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사이트는 콘텐츠 비즈니스 성격에 따라 경유지로써의 웹사이트(이하 ‘경유지’)와 목적지로써의 웹사이트(이하 ‘목적지’)로 구분할 수 있다. 경유지는 효과적인 콘텐츠 소비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방문자에게 적절한 웹사이트를 연결시켜 주지만, 목적지는 콘텐츠가 효과적으로 소비될 수 있도록 방문자에게 적절한 콘텐츠를 연결시켜 준다. 따라서 경유지는 목록(index) 중심의 비즈니스, 목적지는 내용(contents) 중심의 비즈니스를 영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구글과 네이버를 예로 들어보자. 구글은 웹사이트와 웹페이지를 분석한 검색목록을 제공하는 검색엔진으로써 방문자가 검색어를 입력하면 적절한 웹사이트를 찾아준다. 얼마나 적절한 웹사이트를 찾아 주는지 여부가 구글의 검색 품질이 결정되며, 이에 따라 구글 비즈니스의 경쟁력도 결정된다.
만약 구글이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 이유로 인해 페이지뷰(page view)와 체류시간(duration time)이 증가했다면, 이것은 구글의 검색 품질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따라서 경유지의 성능(performance)은 제공 정보가 얼마나 정확했는지 여부에 의해 결정되어야 한다.
일반적인 웹 비즈니스는 트래픽 모델이다. 그래서 페이지뷰와 체류시간이 늘어날수록 비즈니스 기회도 늘어난다. 방문자가 원하는 정보를 단번에 연결시켜야 하는 경유지 입장에서는 비즈니스 기회를 잡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구글은 이러한 약점을 구글 애드센스(AdSense)라는 광고 모델로 극복하고 있다.1
구글 애드센스는 외부 웹사이트나 블로그에 게재되는 구글 광고를 말하는데, 구글이 연결시킨 웹사이트나 블로그의 상당수는 구글 애드센스가 게재되어 있다.
만약 방문자가 원하는 정보를 담고 있는 웹사이트라면 페이지뷰와 체류시간이 늘어날 것이며, 이것은 곧 구글 애드센스의 노출율이나 클릭율로 이어진다. 즉, 구글은 외부 웹사이트의 페이지뷰와 체류시간을 자신들의 비즈니스에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에 네이버는 구글과 같은 검색엔진이었지만, 적절한 웹사이트를 찾아줄 수 있는 능력이 부족했다. 게다가 국내 웹 서버에는 쓸만한 콘텐츠가 부족했다. 찾아줄 만한 능력도 없고 찾을만한 콘텐츠도 부족하다 보니, ‘지식iN’, ‘네이버 블로그’ 등과 같은 서비스를 통해 직접 콘텐츠를 수급하게 되었다.
네이버의 검색결과 화면은 대부분 내부 서비스를 위한 목록으로 구성되어 있다. 외부로 나갈 수 있는 연결 통로는 웹 문서 검색 결과가 유일한데, 이조차도 가장 하단에 배치되어 있다.2 이 정도의 검색 서비스라면, 사실상 네이버 서비스를 연결시켜주기 위한 내부 검색이나 다름없다.
네이버는 경유지를 표방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목적지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방문자들은 네이버에서 이것저것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내는데, 원하는 정보가 많을수록 페이지뷰와 체류시간이 증가한다. 따라서 목적지의 성능은 제공 정보가 얼마나 유용했는지 여부에 의해 결정된다.
간혹 구글과 네이버의 초기화면과 검색결과 화면에 대한 비교/분석을 요청 받는데, 이미 언급한 것처럼 두 기업의 비즈니스 전략이 다른 만큼 동일 기준으로 비교/분석한다는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구글은 경유지, 네이버는 목적지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두 사이트의 UI는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런데 경유지를 추구하는 국내의 여러 웹사이트들이 목적지를 추구하는 네이버를 그대로 따라하고 있다. 비즈니스 전략이 다르면 UI 전략도 달라져야 한다.
네이버는 이미 범용적인 검색엔진을 포기한 상태로 볼 수 있으므로 경유지의 모범 사례가 될 수 없다. 경유지는 정확하고 신속한 연결이 생명인데, 네이버는 이러한 능력이 미흡한 편이다.
웹은 하이퍼텍스트(hypertext)이다. 그래서 정보단위와 연결만 있을 뿐 정해진 경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방문자는 목적지를 결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웹을 시작한다. 만약 이러한 웹의 속성을 무시하고 사람들의 경로를 인위적으로 통제하려고 든다면 이것은 혹세무민이 아니겠는가?
시간이 흐를수록 웹의 정보는 방대하고 다양해질 것이다. 그래서 웹은 본질적으로 분산 모델이어서 통합되기 어려운 대상이다. 웹이 발전할수록 적절한 목적지를 연결해주는 경유지의 비중은 더 커질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에서는 경유지 모델이 적합하지 않다고 한다.
물론 우리나라의 소비자 성향이 수동적인 측면이 없지 않기 때문에 시장 상황만을 본다면 네이버와 같은 목적지 모델이 더 경쟁력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웹의 속성은 경유지가 없으면 목적지도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웹에서는 수많은 정보가 생산되어 유통되고 있다. 이러한 정보들이 특정 서비스에 편향되지 않고 사용자와 연결되어야만 웹의 유용성이 커질 것이다.
웹이 발전하려면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목적지로써의 웹사이트와 이를 적절하게 연결시켜주는 경유지로써의 웹사이트가 함께 발전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검색엔진과 포털 사이트들이 너나 할 것 없이 트래픽 기반의 목적지 모델을 추구하고 있는데, 이제는 경유지 모델을 추구하는 웹사이트들이 생겨날 때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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