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의 묘지 2
IL CIMITERO DI PRAGA
저 움베르토 에코 · 역 이세욱 · 열린책들 · 2013.01.15 · 이탈리아소설
2023.09.28 ~ 10.17 · 10시간 5분
전편에 이어서 후편에서도 움베르토 에코만의 특유의 느긋함과 섬세함이 더하지고 덜하지 않게 스토리가 전개된다. 이 소설의 특징은 주인공인 ‘시모니니’의 시각적 배경의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되며, 일기 형식의 날짜별로 정리하여 진행되며, 마치 시모니니의 과거를 들여다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전편의 후기에서도 비슷한 내용을 담기도 했지만, 일기 형식으로 진행되다 보니 허구와 진실 사이에서 혼란이 생길 정도로 역사 속의 진실과 움베르토 에코의 작가적 상상력이 더해진 소설이라 할 수 있다.
후편에서는 전편과 비슷한 흐름을 타며 진행된다. ‘시모니니’는 반유대적 시각을 가지고 어떻게 하면 유대인들을 탄압할 수 있을까 하는 편견적 시각을 가지고 문서를 위조하고, 사람을 죽이는 모습은 여전히 진행된다. 그뿐만 아니라 예수회, 프리메이슨 그리고 여자를 증오하는 대상으로 삼으며 자신이 좋아하는 것은 음식뿐인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전편에서는 시모니니의 과거 회상 씬과 장년층까지의 이야기를 담았다면 후편에서는 장년층에서부터 노년층까지 다루며, 프랑스의 중요한 역사적 사건에도 개입하게 된다. 가리발디의 의용군의 적인 시칠리아 원정에도 가담하며 공작을 하기도 하고, 드레퓌스 사건의 문서를 위조하고 탁실이라는 사기꾼을 뒤에서 조종하며 상황에 따라 자신의 입장을 바꿔가며 거짓과 선동, 음모들을 날조하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
또한, 이 소설에서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주인공인 ‘시모니니’는 「프로토콜」이라는 거짓 문서를 만들게 되는데, 이 문서는 실제 존재하는 문서로 훗날 나치에 의해 유대인 박해의 근거로 이용되어 전 세계적으로 역사상 가장 큰 해악을 끼쳤다고 하는 문서이고, 정식 명칭은 「시온 장로들의 프로토콜」이라 한다. 소설 속에는 「프로토콜」로 등장하고, 유대인들이 세계 지배를 획책하고 있다고 주장함으로써 유대인들에 대한 엄청난 증오를 가지게 하는 거짓 문서이며, 움베르토 에코는 ‘시모니니’를 통해서 음모론이 가지는 보편적 형식과 기득권 세력들이 권력을 어떻게 유지해 왔는지, 그리고 어떻게 적을 만들어 냈는지를 밝히려 했던 것 같다. 이 문서는 1921년 런던 타임스를 통해서 거짓과 허위임이 밝혀졌고, 이후에도 수차례에 걸쳐 완전히 날조된 문서임이 증명되었다고 한다.
이 소설의 또 다른 특징은 19세기 신문 연재소설의 문체를 사용함으로써, 역사를 고증하는데 그치지 않고, 옛스러운 문체를 사용하여 당시의 시대상을 과장하지 않으며, 있는 그대로 재현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움베르코 에코는 이 소설을 번역허여 출판하는 모든 국가의 번역가들에게 19세기 대중 소설의 문체를 재현했으면 한다는 조언을 했다고 한다. 그만큼 이 소설이 가지는 의미가 움베르토 에코에게는 진심이었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한 소설 속에 삽입되어 있는 이미지들은 움베르토 에코가 직접 수집한 컬렉션에서 선택한 작품들로 당시의 시대상과 사건들이 허구가 아닌 실재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일 수 있는 자료로 활용되었다고 볼 수 있고, 목판화로 인쇄한 듯한 이미지는 스토리 전개에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다양한 언론사들이 프라하의 묘지에 대해서 많은 논평을 냈고, 다양한 이슈가 확대 재생산되며 우려와 응원이 함께 솟아져 나왔고 그 중에서 ‘텔레그래프’에서 논평한 내용이 개인적으로 많은 공감을 하게 되어 소개해 본다.
‘프라하의 묘지’의 핵심에는 인종차별주의의 해악에 관한 교훈뿐만 아니라, 특정 집단을 악마로 몰아 박해하는 메커니즘에 관한 교훈이 있다. 어찌 보면 무섭고 잔인한 소설이 될 수도 있었을 텐데, 그 온갖 어두운 면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은 결국 에코가 가장 낙관적인 문학에 속해 있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 텔레그래프
이 소설 속에서 다루고 있는 주된 내용은 텔레그래프에서 얘기했듯이 10여 년이 지난 지금에도 그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때문에 이 소설은 단순하게 보면 유럽의 역사 속에서 찾을 수 있는 진실을 위한 것일 테지만, 우리의 현실에서도 같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을 보면 역사는 반복되고 있다는 것에 안타깝다고 밖에 볼 수 없을 것 같다.
‘프라하의 묘지’를 읽으면서 전체적으로 집중하기는 쉽지 않았다, 다양한 인물의 등장과 이야기 속의 허구와 진실이 무엇인지 혼동이 되기도 하고, 움베르토 에코만의 여유 있고 느긋한 전개 방식이 조금은 지루함을 느껴질 법하다. 또한, 전체 내용이 방대하는 점과,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로 이어지며 펼쳐지는 다양한 역사적 사건들까지 다양한 지식을 소설 속에서 찾을 수도 있는 소설이라 할 수 있다. 이 소설을 읽으며, 다양한 정보를 통해서 배워가며 읽은 특별한 책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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