이다. 즉, ‘가장 논리적으로 보이는 다음 단계’처럼 느껴지는 역풍을 마주하는 일이다. 이런 역풍 때문에 전략적인 선택은 대개 쉽지 않은 선택이기도 하다. 하지만 혼란스러운 점은, 어려운 선택이 반드시 전략적인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선택이 어렵다고 해서 그것이 전략적으로 유의미하다는 보장은 없다.

 

전략적으로 행동하는 유일한 방법은 ‘꾸준한 연습’이 필요하다. 치아를 닦거나 운동을 하는 것처럼, 전략적인 사고도 따로 시간을 내어 반복해서 실천해야 한다. 다른 모든 일과 별개로 말이다.

 

그럼 나는 지금 전략적으로 행동하고 있는 걸까? 다음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자.

  1. 위에서 설명한 전략의 순환 구조와, 그 흐름을 방해하는 역풍에 대해 전반적으로 인식하고 있는가?
  2. 내가 일할 때, 이 순환 구조를 의식적으로 따라가며 판단하고 행동하는가?
  3. 일상 업무 외에도, 전략적인 역량을 키우기 위한 꾸준한 연습을 하고 있는가?

전략적 사고란 무엇인가?

이 글에서는 전략적인 일을 하는 사람을 "전략가(strategist)"라고 부르겠다. 환경에 따라 이건 공식적인 역할일 수도 있고, 리더나 매니저, 또는 개별 구성원이 맡는 일의 일부일 수도 있다.

 

흔히 떠올리는 전략가의 모습은 이런 사람들일 가능성이 크다.

  • 마법사 같은 사람
    상아탑에 앉아 모든 걸 꿰뚫어보며, 산업의 판도를 뒤흔들 다음 전략을 구상하는 존재.
    현실에선 그 누구도 이런 능력을 가지진 않는다.
  • 전략 디버거처럼 이 팀 저 팀을 떠도는 마술사
    방향을 바로잡아주는 조력자 같은 이미지다. 기술 업계에서 자주 보이긴 하지만, 이런 관계는 장기적으로 지속되기 어렵다.
    전략적 처방전이 일회용 밴드처럼 보이는 순간, 그건 모순에 가깝다.
  • 보이지 않는 손처럼 조직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숨은 설계자
    모든 자원이 잘 흐르도록 조용히 조율하는 존재.

이 모든 이미지는 다소 과장되고 만화 같은 느낌이지만, 어느 정도 진실을 담고 있기도 하다.

 

전략적인 일의 실제 모습은 다음과 같다.

  • 조직이나 산업 전반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넓은 시야에서 관찰하고,
  • 그 안에서 통찰을 꾸준히 제공하며,
  • 다양한 팀과 협력해 그들이 직면한 전략적 문제를 함께 다뤄주는 일.

그리고 많은 경우, 전략적인 일은 직접적인 ‘행동’보다는, 올바른 일이 자연스럽게 일어날 수 있는 조건을 조성하는 것에 가깝다. 그래서 보이지 않는 영향력이 중요해지는 것이다. 결국 전략적인 일을 한다는 건, 조직이 전략적으로 움직이도록 돕는 일이다.

 

그렇다면, 이걸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여기서 전략에 대한 중요한 관점이 등장한다. 전략은 ‘팀 스포츠’다. 전략가가 흔히 저지르는 실수 중 하나는, 자신이 ‘전략을 만든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슬라이드나 문서 형태로 멋지게 정리된 전략 아티팩트를 만들고, 리더들의 동의를 얻으면 그것이 전략이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다. 하지만 그 문서가 팀이 실제로 하고 있는 일과 일치하지 않는다면, 그건 진짜 전략이 아니다. 전략은 결국 우리가 팀으로서 실제로 내리는 수많은 결정들로 구성된 결과물이다. 우리 모두가 전략적 선택을 하고 있으며, 우리가 최종적으로 도달하는 전략은 이 집단적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이다.

전략가의 역할은 전략을 ‘정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조직이 어떤 전략을 따르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이해하고, 그 안에 숨어 있는 모순을 찾아내고, 이를 해결하도록 지속적으로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전략적인 일은 소크라테스식 과정이다. 조직 전체가 더 나은 사고 습관(thinking hygiene)을 갖도록 돕는 것이다.

 

 

 

마법사는 ‘감지하는 사람(sensing)’으로 진화한다.

