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의 존경과 사랑은 리더십의 궁극적 목적 아니다.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102호 (2012년 4월 Issue 1)
리더들의 모습은 제각각입니다. 강력한 카리스마가 넘치는 리더부터 낮은 자세로 사람들을 섬기는 리더에 이르기까지 천차만별입니다. 하지만 공통점이라곤 전혀 없을 것처럼 보이는 리더들의 모습 속에서도 일관되게 흐르는 보편적 원리는 존재합니다. 리더십 분야에서 탁월한 연구 성과를 내온 정동일 연세대 교수가 다양한 리더들의 모습을 통해 경영과 사회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합니다. 시공을 초월한 리더십의 근본 원리에 대해 많은 통찰을 얻어가시기 바랍니다.
리더십을 전공했고 20년 가까이 학교는 물론 많은 기업에서 리더십을 강의해온 필자가 가장 흔히 듣는 질문이 무엇일까? 그건 의외로 가장 기본적인 질문인 ‘리더십이 도대체 무엇입니까’다. 이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많은 리더십 학자들조차 리더십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리더십은 다양한 행동을 포함하고 상황과 개인에 따라서 다른 의미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DBR에 리더십 관련 연재 칼럼을 쓰기 시작했으니 이번에는 리더십의 가장 기본적인 이슈이면서도 누구나 혼란스럽게 느끼는 리더십의 정의에 관해 다뤄 보기로 하자. 리더십이 중요한 건 알겠는데 어떻게 개발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그 또한 리더십이란 개념 자체가 추상적이고 애매모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리더십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생긴다면 이를 개발하는 데 필요한 노력도 훨씬 수월해지리라 필자는 확신한다.
내가 생각하는 리더십이란?
이 칼럼을 읽고 있는 독자들은 잠시 DBR을 옆에 내려 놓고 1∼2분 정도 눈을 감고 명상을 해보기 권한다. 그리고 나에게 리더십은 어떤 의미일까에 대해 생각해 보기 바란다.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나에게 리더십은 이런 것이다’를 아래 칸에 써보기 바란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디서 보았던 멋진 리더십의 정의를 옮겨 적는 게 아니라 내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나만의 리더십에 대한 정의를 쓰는 것이다.
리더십 개발은 어느 누구의 리더십이나 행동을 모방하는 게 아닌 자기 스스로를 발견해 가는 과정이다
이렇게 해 보는 게 중요한 이유는 리더십 개발이 타인의 행동을 모방하는 게 아니라 명확한 자기인식(self-awareness)을 바탕으로 자신이 가진 장점과 단점을 파악해 장점을 극대화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물론 자기인식을 통해 자신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추구하고 싶은 꿈과 실천해야 할 가치를 발견했다면 이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론으로서의 모방은 가능하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리더십 개발의 가장 중요한 첫 번째 단계인 자기인식을 생략한 채 유명하고 성공한 리더들의 리더십 스타일이나 행동을 맹목적으로 모방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는 결코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며 오히려 본인의 정체성에 혼란만 가져올 가능성이 높아진다. 다시 말하지만, 이상적인 리더십 개발은 자신을 발견해가는 과정이다.
리더십이란?
그럼 리더십을 어떻게 정의하면 좋을까? 수많은 학자들이 자신의 연구에 따라 수천 가지 다른 방법으로 리더십을 정의하지만 필자가 생각하기에 가장 보편타당하고 리더십의 본질을 잘 나타내 주는 리더십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리더십은 부하들에게 긍정적 영향력(positive influence)을 통해 자발적 추종을 불러일으켜 조직이나 부서에서 원하는 목표를 달성(achievement of goals)하는 능력과 과정이다.”
여러분이 스스로 작성해 본 리더십의 정의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아마 조금 다르다면 필자가 선택한 리더십의 정의가 조금 더 포괄적이라는 점 정도일 것이다.
리더십은 두 가지 구성요소로 이뤄져 있다
이 리더십의 정의를 잘 살펴보면 결국 리더십이란 두 가지 구성요소로 이뤄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첫 번째 구성요소는 긍정적 영향을 통한 자발적 추종이 다. 리더십은 타인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행사해 그들의 자발적 추종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요즘 유행하는 소통, 칭찬, 배려, 혹은 열정 등의 단어들도 궁극적으로는 리더가 타인에게 주는 긍정적 영향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이해할 수 있다. 리더가 부하에게 행사하는 영향력이 긍정적이고 진정성이 높을수록 부하는 리더를 자발적으로 따르려는 경향이 있다.
