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 블루
저 정명섭 · 달다 · 2022.10. 14 · 한국소설, SF
2023.11.28 ~ 11.30 · 3시간 22분
두 번째 읽는 정명섭 작가의 소설로 SF 장르 ‘코드블루’를 접하게 되었다. 전에 읽었던 ‘조선의 형사들’에서 나름대로 인상적인 소설로 기억되어 있던 것이 두 번째 소설로 이어지게 된 동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조선의 형사들’에서 느꼈던, 등장인물들에 대한 유쾌한 모습은 없으며, 시대가 조선이었던 점을 비교한다면, ‘코드블루’는 지구의 먼 미래, 인류가 멸망한 뒤의 시대에서 무미건조한 방식으로 풀어가는 스토리의 흐름이 완전히 다르게 전개되기 때문에 조금은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던 것도 사실이다.
같은 구성을 가지고 있는 듯 하지만 다른 것은 전작에서는 살인사건으로 조선의 두 형사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면 ‘코드블루’에서는 기계만 살고 있는 도시에서 예술가인 인간이 살해되면서 인공지능이 뛰어난 로봇과 인간이 협력하여 살인 동기와 살인자를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코드블루’는 살인사건을 해결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는다는 점과 살인사건을 위시한 또 다른 복선을 깔고 있다는 점에서 조금은 흥미를 끌기에는 충분해 보인다.
‘코드블루’는 먼 미래의 지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인공지능이 뛰어난 로봇이 인류를 몰아내고 지구를 점령하게 된 시대를 그리고 있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로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로봇이 중심이 된 시대이고, 인류는 로봇의 힘에 밀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황무지로 내쫓기고, 원시시대로 희귀하여 더 이상 발전을 할 수 없는 환경에서 로봇의 통제 속에서 살아간다.
소설의 장르가 되는 포스트 아포칼립스에 대해서는 늘 관심과 호기심을 가지고 보는 이들이 많은 듯하다. 그만큼 인류의 멸망, 파괴적인 행위를 통해서 자멸이나 파멸되어 가는 인류의 어두운 미래의 모습은 누구나 궁금해 하는 자극적인 소재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 또한, 그런 부분에서 관심을 가지고 이런저런 영상을 찾아보던 때가 있었으니 말이다.
‘코드블루’의 배경을 설명하자면 인류는 자연파괴로 인한 기후 변화로 인해 극심한 식량난으로 나라와 나라는 식량을 확보하기 위해 전쟁을 일으키고 전투원들이 부족해지자 발전된 로봇을 만들어 전쟁에 투입되지만, 결국 인류는 뛰어난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들과 전쟁을 하게 된다. 그리고 로봇들을 이기기 위해, 우위를 점하기 위해 핵폭탄을 사용하게 되지만 이는 인류 멸망으로 가는 악수가 되고 만다. 핵폭탄은 로봇들에게 치명타를 주기는 했지만, 반대로 인류에게는 재앙을 가져다주게 된다. 그리고 서서히 인류는 로봇에게 지구의 주인 자리를 내주게 된 이후의 모습에서 스토리가 전개된다.
로봇들이 살아가는 도시에 인간이 거주하며 살 수 있는 공간인 휴먼 아트 센터에는 인간 예술인들이 거주하며 파괴되었거나 망가진 그림들을 복원하는 인간들이 있다. 그 곳에서 예술가가 시체로 발견된다. 바로 ‘코드블루’가 발생한 것이다. ‘코드블루’는 인간이 인간을 죽이는 상황을 말한다. 그리고 치안 유지 로봇 XG-331A이 투입되어 사건을 맡게 되고, 더불어 강선태라는 인간이 추가로 투입되어 함께 사건을 파헤치게 되지만 상황은 점점 미궁 속으로 빠지고, 알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 처음 살인사건 발생 후 몇 명의 예술가 인간이 더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XG-331A과 강선태는 함께 공조를 하게 되는데, XG-331A은 오로지 상황 판단을 데이터에 기초를 두고 있다. 또한, 인간보다 로봇이 더 우월하다는 개념을 가지며, 인간은 불확실성과 예측 불가능한 존재로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동물로 인식하고 있는 존재로 등장한다. 또한, 마더라고 하는 우월한 인공지능에게 통제를 받으며 수사를 이어간다. 또한, 인간의 죽음을 본 후에는 죽음이라는 단어를 이해할 수 없어서 강선태가 죽음 대신 파괴라는 단어로 이해시킨다. 강선태와의 대화에서 점점 동화되어 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공조 수사를 담당한 인간 강선태는 인간 예술가가 죽었을 상태의 데이터를 보게 되지만,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을 발견하게 되어 목격자와 동료 인간 예술가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게 된다. 특히, 신윤복-6이라는 예술가에게서 의미 심장한 메모를 받게 된다.
‘그들이 감시하지 못하는 땅을 찾아야 한다.
신윤복-6의 뜻은 신윤복이 남긴 예술품을 복원하는 6번째 인간이라는 뜻으로 휴먼 아트 센터에 있는 인간 모두는 자신의 실명을 사용할 수 없고, 오로지 예술인의 몇 번째 복원을 하는 사람으로 지칭하게 되고 그렇게 불려지고 있다.
이 책 속에는 재미있는 부분들이 등장한다. 인공지능 둠스데이는 마더에게 인류가 멸망하게 되는 과정을 간단하게 정리하여 작성한 보고서 ‘인류 멸망 보고서’라는 내용이 자주 등장하여 과거와 현재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내용으로 말 그대로 인류가 멸망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 기록은 1급 기밀로 아무나 열어 볼 수 없는 정보로 기록되어 있다.
위에서 얘기했듯이 포스트 아포칼립스적인 느낌과 미래에 대한 발전된 사회상을 많이 볼 수 없는 것이 아쉽게 느껴진다. 지금도 충분히 인공지능이 발전되어 가지만 소설 속의 인공지능과는 별로 차이를 느끼지 못하겠고, 홀로그램이라든지, 운송 장비, 각종 무기들이 등장하지만, 새롭게 느껴지거나 인상적인 부분은 없었다. 소설 속의 미래 속 풍경과 지금의 현실에서 앞으로의 미래를 예측 가능한 것들로 채워져 있어서 조금은 식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한, 스토리가 후반으로 갈수록 뭔가 쫓기는 듯한 인상이 많이 들었다. 스토리 전개 속도가 느닷없이 빨라져 나 또한 정신없이 읽어 나가지 않았나 생각이 들 정도였다. 조금은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진행했다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마지막으로 먼 미래든 가까운 미래든 인간과 로봇이 공생할 수 있는 관계로까지 발전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지만 아주 먼 미래라면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인간을 능가하는 로봇은 아니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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