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웹디자인 업계는 소문도 흉흉하고 실제로도 어려운 회사 재정에 허덕이는 곳들이 많아졌다. 얼마전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에이젠시라고 자랑하며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끄떡없을 것 같던 곳도 부도설이 나돌아 업계를 긴장시켰고 지금은 예전 규모의 3분의1 정도로 축소되었다 한다.
대규모 에이젠시들이 이러한 상황일 땐 규모가 작고 영세한 업체들의 어려움이란 두말 할 나위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웹 에이젠시업계를 관심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한 사람으로서 업계의 재정 악화보다 안타까운 일은 인재들이 하나 둘씩 좀 더 편하고 쉬운(?) 일들을 찾아 떠나고 았다는 점이다.
웹상의 공간에 무형의 집을 짓고 일에는 단지 인력과 컴퓨터가 필요할 뿐이다. 그렇기에 얼마나 뛰어난 실력과 능력을 겸비한 인재들이 모여 프로젝트를 진행하느냐에 따라 그 성패가 좌우된다. 성능좋은 컴퓨터야 돈만 있으면 얼마든지 구할 수 있지만, 좋은 인재들은 돈이 있어도 힘든데, 그만큼 웹디자이너에 애정을 가지고 오래되고 숙련된 경력을 쌓아온 전문가가 드물다는 말이다. 인재 중심의 서비스 분야인 까닭에 인재를 많이 보유한 에이젠시들은 꾸준한 성장해 나가지만 인재들이 속속 빠져나가 버린다면 하루 아침에 문을 닫을 수도 있어 에이젠시 산업에서의 '맨파워'란 실로 중요한 것이다.
그래서 에이젠시들은 늘 좋은 인재들을 스카우트하고 양성하는데 혈안이 되어 있지만 이 능력있는 인재들이 에이젠시를 당당한 3D 직종 리스트에 올리고 있다.
알고 지내는 한 디자이너만 해도 얼마전 출퇴근의 구분 없던 에이젠시 생활을 청산하고 모 대형 포탈사이트의 디자이너로 자리를 옮겼다. 에이젠시에서 일할 때 보다 조금은 편하냐는 나의 질문에 그는 재미있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에이젠시 만큼은 바쁘지 않아 자기 시간을 좀 더 가질 수 있어 좋다고 했다. 또 얼마 후 다른 디자이너와 메신저로 대화 중 그 또한 모 대기업 연구소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다면 말을 꺼냈다. 개인적으로는 이 두사람의 디자이너는 에이젠시에서 매우 중요한 일들를 맡아오던 뛰어난 이들이라 생각했었는데, 결국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생활을 못견디고 탈출하고야 말았던 것이다.
유행처럼 몰려들었다 또 이제는 힘들고 비전없다며 몰려나가는 사람들에 비하면 업계에 뼈를 묻겠다는 뉴틸리티 최은석 이사의 말은 더욱 빛을 발한다. 한 회사를 이끄어 나가는 경영진이면서도 아직도 실무에는 말단 사원 못지 않은 부지런함과 베테랑다운 발군의 실력으로 늘 프로젝트를 성공으로 쏘아 올리는 그는 "전 웹디자인 업계에 뼈를 묻기로 했어요. 처음 시작도 웹이였고 힘들지만 전 이일이 좋아요. 그러나 웹디자인 업계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좋은 인재들이 계속 빠져나가 걱정이네요." 라며 "언제 웹디자인에서 이러한 업계의 고충에 대해서 진지한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주셨으면 좋겠네요." 라고 걱정스런 속내를 털어놓았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최고급 인재들이 시간 죽이면서 사이트 유지보수에 목을 매고(물론 이일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웹이 아닌 다른 분야로 바꾸거나, 일보다는 근무 조간이나 보수에 이끌려 옮겨 다니며 정작 그들의 역량이 가장 필요한 최전방의 일은 '누군가 하겠지' 하며 뒷짐만 지고 있으니 말이다.
웹디자인 업계를 발전시키고 이끌어 더 큰 목소리를 내도록 하는 것이 웹디자이너의 사명감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나 하나만을 위해서가 아닌 우리를 그리고 업계를 위해 계속 하나의 목소리를 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웹디자이너라는 자신의 이름에 최선을 다헀는지 그리고 그 이름에 얼만큼의 책임을 지고 있는지 한범쯤 생각해 보길 바란다.
윗글은 지난 월간 웹디자인 2003년 9월호에 기재된 글입니다.
이 글을 읽고 많이 공감하시는 분들도 있으실 것이고, 또는 다른 견해를 가지고 계실 분들도 있으실 겁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남느냐, 떠나느갸 아니라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열심히 해 왔으냐, 책임의식을 가지고 있으냐 하는 것인 것 같습니다.
저도 지금도 날밤새는 일이 허다하게 많습니다. 지금 기억해 보면 한달에 집에 들어가는 날이 주말을 빼고는 모두 밤새는 나날들의 연속이니까요. 저도 물론 이 일이 좋아서 하고는 있지만, 가끔은 정말 옮기거나 다른 방향으로 가고 싶을 때가 많습니다.
어떻게 보면 모든 책임을 웹디자이너에게 있다는 듯이 얘기하는 모양새가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어느정도는 공감하는 쪽이라서 토를 달지는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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