불확실하고 복잡하며 예측 불가능한 세상(VUCA) 속에서, 환경과 깊이 연결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가 문제를 정확히 진단하고, 어떤 결과가 왜 나왔는지를 이해하려면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명확히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감지한다’는 것은 다양한 신호들을 민감하게 포착하고, 그것들을 읽을 수 있는 힘, 패턴, 트렌드로 정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감지 능력은 조직 외부와 내부 모두를 향하고 있어야 한다. 조직 바깥에서 일어나는 변화뿐 아니라, 내부에서 생겨나는 움직임까지도 읽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럴 때 ‘마법사의 높은 시야’는 정말 유용해진다. 현실의 바쁜 흐름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관찰과 해석에는 일정한 거리감이 필요하다.

설계자는 ‘프레임워크’를 만든다.

‘마스터마인드’는 이제 프레임을 만들고 다듬는 사람으로 역할이 전환된다. 이 역할의 핵심은 팀이 함께 전략적 사고를 해나갈 수 있도록 공통된 사고 체계(mental model)를 정립하고 확장시키는 것이다. 이 사고 체계는 전략적인 협업을 가능하게 만드는 공용 언어의 뼈대가 된다. 예를 들어, 누군가 회의에서 "이건 혁신가의 딜레마야" 또는 "보이지 않는 점근선이 있어"라고 말했을 때, 다른 사람들이 그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중요한 통찰이 놓쳐질 수 있다.


그건 그 렌즈(사고 도구)가 공유된 사고 체계 안에 없었기 때문이다. 누군가 그 개념을 설명하고 모두가 이해할 시간도, 마음의 여유도 없을 수 있다. 반대로, 모두가 공유하는 사고 체계가 넓고 잘 정리돼 있다면, 사람들은 짧은 말로도 깊은 전략적 대화를 나눌 수 있다. 하지만 이 사고 체계는 ‘위생’이 필요하다. “그냥 더 열심히 하면 되잖아!” 같은 왜곡된 렌즈는 팀을 무력하게 만들거나 길을 잃게 할 수 있다.

건강한 마술사의 모습은 ‘전략 연습’을 이끄는 사람이다.

마술사의 건강한 역할은 전략적 사고를 조직 전체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만드는 연습을 주도하는 것이다. 이제는 불을 끄러 다니는 대신, 지속가능한 전략적 사고 습관을 심는 일에 집중하고자 한다. 이런 전략 연습은 여러 형태를 가질 수 있다.


예를 들어

  • 시스템 사고 : 우리가 처한 환경을 더 큰 시스템 안의 힘으로 이해하는 방식
  • 시나리오 플래닝 : 다양한 미래를 상상하며 그 안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변화들을 예측하는 훈련

무엇이든 좋다. 핵심은, 팀 리더들이 단기 실행의 세부에 갇히지 않고, 더 멀리 보고 넓게 생각할 수 있도록 자극을 주는 것이다. 이런 연습이 자리 잡으면, 다른 팀들과의 협업은 임시방편이 아닌 ‘코칭’ 중심의 전략적 소통으로 바뀐다.

세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기

전략가는 세 가지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 감지(sensing), 프레임워크 만들기(frameworks), 전략 연습(practice). 그리고 이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감지와 프레임워크는 거의 정반대 성격을 가진다. 감지는 환경의 복잡성을 온전히 받아들이며, 그 안에서 흐름과 신호를 읽어내는 것이다. 때로는 완전히 새로운 트렌드나 기존 프레임을 뒤흔드는 아이디어를 발견하게 되는 행운을 얻을 수 도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프레임워크 역할과 충돌이 생긴다. 프레임워크의 역할은 리더십 팀 전체가 공유할 수 있는 안정적인 사고 구조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지 역할을 하다 보면, 이런 도구들 자체를 끊임없이 의심하게 된다. 이 두 역할을 한 사람 안에서 조율하는 건 매우 헷갈리고, 꾸준한 연습이 필요하다. 감지와 프레임워크 역할을 시간적으로 분리해서 운영하는 게 중요한 교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전략 연습(practice) 역할은 시간 관리에 있어 가장 큰 변수이기도 하다. 전략적인 사고에 대한 요청은 예고 없이 갑자기 생기고 사라진다. 이제 감지와 프레임워크의 균형을 잡았는데, 연습 역할이 불쑥 끼어들며 “지금 이 팀 도와줘야 해!”라고 외치는 식이다.

물(water)을 보다

전략적으로 행동하기로 결심했든 이미 전략적인 작업을 하고 있든, 그 선택에 박수를 보냅니다. 전략적인 작업을 하는 것은 부담스럽고, 마치 흐름을 거스르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물(water)"을 보기 위해서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 글에서 제시된 프레이밍이 여러분에게 일종의 나침반 역할을 하기를 바랍니다.

 

 

 

What Does It Mean to Be Strategic?

The practice of connecting intentions to outcomes

every.to

번역된 내용으로 의역이나 오역이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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