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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읽은 것에 대해서

'방황' 중국 사회의 민중과 지식인들에게 변화에 대한 깊은 성찰과 각성을 바라는 마음이 간절한 루쉰의 소설

kimdirector 2023. 12. 15. 08:08 

 

 

 

 

 

 

방황

루쉰 단편선

 

저 루쉰 · 역 정석원 · 문예출판사 · 2012.09.24 · 중국소설, 고전문학

문예세계문학선 101

 

2023.12.04 ~ 12.07 · 8시간 07분

 

 

 

 

 

 

 

 

 

 

 

 

 

중국소설은 처음으로 접한 것 같다. 한 번도 읽어 보려 한 적도 없었다. ‘루쉰’이라는 작가는 이름만 알고 있을 정도이고 따라서 그의 소설은 읽으려 하지도 않았다. 딱히 이유가 있지도 않았지만 딱 한 가지 이유가 있다면 그것은 중국소설이라서 그렇다면 이유가 될까. 선입견이라든가 편견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 개인적으로 중국을 달갑게 여기 지도 않을뿐더러, 긍정적인 부분보다는 부정적인 측면이 내 머릿속에 적잖이 존재하고 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중국에서 뭔가를 하면 일단 의심부터 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일단 이 부분을 차치하고 ‘방황’이라는 소설을 읽기 전에 ‘루쉰’에 대해서 이해하고 읽는 것이 좋을 것 같은 생각이 있어서 작가에 대해서 아주 조금 공부를 해 보았다.

 

‘루쉰’의 본명은 저우수런이고 루쉰는 필명이다. 중국의 문학가이면서 혁명가이고 교육자로 중국 현대 문학의 창시자라는 평을 받는 인물이다. 중국 혁명의 지적 원천으로 추앙받아 왔으며, 마오쩌둥을 위해 사상적 기반을 다진 인물이기도 하다. 청년시절에는 진화론과 니체의 철학과 톨스토이의 박애사상에 영향을 받았다고 하고, 일본에서 유학 생활을 하며 의학을 공부했으나 훗 날 문학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국민 정신의 개조를 위하여 문예 활동에 힘을 썼던 인물이다. 1938년 ‘루쉰전집’ 20권이 출판되었기도 했고, 그를 혁명의 모범이자 사상의 근원으로 여긴 마오쩌둥에 의해 20세기 내내 중국을 지배한 개혁과 혁명적 변화의 선동가로서의 신적인 존재로 추앙받아 온 인물이다. 1981년에는 베이징, 상하이, 사오싱, 아모이 등의 지역에 루쉰 박물관, 기념관이 건립되었다고 한다. 중국 국민들이 루쉰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는 부분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방황’은 루쉰의 두 번째 소설이고 11편의 중단편 11편이 수록된 소설이다. 1924년부터 1925년까지 집필된 것들을 모아 1926년 출판된 소설집이다. 중국 근대화 과정 속에서 변화되어 가는 중국의 사회적 현실과 당시의 민중의식을 가장 꾸밈없고 가식 없는 필체로 완성된 소설이라 할 수 있다. 때문에 근대화를 위한 민중 계몽사상을 일으키는 계기가 되었다고 봐도 좋을 듯한 소설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또한, ‘방황’은 당시 사회의 비참함을 풍자한 소설이기도 하다.

 

제목별로 간단하게 설명을 하자면, ‘측복’과 ‘이혼’에서는 비참한 농촌생활과 봉건사상에 대한 질서들에 대한 폭로, 그리고 당시 여성을 바라보는 비참한 운명과 동정하는 모습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리고 ‘술집에서’, ‘고독한 사람’, ‘죽음을 슬퍼함’에서는 한 때 높은 이상을 꿈꾸었으나 사회에서 소외되어 몰락해 가는 지식인들의 모습을 담고 있고, ‘행복한 가정’, ‘비누’, ‘까오선생’에서는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면서 겪게 될 수밖에 없는 고민들에서 현실과 타협하며 살 수밖에 없는 지식인들을 비꼬면서 풍자했다. 특히, ‘방황’ 속에는 중국 당시의 사회상을 그대로 드러내며 당시의 지식인들에게 각성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11편의 중단편으로 가득한 소설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 듯한다.

 

하지만, ‘방황’을 읽으면서 많이 어렵게 느껴진 부분도 적지 않다. 이유는 당시 중국의 시대상을 얘기하다 보니 당시의 중국 사회생활이나 이야기 속에 여러 가지 상황들이 전하는 내용들을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위에서 얘기한 봉건사회고 계몽이고 하는 내용들은 은유적으로 표현했기 때문에 대놓고 직접적으로 비판을 하거나 지적하는 부분들은 없다. 중단편들이기 때문에 상황이 주는 의미를 알아차리기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일 것이다. 다행스러운 부분이라면 루쉰의 사상적, 이념적인 부분에 대해서 알고 읽었기 때문에 그나마 다행스러울 정도라고 말할 수 있겠다. 또한, 소설이지만 읽다 보면 작가의 일상적인 내용을 읽는 듯한 느낌을 받다 보니 에세이를 읽는듯한 착각을 할 때로 있다. 일반적으로 단순히 읽어 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읽게 된다면 그냥 손을 놓아 버릴 요량이 큰 소설이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한다.

 

이 소설이 주는 의미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방황 그 자체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당시 중국의 근대화 사회로 가기 위한 혼란기에 봉건사회의 문제들과 지배계급의 비인간성, 보수적인 지식인의 허위의식 등에서 민중들과 지식인들의 혼란을 여과 없이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방황이라는 주제의식이 너무나 잘 들어낸 소설이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루쉰는 그런 중국 사회가 안고 있는 다양한 사회의 변화와 현실의 문제들에 안주하지 않고 변화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인상적인 문장

나는 새로운 삶의 길을 향하여 성큼 첫걸음을 내딛으려고 한다. 나는 내 마음의 상처 깊숙이 진실을 간직한 채 묵묵히 앞으로 걸어 나갈 것이다. 망각과 거짓말을 나의 길잡이로 삼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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