두 번째 구성요소는 전략적 사고를 통해 올바른 방향 설정을 하고 이를 바탕으로 조직이나 팀에 필요한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다. 필자가 리더십 강의를 하면서 강조하는 것 중의 하나는 “리더의 궁극적인 목표이자 책임은 직원들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는 게 아닙니다”라는 점이다. 그럼 많은 분들이 “그럼 왜 긍정적 영향이 필요한 겁니까”라는 의문을 갖게 된다. 이는 리더가 부정적인 방법을 통해 성과창출과 목표달성을 하려다 보면 너무 많은 부작용과 저항이 생기기 때문에 필요한 것일뿐 직원들의 존경과 사랑이 리더십의 궁극적인 목표이자 리더가 가진 최종적인 책임은 아니다.그래서 필자는 특히 기업의 임원들에게 ‘착한 남자 (사람) 병’, 즉 ‘Good-man(person) syndrome’에서 벗어나야 임원으로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리더가 타인의 존경과 사랑에 지나지게 집중하게 되면 인기주의(populism)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표만 얻을 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고 어떤 공약이라도 남발할 수 있다는 지금의 많은 정치인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인기주의가 위험한 이유는 이들이 약속하는 여러 가지 것들의 궁극적인 목적이 부하/타인/대중의 가치를 증진시키는 게 아니라 자신의 가치와 이해를 높이는 데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기주의에 영합한 소위 ‘사이비’들의 약속에는 진정성도 없고 헌신도 없이 이벤트와 구호만이 있을 뿐이다. 영화 한 편 때문에 장애인의 인권과 복지를 위해 당대표가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다 큰 장애인을 카메라 앞에서 발가벗기고 목욕시키는 장면을 연출하는 정치인의 마음속에는 그들에 대한 진정 어린 애정과 사랑이 아니라 표심만이 있을 뿐이다.
직급이 올라감에 따라 리더십의 두 가지 구성요소에 대한 시각 전환이 필요하다
그런데 여기서 독자들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게 하나 있다. 자신의 직급 혹은 지위가 올라갈수록 리더십의 두 가지 구성요소의 상대적인 중요성이 바뀌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위와 이에 따른 책임과 리더십의 초점이 맞지 않기 때문에 리더로서 성공하기 힘들게 된다. 이를 리더십 전이(轉移: leadership transition)라고 한다.
리더십 전이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자신의 직급이 높아지고 책임이 달라짐에 따라 리더십의 초점이 조금씩 변화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림 1>에서 알 수 있듯이 좀 더 이상적인 리더십의 전이는 나의 직급이 올라갈수록 리더로서의 상대적인 초점이 긍정적 영향보다는 전략적 사고와 올바른 방향설정, 그리고 효율적인 실행을 통한 목표달성에 맞춰져야 한다. 인재개발을 잘하기로 유명한 GE 같은 기업은 리더십 파이프라인이란 모델을 통해 승진을 한 직원들에게 앞으로 성공하기 위해서 필요한 역량이 무엇인가를 알려주고 이를 준비할 수 있게 도움을 준다. 이런 미래지향적인 인재육성과 리더십 개발 시스템이 GE를 인재사관학교로 만드는 것이다.
자발적 추종이 아니라면 어떤 비용이 발생하는가?
자발적 추종이 리더십에서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리더와 부하의 관계가 긍정적 영향을 통한 자발적인 추종에 바탕을 두지 않는다면 비용(cost)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신뢰를 바탕으로 하지 않는 관계가 되면 리더는 부하들이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감시하고 사사건건 간섭해야 하는 ‘감시비용(monitoring cost)’을 감당해야 할 수밖에 없다. 간혹 자신의 지위를 바탕으로 일방적인 지시와 명령을 통해 일을 진행해가는 상사를 발견할 때가 있다. 이런 상사들의 특징은 자신의 지위 때문에 부하들이 자신의 말에 복종하고 일을 하는 것을 보고 그것이 자신의 리더십인 양 착각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점이다. 엄밀하게 이야기하면 그건 사람들을 ‘리딩(leading)’, 즉 이끄는 게 아니라 ‘매니징(managing)’, 즉 관리하고 있다고 해야 한다. 따라서 이들은 리더의 위치에 있다 해도 관리자 혹은 상사라고 불려야 마땅하다.
