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브게니 오네긴
Evgenii Onegin
저 알렉산드르 세르게예비치 푸쉬킨 · 역 김진영
을유문화사 · 2009.11.15 · 러시아소설
을유세계문학전집 25
2025.05.09 ~ 05.16 · 6시간 05분
‘예브게니 오네긴’은 러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알렉산드르 세르게예비치 푸쉬킨의 대표 소설로 9년이라는 시간 동안 집필된 소설이다. 1823년에 집필을 시작해서 1831년에 완성되었고, 1833년에 출간되었으며, 시의 형식을 갖춘 보기 드문 소설이다. 이 소설의 특징은 총 5,500여 행으로 이루어져 있는 시소설이다. 때문에 시가 가지고 있는 고정된 형식과 운율이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유지함으로써 독특함을 주고 있는 소설이기도 하다. 러시아 문학에서 푸쉬킨을 빼고 이야기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닌 소설로써도 유명하다 할 수 있다. 현재까지도 푸쉬킨의 문학 세계를 탐구하고 연구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만큼의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푸쉬킨의 문학을 이해하기 위해서 백과사전이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특히, ‘예브게니 오네긴’의 경우에도 시적 표현이나 고유 명사 같은 단어들을 해석해 놓은 ‘오네긴 백과사전’이 있을 정도이다. 이 소설을 완전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오네긴 백과사전이 필요하다는 말은 과언이 아닐 것이다. ‘예브게니 오네긴’ 집필 당시의 러시아의 사회적 환경이나 문화를 이해하지 않으면 읽기가 어렵다고 하는 것이 정설로 여겨지고 있다. 다른 고전문학 소설 대부분이 그럴 것이지만, 유독 백과사전이 있어야만 하는 것인지 조금은 의아하게 생각되기도 했다. 그리고 이 소설을 읽기 전에 사전 지식을 알고 읽으면 좋을 것이라는 전문가적 견해도 있었다.
위에서 얘기한 부분들로 인해 이 소설을 읽기에 조금은 망설여지는 것은 분명 나뿐만은 아닐 테지만, 이 부분을 차치하고 읽어 보게 되었다. 책을 읽기 위한 사전 지식은 이미 둘러보았고, 전문가의 의견은 일단 읽어 보라는 것이다. 하지만 무턱대고 무작정 읽어 보기보다는 일단 사전에 이 책에 대한 정보를 습득하고 난 후에 읽으면 ‘예브게니 오네긴’에 대해서 이해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이 책에 대해서 간단하게 설명을 하면, 총 8장으로 이루어져 있고, 본 소설의 내용은 그리 길지 않다. 그렇기도 한 부분은 시의 형식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부분도 있다. 그리고 ‘예브게니 오네긴’이라는 소설과 푸쉬킨에 대해서 비교적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해설도 담고 있다. 또한, 이 소설을 옮긴이인 ‘김진영’님의 말을 빌리자면, 이 소설을 번역하기 위해 이미 번역된 영문 소설들과 백과사전을 참고하기도 했고, 번역하기 위해 꽤 오랜 시간 동안 공을 들였다는 점도 얘기하고 있고, 학생들과 이 소설을 두고 토론도 했던 기억도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또한, 이 소설은 위에서 얘기한 총 8장으로 되어 있지만, 원문 소설에는 총 10장으로 되어 있었는데, 사라진 나머지 2장에 대해서도 얘기하고 있다. ‘렌스키’와 연인 사이였던 ‘올가’를 두고 예브게니 오네긴과 렌스키와의 결투에서 렌스키의 죽음을 맞이하고 긴 여행을 다녀와 타티아나와 재회하는 장면과 다른 한 장은 정치적인 이유에서 삭제된 부분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지만, 내용은 생각보다 길지 않게 삭제된 부분에 대해서 얘기하는 정도다.
