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수염
Barba Azul = Blue Beard
저 아멜리 노통브 · 역 이상해 · 열린책들 · 2014.09.15 · 프랑스소설
2023.08.22 ~ 08.23 · 3시간 18분
올해, 다른 작가의 책 보다 많이 읽는 아멜리 노통브의 소설을 세 번째 읽는 소설이다. 되도록 같은 작가의 책을 읽을 때, 긴 텀을 두고 있는 편이기는 하지만, 때로는 예외의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워낙에 좋아하는 작가이기도 하지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작가의 소설인 것도, 쉽고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작가의 소설이라는 장점이 있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거침없는 스토리 전개방식과 작가만의 특징을 잘 드러 낸 소재에 대한 아이디어가 기막힐 때가 있다. ‘푸른 수염’도 그런 소설 중에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푸른 수염’은 ‘샤를 페로’라는 작가의 동화 ‘푸른 수염’을 기반으로 ‘아멜리 노통브’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재해석했다고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샤를 페로의 ‘푸른 수염’은 읽지 않는 소설로 어떤 소설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소설을 통해서 어떤 느낌인지는 짐작할 만할 것 같다. 또한, 이 소설의 주무대는 에스파냐 귀족 출신인 주인공 ‘돈 엘레미리오 니발 이 말카르’의 파리 7 구역에 있는 자신의 화려한 저택에서 모든 스토리가 시작된다.
돈 엘레미리오(돈 엘레미리오 니발 이 말카르)는 에스파냐 출신 귀족 집안이지만, 프랑스로 망명한 선조에 의해 프랑스에서 망명생활을 하고 있다. 자신은 귀족 출신답게 고귀한 혈통에 엄청난 자부심을 가지고 살고 있지만, 20여 년을 두문불출하며 세상과 동떨어진 삶을 살아가는 인물로 등장한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귀족답게 아무것도 안 하거나, 요리를 하고, 옷을 만들고, 종교재판 기록을 읽는 것이 전부이지만 자신도 남자이기에 여자를 만나고 싶은 욕망으로 자신의 저택에 저렴하게 세를 놓게 되고, 그렇게 9번째 여자 주인공인 벨기에 여자 ‘사튀르닌’을 들이게 된다. ‘사튀르닌’은 루브르 미술학교에서 보조 교사로 일하며 조금은 까칠하지만, 똑 부러진 성격 탓에 집주인이자 주인공인 돈 엘레미리오와 티키카타를 펼치며 암실의 비밀과 사라진 8명의 여자들의 진실을 파헤쳐 간다.
특히, 돈 엘레미리오의 저택에서는 이미 8명의 여자들이 실종된 상태이며, 그들의 행방은 묘연한 가운데, 돈 엘레미리오는 사튀르닌에게 저택을 소개하게 되고, 사튀르닌 자신은 절대로 그렇게 되지 않을 거라는 스스로의 다짐과, 세입자로 들이면서 주의사항을 듣게 된다. 암실에는 절대로 들어가지 말라는 집주인의 말과 문은 잠겨 있지 않다는 점을 주지 시킨다. 서로의 신뢰에 대한 부분이라고 얘기하지만, 사튀르닌은 궁금해하기도 하지만, 자신은 암실의 문을 절대로 열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이 소설의 주된 특징은 오로지 한 장소인 돈 엘레미리오의 저택 식당 그것도 대부분 저녁식사 자리에서 그리고 대부분 주인공 두 사람만의 대화만으로 스토리가 진행된다. 언뜻 보면 조그만 소극장에서 연극 한 편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기도 하고, 읽으면서 느낀 건 사튀르닌 이 돈 엘레미리오와 인터뷰를 하는 듯한 장면이 자꾸 떠오른다. 대부분 사튀르닌은 지속적으로 질문을 던지고, 돈 엘레미리오는 그에 대한 답변을 늘어놓는 방식으로 스토리가 전개되다 보니 독특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또한, 돈 엘레미리오의 화법은 귀족 출신이라는 자부심 때문인지 말 끝마다 ~하오, ~다오, ~거요 등으로 하다 보니, 평민인 사튀르닌과의 대화가 아주 재미있고, 마지막 장을 넘길 때까지 지루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읽는 내내 집중력과 몰입감에 빠져드는 경험을 하게 된다.
한 장소에서 그리고 두 사람만의 대화로 진행되는 스토리로 인해 볼거리는 충분하거나 풍부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두 사람만의 대화로도 충분히 극의 재미와 흥미를 끌기에는 부족함이 없어 보일 만큼 재미가 있는 소설이라고 소개하고 싶다. 이 소설 속에서도 ‘아멜리 노통브’만의 스토리 전개 방식 속에서 냉소적인 유머와 특유의 위트가 느껴지는 소설일 것이다. 두 주인공이 서로를 탐색하며 주고받는 대화 속에서 서로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 하는 장면들, 서로에게 아플 것 같은, 때로는 도전적인 대화들을 보고 있으면, 역시 아멜리 노통브의 소설답다는 생각하게 한다. 만약 이 소설을 읽는 이가 있다면, 머릿속에 소극장에서 들리는 배우들의 목소리를 연상해 보길 바란다. 자연스럽게 극 전개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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