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의 묘지 1
저 움베르토 에코 · 역 이세욱 · 열린책들 · 2013.01.15 · 이탈리아소설
2023.09.18 ~ 09.27 · 11시간 09분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은 사소한 것들이라 해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는 우리 시대 최고의 지식인다운 소설이라고 간단하게 소개할 수 있을 듯하다.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은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은 대단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가재걸음’과 ‘제0호’도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다양한 이슈들을 정면에 내세워 파헤치고 비판하면서 독자로 하여금 세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질문을 던지며 스스로 답을 구하게 만드는 능력은 타의추종을 넘어서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프라하의 묘지’ 소설도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과 사회에 일어날 수 있는 아니, 일어난 것들에 대해서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적나라하게 들춰내며, 비판적 시각을 갖게 하고 있다. 이 소설 속에서 얘기하고 있는 주된 내용들을 살펴보면 첫째, 거짓된 정보가 어떻게 생산되고 확대되고 있는지, 둘째, 거짓된 정보를 통해 숨어 있는 권력으로부터 어떻게 이용되고 활용되고 있는지, 셋째, 거짓된 정보를 통한 권력이 어떻게 인종차별에 이용하는지를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으며,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을 날카로운 시각으로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주된 스토리는 ‘시모니니’라는 주인공을 내세워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문서 위조나 다른 사람을 모함하는 일도 그리고 살인까지 마다하지 않는 인물로 등장하며, 시대적 배경은 유럽 전체가 정치적 소용돌이에 휘말렸던 18세기 후반부터 19세기가 주 무대이며, 거짓과 위선 그리고 타락한 권력 속에 다양한 거짓된 정보들이 어떻게 정당화되어 가는지 잘 보여주고 있고, 이를 위해 ‘시모니니’는 인종차별과 종교적 편견을 잘 보여주고 있다.
또한, ‘시모니니’는 「나는 증오한다. 고로 존재한다」라고 말을 할 정도로 사회의 모든 것들에 불편한 심기를 가지고 오직 내가 살기 위해서는 모든 것들을 증오하고 왜곡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인물이며, 자신이 증오하는 모든 것들 중에서 특히 유대인을 가장 증오하는데, 자신이 만든 모든 위선과 거짓은 오로지 반유대주의를 위시하여 유대인을 차별하고 증오하며, 편견을 가지게 된다. 반유대주의 사상이 깃든 시기는 어렸을 때, 그의 할아버지로부터 시작되었다.
‘프라하의 묘지’는 몇 가지 재미있는 것들이 존재한다. 이 소설의 주된 내용을 읽다 보면 허구인지 진실인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 정교한 스토리 라인과 움베르토 에코만의 박학다식함이 더하여 18세기, 19세기에 사는 듯한 묘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는데, 그 당시의 주요 사건들의 시대적 배경으로 서사적이고 구체적인 상황 묘사에서 오는 디테일함이 더해 읽는 내내 마치 내가 그 시대에 살고 있다는 착각을 느낄 수 있는 감정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 중에서 ‘시모니니’를 제외하고, 소설 속의 배경이 되는 18세기, 19세기에 실존했던 인물들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물론 대부분 처음 듣는 인물이라는 점이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익숙한 인물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소설 속에서 카메오로 유명인사가 등장하는데,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등장하여 극적 효과도 볼 수 있는 재미요소가 아닐까 생각한다.
‘프라하의 묘지’는 전체적으로 서사적인 느낌이 강하다 보니, 구구절절하게 묘사하는 장면이 많이 등장한다. 특히나, 시모니니는 엄청난 미식가이기도 해서 음식에 대한 서술적 표현이 생각보다 많이 등장하는 장면이 많다. 하물며 레시피를 서술적으로 풀어놓은 부분도 많이 등장한다. 식재료 소개와 요리를 하는 과정을 상세하게 풀어놓아 조금은 지나치지 않나 생각될 정도라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상황 묘소와 스토리가 주는 섬세함은 움베르토 에코만의 가지는 특유의 느긋한 표현력이 더해진 소설이다 보니, 스토리 전개가 느린 것이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묘사나 표현 방식에서 오는 상황이나 스토리의 전개는 과장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이 소설 ‘프라하의 묘지’는 아무 생각 없이 읽어 내려가기보다는 사전 지식을 갖고 읽어 보길 권한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 대부분은 조금의 사전 지식을 갖지 않으면 작가가 의도하는 것이 무엇이고, 어떤 메시지나 화두를 던지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1편과는 다르게 2편에서는 뭔가 거대한 흐름이 등장할 것 같은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역시 읽어 보지 않으면 모를 일이지만, 2편에는 좀 더 스토리의 굴곡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기대심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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