‘예브게니 오네긴’은 위에서 얘기했듯이 총 8장으로 된 운문체로 구성되어 있고, 당시 러시아 귀족 사회에 대한 사회 풍자이자 연애 소설이다. 예브게니 오네긴은 귀족 가문 출신의 젊은 청년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주인공이 귀족 출신이라는 점이 크게 부각된다. 귀족 출신이라는 점이 주는 의미는 재미없고 권태로움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는 점과 살아가야 하는 의미마저 상실하고, 귀족다운 세련미가 있지만, 조금은 냉소적인 인물로 묘사되고 있다. 이 소설에서 예브게니 오네긴이라는 인물을 통해서 당시 러시아 귀족 사회를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과 그들이 사랑하는 방식과 자아에 대해서 그리고 사회 속에서 겪을 수 있는 다양한 갈등을 알 수 있는 부분들이 있어서 나 또한 흥미롭게 볼 수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이 소설의 주된 스토리를 얘기하자면 아래와 같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예브게니 오네긴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귀족으로서 무의미하고 건조한, 지친 삶을 살다가 삼촌의 유산을 상속받아 시골로 내려가게 되고, 그곳에서 렌스키라는 시인과 친구가 되어 타티아나와 올가 자매를 알게 된다. 그리고 타티아나는 예브게니 오네긴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용기를 내어 그에게 사랑의 편지로 고백하지만, 오네긴은 이를 냉정하게 거절한다. 예브게니 오네긴은 렌스키의 연인, 올가를 유혹하고, 분노한 렌스키는 그와 결투를 벌이게 되지만, 그 결투에서 렌스키는 죽게 된다. 예브게니 오네긴은 이 일에 죄책감을 느끼고 방황하다가, 시간이 흐른 뒤 사교계에서 성숙한 여자로 그리고 나이 많은 군인의 아내로 변한 타티아나를 다시 만나게 되고 사랑을 느끼고 진심을 전하지만 타티아나는 예브게니 오네긴을 거절한다. 타티아나는 그를 여전히 사랑하지만, 자신의 삶과 명예를 지키기 위함을 전한다. 결국 예브게니 오네긴은 깊은 상실감에 빠지며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전체적인 스토리가 주는 내용은 복잡하지 않고 단순함을 가지고 있지만 끝맺음이 조금은 아쉽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욕심을 낸다면 이후의 이야기가 조금 더 진전되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열린 결말이라는 점은 독자 스스로 나름대로의 생각을 가지고 주관적인 의미를 부여해서 결말을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서 상상력을 가질 수 있겠지만, 그런 부분은 독자의 관점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개인적인 생각은 독자가 생각하는 주관적인 결말보다 작가가 생각하는 관점에서의 결말은 어떻게 마무리되는지를 알고 싶은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에서의 열린 결말은 아쉬울 뿐이다. 그리고 특이한 부분은 읽는 중간중간에 소설을 읽고 있는 독자에게 상황에 대해서 이해나 설명을 해주거나 독자에게 질문을 한다든가 해서 조금은 독특함을 주고 있기도 하지만, 나름대로 지루함을 덜어 내기 위한 방법으로 독자와 간접적으로 소통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조금은 뜬금없는 것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흥미로운 부분이라 할 수 있을 듯하다. 그리고 이야기의 핵심적인 부분은 시간의 흐름이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 얘기하고 있다. 예브게니 오네긴은 결투에서 렌스키를 죽였다는 죄책감으로 인해 많은 시간을 방황하게 되는데 시간이 흐른 뒤에 다시 마주하게 되는 타티아나의 성숙하게 변한 모습에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되지만 자신의 사랑은 얻지 못한다. 시간이 흐른다는 것은 변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상황이 주는 처지를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찮은 것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보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경우를 우리 주변에서 많이 보게 되는 것 같다. 시간이 흘러 잊혔던 것들이 다시금 새롭게 보인다거나 소중함을 일깨우는 것처럼 예브게니 오네긴에게도 그런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소설을 읽는 것은 어렵지 않다. 시 형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문장들이 짧고 물이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그리고 이해력 같은 경우에도 크게 혼란을 겪은 부분은 없었다. 그냥 읽어 가면서 느낄 수 있는 시적 표현들 그리고 고전에서만 느낄 수 있는 소설적 표현들이 아름답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때문에 위에서 언급된 부분들, 즉 러시아 귀족 문화, 사회적 분위기 등등은 차치하고 그냥 읽어 내려가도 큰 무리 없이 읽을 수 있는 정도의 책이라는 생각이다. 물론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읽었을 때와 지식을 알고 읽었을 때는 다른 느낌일 것이다. 이 책을 읽고 싶다면 기본적인 정보 정도는 미리 알고 읽는 것을 추천한다. 이 한 권의 책으로 푸쉬킨을 모두 알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다른 소설들도 궁금해졌고, 다른 소설들도 읽어 보고 싶어졌다. 벌써 나의 서재에 푸쉬킨의 다른 책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인상적인 한 문장
“나는 행복을 위해 태어나지 않았소. 내 영혼은 행복을 모르오. 당신의 미덕들은 내게 부질없소. 나는 그걸 받을 자격이 없소.”
<예브게니 오네긴이 타티아나의 고백을 거부하는 장면에서>
달콤한 안일함과 자유를 위해 매일 아침 눈을 뜨고, 책은 조금 읽고, 잠은 오래 자며, 허망한 명예 따윈 쫓지 않는다. 과거에 난 그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늘 아래서 행복한 나날들을 보내지 않았던가?
<제 1장 우을증 : 예브게니 오네긴이 스스로를 소개하는 장면>
그러나 우리에게 젊음은 헛되이 주어졌음을, 우리는 언제나 젊음을 배반하고 젊음은 우리를 기만했음을, 최상의 욕망들과 신선했던 꿈들이 비 내리는 가을날 낙엽처럼 하나하나 순서대로 썩어 갔음을 생각하면 슬프도다. 우리 앞에 똑같은 식사의 기나긴 행렬만 남아 있고, 인생을 의례로 간주하여 견해도 열정도 공유하지 않으면서 격식 차린 군중 뒤를 따라가야 한다는 건 견디기가 어렵도다.
<제 8장 상류사회 : 귀족 사회의 무기력한 모습에 한탄스럽게 생각하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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