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멜표류기
낯선 조선땅에서 보낸 13년 20일의 기록
저 헨드릭 하멜 · 역 김태진 · 서해문집 · 2018.01.20 · 역사
《하멜 표류기》를 알게 된 건 오래된 부분도 있지만, 이미 잊어 버린지 오래된 기억을 다시 되살린건 한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책 커버에서도 볼 수 있듯이 《책 읽어드립니다》 라는 방송 덕분에 읽어 보려는 흥미를 느꼈다고, 호기심이 생겼기에 읽어 보기로 한 책이다. 이 책에 대해서 간단하게 소개를 하자면, 원래 제목은 《야하트 선 데 스페르베르 호의 생존 선원들이 코레 왕국의 지배하에 있던 켈파르트 섬에서 1653년 8월 16일 난파당한 후 1666년 9월 14일 그 중 8명이 일본의 나가사키로 탈출할 때까지 겪었던 일 및 조선 백성의 관습과 국토의 상황에 관해서》이다. 제목이 상당히 긴 것을 알 수 있는데, 원래의 목적은 저자인 '헨드릭 하멜'이라는 선원이 당시 조선에 억류된 기간동안의 비용을 동인도회사에 청구하기 위해 작성되었고, '헨드릭 하멜' 이외의 선원들이 13년 동안의 조선에서 겪었던 기록문이라고 할 수 있다. 긴 제목 중에 '켈파르트 섬' 이라는 단어가 나오는게 이 단어는 제주도를 의미한다.
이 책이 처음 발간된 건 1920년이라고 하지만, 그동안 다양한 종류의 《하멜 표류기》가 출간되었다고 한다. 이 책을 제외한 책들의 대부분은 하멜이 쓴 원본이 아니라 하멜의 글을 흥미 위주로 각색한 책들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반면에 이 책은 헨드릭 하멜이 쓴 원본을 고증해서 쓴 후틴크의 1920년판을 기초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정도의 신빙성이 높은 책이라고 할 수 있을 듯 하다. 그리고, 이 책의 구성은 하멜이 당시 조선에서 겪었던 다양한 이야기를 쓴 '하멜일지'와 당시 조선에 대한 다양한 사회상을 담은 '조선국에 관한 기술' 이라고 하여 두가지로 나누어져 있다.
이 책의 시작은 네덜란드의 선착장에서 무역선이 출발하는 것으로 시작되고 있다. 그렇게 길고 긴 항해 속에서 태풍으로 인해 제주도 앞바다 근처에서 배가 난파를 당하고 간신히 살아남은 선원들은 제주도에 떠밀려와 살아남게 된다. 그렇게 제주도에서 그리고 조선 본토에서의 뜻하지 않는 13년 동안의 조선 생활을 하게 된다. 선원들은 여러차례 탈출을 시도하기도 하지만 뜻을 이루지 못하고 힘겨운 조선에서의 생활을 이어가다 결국 탈출에 성공하여 일본 나가사키 항으로 도착하게 되고, 네덜란드 본국으로 돌아가면서 《하멜 표류기》는 끝이 난다. 그리고 몇 년의 시간이 지난 시점에서 당시 하멜 일행의 찾아가는 것까지 볼 수 있다.
《하멜 표류기》에서 하멜은 이 책을 조선에 머물면서 하루의 일상을 바로바로 쓴 것은 아니다. 탈출 이후에 보고서 형식으로 작성된 문건이기에 13년 동안의 기억은 그리 생생하지 않고, 띄엄띄엄 쓰여지다 보니 흥미롭게 볼 수 있는 부분이 극히 드물다. 다만, 뒤쪽에 실려있는 '조선국에 관한 기술'에서 당시 조선의 사회상을 조금이나마 들여다 볼 수 있는 부분들이 있어서 조금은 흥미를 가지고 볼 수 있는 부분들이 있어서 나름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부분들이라고 생각된다.
《하멜 표류기》에서 조선이라는 당시 사회상만 본다면 조금은 경직된 사회, 어둡거나 무거운 사회처럼 보이는 듯 했다. 물론 이 책 한 권으로 당시 조선의 사회상 모두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하멜이라는 선원이 당시 조선을 그리는 부분은 대부분 밝은 모습, 활기찬 부분은 보이지 않는다. 그럴수도 있겠다 싶은 것은 하멜은 조선에 억류된 상태에서 자신이 겪은 것들을 기록했기에 그럴 수 있겠다 싶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당시 하멜 일행들은 억류되는 기간동안 비교적 자유롭게 생활하는 것처럼 보였다. 관료들은 하멜 일행들을 노동을 시켰으며, 노동의 댓가로 쌀이나 곡물을 주기도 했고, 지낼 집을 제공했으며, 장소를 이동할 때는 관가에 신고 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었다고 했다. 또한,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관료들에게 이야기하면 잘 들어주는 편인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한가지 놀라운 것은 하멜 일행이 조선 본토에 도착 이후 또 다른 서양인이 등장한다. 하멜 일행과의 통역을 맡은 인물인데, 비교적 대우를 잘 받고, 조선에 머무른지 오래된 듯 나이도 많은 듯한 인물이 있었다는 것인데, 조금 놀랐다. 그 인물은 자신도 네덜란드에서 왔다고 했다. 《하멜 표류기》에서는 그리 많이 등장하지는 않는다. 조금 뜻밖이라고 해야 할까...
《하멜 표류기》에서 제일 관심이 있는 부분은 역시 당시 조선의 사회상을 조금이라도 들여다 볼 수 있는 부분인데, 생각보다 내용이 디테일하지 않아서 아쉬움이 남는다. 조금 더 상세하게 소개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하멜이 조선에 난파된 시점이 1653년, 그러니까 조선의 17대 왕인 효종 4년차였으며, 당시 조선의 경제상황은 매우 어려운 시점이였다고 할 수 있다. 효종은 어려운 경제 사정을 고려한 다양한 경제정책을 펼쳤는데, 양민들을 위한 조세제도를 손보거나, 부세제도의 개혁, 농업 생산력의 증대, 사회 윤리의 강화로 극복하려고 했던 시기였다. 그러니 하멜 일행이 생활했던 당시 조선의 상황이 좋지 않았던 시기에 머물러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서양인들은 조선에 한번 들어오면 죽기 전에는 조선을 벗어날 수 없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이 부분에서 조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바로 서양인이 조선에 머물다 빠져 나가면 조선이 국외에 노출되기 때문이라고 한다고 했는데, 조선은 오래 전부터 페쇄적인 국정 정책을 가지고 있지 않았나 생각되었다. 왜 그랬는지에 대한 이유는 볼 수 없어서 궁금증이 더한 부분이 있기도 했던 기억이 되살아난다.
《하멜 표류기》를 읽으면서 나름대로 당시의 조선 사회상을 조금이라도 들여다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위에서 얘기했듯이 '하멜일지' 부분과 '조선국에 관한 기술'로 나누어져 있지만 개인적으로 '하멜일지' 부분 보다는 '조선국에 관한 기술' 부분이 더 내용이 좋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크게 역사의식을 가지지 않고 읽을 수 있고, 내용이 복잡하거나 무겁지도 않다. 내용 자체가 큰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 그 이유가 보고서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내용은 서술형식으로 풀어서 작성된 내용이라서 읽는데 부담을 가지지 않아도 된다. 한번 정도는 읽어 볼 만한 것은 개인적인 진심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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