감시비용이 높아질수록 리더는 점점 여유가 없어지고 미래에 대한 생각을 할 기회를 빼앗기게 된다. 그리고 이는 시장의 추세나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고 올바른 방향을 설정할 수 없는 전략적 사고의 부재로 이어지게 된다. 그리고 부하는 점점 상사 눈치만 보며 수동적으로 일하게 된다. 내가 반드시 해야 할 일만을 하게 되며 부서나 팀의 성공과 발전보다는 내게 어떤 이익이 생길 수 있는가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 직장인들이 가장 고대하는 날이 자신이 모시고 있는 상사가 휴가를 가는 날이란 설문 결과에 고개가 끄떡여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발적 추종이 이뤄졌을 때 나타나는 현상
하지만 반대로 리더로서 내가 부하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어떻게 하면 끼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이를 실천한다면 부하들이 내게 자발적인 추종을 하기 시작할 것이다. 자발적 추종이 이뤄지면 리더는 부하가 업무를 추진하는 데 감시와 간섭을 할 필요가 없어지게 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조금 여유로워진 일정을 그들의 역량 개발을 위한 노력과 미래에 대한 구상으로 채워 넣기 시작한다면 어느덧 당신은 리더십이 제법 있는, 같이 일하고 싶은 리더로 평가받고 있을 것이다.
작년에 경험했던 일이다. 국내 어떤 대기업 임원들을 대상으로 3일 동안 리더십 워크숍을 진행했다. 3일째인 금요일 아침. 첫 강의를 마치고 오전 9시께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한 임원이 필자에게 오더니 이런 이야기를 했다. “교수님, 교육을 3일씩이나 받고 있는데 부하직원들한테 전화 한 통화 오질 않네요. 이거 좋은 겁니까?” 질문을 받고 곰곰이 생각해 봤더니 3일이 아니라 2∼3시간 정도의 강의를 하더라도 연신 전화통화에 문자를 보내는 임원이 흔히 있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래서 필자가 그 임원에게 농담 반 진담 반 이런 답변을 했다. “상무님… ‘모’ 아니면 ‘도’ 같습니다.” 농담이었지만 3일 동안 강의를 하며 관찰한 그 임원의 행동을 볼 때 ‘도’보다는 ‘모’일 가능성이 높다고 필자는 생각했다. 이게 긍정적 영향을 통해 자발적으로 일하게 만드는 리더가 즐길 수 있는 여유이자 경쟁우위(competitive advantage)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 중에 혹시 “나는 왜 이렇게 매일 퇴근할 때까지 정신 없이 바쁠까”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면 한번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리더로서 위기감을 느끼기 바란다. 왜냐하면 임원으로서 그렇게 매일 지시하고 간섭하느라 전략적 사고를 통해 올바른 방향을 설정하는 노력을 등한시하게 되면 결국 리더로서 자신의 경쟁력이 없어지게 되며 이는 본인의 수명을 단축시키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직급이 올라갈수록 중요한 일만 챙기고 직원들이 자유롭게 일할 수 있도록 하며 이들이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을 때 최선을 다해 이를 풀어주는 해결사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리더, 특히 임원의 시각이 외부의 시장과 고객, 그리고 변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야지 너무 내부지향적이면 직원들의 불편함이 쌓여갈 수밖에 없다. 행동은 일종의 습관이기 때문에 의도적인 노력을 하지 않고는 바뀔 가능성이 매우 적다. 지금부터라도 자발적인 추종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행동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이를 실천해 보자.
정리를 해보자.
이번 칼럼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질문 중 하나인 ‘리더십은 도대체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봤다. 그리고 리더십의 두 가지 구성요소를 바탕으로 직급이 변화할 때 이 두 구성 요소의 상대적인 중요성이 어떻게 변화돼야 하는가 하는 리더십 전이에 대해서 살펴봤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리더십의 첫 번째 구성요소인 긍정적 영향을 통한 자발적 추종이 이뤄지지 않을 때 발생하는 비용(cost)에 대해 이야기했다.
행동은 일종의 습관이기 때문에 의도적인 노력을 하지 않고는 바뀔 가능성이 매우 적다. 지금부터라도 필자의 칼럼을 바탕으로 나의 리더십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행동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이를 실천해 보자. 나를 성공하게 만드는 것은 업무 관련 역량보다는 내가 지닌 리더십이란 사실을 명심하자.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102호
필자 정동일 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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