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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읽은 것에 대해서

'템테이션' 성공과 실패, 좌절이 담긴 파란만장한 여정을 통해서 포기하지 않는 가치를 이야기하고 있는 소설

kimdirector 2023. 11. 8. 08:02 

 

 

 

 

 

 

 

템테이션

Temptation

 

저 더글라스 케네디 · 역 조동섭 · 밝은세상 · 2013.10.05 · 영미소설

2023.11.01 ~ 11.06 · 8시간 40분

 

 

 

 

 

 

 

 

 

 

 

 

올 해에 두 번째로 읽는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이다.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알만한 작가로 우리에게 많이 익숙한 ‘빅 픽처’를 쓴 작가이기도 하다. ‘빅 픽처’도 인상적인 소설로 기억되지만, 개인적으로는 ‘모멘트’가 가장 인상적인 소설로 기억하고 있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작품을 몇 개 읽어 보았다면 알 수 있는 작가의 특징이 있다. 뛰어난 인물 묘사와 섬세하고 화려한 필체로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능력을 소유한 작가라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 중에 한 명이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작품을 읽다 보면 영화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상황들, 등장인물들의 표정까지 연상하며 읽는 재미가 있는 소설들이 많이 있다는 것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이유이다. 때문인지 가장 오랫동안 기억 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작가의 소설일 것이다.

 

‘템테이션’도 위에서 얘기한 소설 중에 한 편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등장인물들의 섬세한 묘사와 장황한 상황 설명이 없어도 충분히 이해되는 놀라운 집중력이 발휘되는 소설이라 할 수 있다 하겠다. 속도감 있는 스토리의 전개방식으로 인해 잠시라도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는 몰입감을 주기도 하고, 빠른 전개방식으로 재미를 더한 소설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을 주기에는 더할 나의 없이 좋은 소설로 추천하고 싶다.

 

주인공 ‘데이비드 아미티지’는 10여 년 동안 무명작가로 살아오다가 뜻밖의 행운이 찾아온다. 한 방송국에 보낸 시나리오 “셀링 유”가 시트콤으로 제작하기로 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되고 데이비드는 엄청난 성공을 이루게 되고 갑자기 이룩한 성공을 이룬 주인공에게 고난이 시작된다. 10여 년을 함께 한 아내 루시와 딸을 버리고 방송국의 부사장 겸 이사인 셀리와 사랑에 빠진다. 화려한 성공 신화를 써 내려가던 주인공 데이비드에게 2백억 달러의 자산가인 필립 플렛이라는 사람에게 데이비드가 오래전에 쓴 시나리오를 표절하게 되고, 방송국 시트콤으로 제작된 시나리오에서 예기치 못한 표절 시비가 일어나기 시작하며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간단하게 요약된 내용에서 볼 수 있듯이 화려한 성공 뒤에는 뿌리칠 수 없는 수많은 유혹이 있다. 그런 유혹에 빠져들던 데이비드는 쉽게 성공가도를 달리던 때와 비슷하게 쉽고 빠르게 몰락해 간다. 모든 스포트라이드를 받으며 살아온 순간이 있다면 한없는 질타와 야유를 받으며 내려와야만 하는 순간이 있다. 모든 사람이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에도 적잖이 굴곡이 있기 마련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오르막이 있을 때도 있고, 내리막을 걸을 때도 있는 것이 우리의 삶이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는 지나고 나면 리즈 시절을 떠올릴 때가 있다. 화려했던 과거에 머문다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것이다. 한 발짝 나아가기 위해 과거로부터 빠져나와야 한다는 점을 작가는 적절하게 스토리에 녹였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스토리의 주 무대는 할리우드의 영화계, 방송계이다 보니 엔터테인먼트의 세계를 담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소설이기도 하다. 세세하게 속속들이 파헤치듯이 하지는 않고 있기 때문에 그리고 스토리 전개상 중요한 부분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할리우드의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대한 이야기도 어느 정도는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물론 10여 년 전의 일이긴 하지만 말이다. 스토리에 등장하는 주된 이야기의 표절에 대한 그리고 파워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상황은 우리나라와 많이 달라 보이지 않겠지만, 화려한 생활, 스캔들을 만들어가는 사람들, 그리고 막으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다채롭게 그리고 있어서 또 다른 재미요소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메시지도 담고 있어서 좋은 소설이다. 너무 어렵지 않고, 작가가 의도한 메시지를 가장 쉽고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메시지를 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메시지가 있어서 좋다. 철학적인 의미 있는 메시지보다는 우리가 일상에서 겪을 수 있는 것들에 대한 가장 보편적인 메시지들을 담고 있는 소설이기도 하며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것들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살아가면서 맞닥뜨릴 수 있는 문제들,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은 문제들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사랑하고, 일하며 살아가는 것들에 대한 사유적 이야기를 담으면서 읽는 이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하는 원동력이 되는 듯하다.

 

소설 속의 주인공 데이비드도 자신이 선택한 과거들을 모두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애써 외면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현실을 받아들이고 한 발 더 나아가기 위해 노력할 뿐이라는 것이다. 이 하나의 소설에서 인간의 성공과 실패, 그리고 사랑은 오로지 자신의 선택이며, 그 선택이 잘못되었어도 그 또한 자신이 살아가는 모습이며, 앞으로도 계속 선택해야 만 한다는 사실을 직시하며, 자신의 선택으로 인해 받은 고통과 고난을 이겨 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템테이션’은 시나리오 작가의 성공과 실패, 좌절을 그리고 사랑이 담긴 파란만장한 여정을 통해서 끝내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통해 우리는 형용할 수 없는 무언의 가치를 탐구할 수 있는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는 삶의 가치를 담담하게 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인상적인 문장

 

무엇이든 가볍게 결정해서는 안 된다. 화려한 외양에 끌려서는 안 된다. 성공의 힘을 전적으로 믿어서는 안 된다.

 

우리 모두가 필사적으로 추구하는 건 자기 존재에 대한 확인이다. 그러나 그 확인은 자신을 사랑해 주는 사람,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통해서만 얻어질 수 있다.

 

우리는 스스로 내린 결정 때문에 나쁜 일이 생기면 늘 남 탓을 하는 버릇이 있어요. 상황이 안 좋았다거나 사악한 사람 때문에 일을 그르쳤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근본적으로 조목조목 따져보면 진정 탓할 사람은 자기 자신뿐이라는 걸 알게 되죠.

 

모든 인생 이야기에는 위기가 있다. 세상 모든 일은 결국 이야기다. 그리고 그 모든 이야기에는 필수적으로 위기가 포함된다. 분노, 갈망, 기대, 실패에 대한 두려움, 지금 자신이 살고 있는 삶에 대한 실망, 자신이 원하는 삶이라고 상상하는 삶에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는 절망. 이런 위기는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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