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사람
저 최진영 · 한겨레출판 · 2023.09.30 · 한국소설
2023.11.16 ~ 11.20 · 6시간 12분
최진영 작가의 소설, ‘단 한 사람’은 두 번째 맞이하는 소설이다. 첫 번째 소설 ‘구의 증명’이 내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어서일까. 오랜만에 읽게 되는 최진영 작가의 소설이지만, 독특한 주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작가로 기억되고, ‘단 한 사람’도 작가의 독특한 스토리와 인간의 내면 한 깃든 정체성과 밀도 있게 묘사한 부분들에 대해서 깊게 성찰한 인상적인 소설로 기억될 듯싶다.
위에서 얘기한 것처럼 ‘단 한 사람’은 독특한 구성을 가지고 진행한다. 주인공인 목화는 꿈에 나타난 현상들이 생생한 현실처럼 느껴면서 죽어가는 사람들의 순간을 목격한다. 자의든 타의든 간에 사람이 죽어가는 순간에 들려오는 알 수 없는 목소리를 듣게 되고, 네가 구하면 살게 된다는 나무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그렇게 목화는 수많은 죽음 앞에서 오로지 한 사람만을 살려야 하는 업을 지니고 살아가게 된다. 또한, 사람을 살리는 것은 대를 이어 온 과업으로 할머니와 어머니 그리고 딸인 목화에게까지 미치게 된다. 그리고 그 업은 조카인 루나에게까지 이어지게 된다.
오직 한 사람만을 살리는 일을 두고 중개한다는 표현으로 목화는 수많은 갈등과 고난으로 힘겨워하면서도 중개를 해가며 힘겨운 시간들을 보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삶과 죽음, 신의 뜻, 사람을 구하는 것이 구원이 될 수 있을지, 인간의 신념 같은 것들을 생각하기도 하며, 자신이 구한 사람 중에는 살인범도 있고, 한 번 살린 사람을 다시 죽으려 하는 것도 목격하게 되면서 많은 갈등과 싸워 가면서 의심을 품게 되기도 한다. 어머니인 장미수는 자신으로 인해 신에게 저주를 하고, 할머니 임천지는 단 한 사람이라도 구할 수 있다는 것에 의미를 두게 되지만, 목화는 자신의 내면에 깃든 수많은 갈등을 겪으면서도 자신은 중개인으로써 정체성을 체화해 가면서 살게 된다.
자매인 일화의 딸인 루나의 자살을 막게 되지만, 루나가 중개의 과업을 이러 받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중개를 하는 중에 루나는 이모인 목화를 보게 됨을 알게 되고 자신이 구한 사람들을 찾아 나서게 된다. 그리고 찾아 나선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을 확인하고 나서야 타인의 삶과 죽음에 대해서 다시금 그리고, 산 사람들에게 명복과 축복을 전하는 것과 죽어가는 사람과 살아가는 사람의 앞 날을 기원하는 일을 하게 된다. 목화는 그렇게 단 한 사람을 구하는 일의 의미를 되새기며 중개의 의미를 스스로 구하게 된 뜻을 알게 되고, 단 하나의 삶과 다시 오지 않을 오늘을 사는 존재들은 신도 아닌, 나무도 아닌 그리고 산다는 것과 죽는다는 것은 오직 인간의 몫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최진영 작가는 이렇게 얘기한다. 그저 나무에 대해서 알고 싶어서 이런저런 책도 보고 인터넷에서 정보도 찾아봤지만, 여전히 나무를 모른다고 했다. 나무를 보면 사람을 생각했고 조금 더 구체적으로 얘기하면 바로 ‘나’라는 존재를 생각했다고 했다. 줄기처럼, 잎처럼, 햇살을 받으며 하늘 높이 오르고 싶은 생각은 아니었고 뿌리처럼 깊은 곳으로 나아가고 싶지도 않았다고, 무엇인지 모르게 매일 글을 썼다고 했다. 글을 쓰면서 답을 찾고 싶었지만, 답을 찾지는 못했다. 다만 이제 겨우 이해했다고 했다. 언젠가 사라져 버릴 당신과 나를 영원히 사랑하기 위해 이 소설을 썼다고 했다. 한 번뿐인 삶, 다시없을 오늘을 위해 살아가는 나를 위해서…
책을 읽다가 난해한 부분이 없지 않다. 어려운 주제에서 오는 어려움도 있지만, 할머니, 어머니 형제들을 말할 때, 조금은 혼동스러운 부분이 있다. 처음에 잘 인지하지 않으면 할머니를 얘기하는지, 어머니를 얘기하는지 잘 인지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작가가 의도하는 것과 독자가 이해해야 하는 정도의 차리는 분명 없어 보인다. 작가가 의도하는 바는 책 속에 그리고 등장인물들을 통해서 잘 녹아 내고 있기 때문에 별로 어려움은 없었다. 작가가 얘기하고자 하는 방향성과 우리의 일상에서 조금 더 깊이 있는 성찰을 시도해 보려 한다면 반드시 뒤따르는 ‘나는 누구인가? ‘라는 식의 철학적 의미를 작게나마 되새겨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결국 이 소설은 나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인상적인 문장
사람을 구한다는 것에 꼭 목숨을 구한다는 의미만 있는 건 아닌 듯하다는 거야. 살아도 귀신처럼 사는 사람이 있고 죽어서도 우리 곁에 있는 사람들이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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