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피엔스(Sapiens)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
저 유발 하라리 / 역 조현욱 / 김영사 / 2015.11.24 / 인문학
‘사피엔스’는 나만의 위시리스트에서 오랫동안 묵혀 있던 책 중에 하나였던 책이지만 최근에 한 방송사 프로그램에서 소개되어 갑자기 흥미가 생겨서 읽게 된 책이다. 인류의 기원에서 부터 현대까지의 인류가 걸어 온 길을 되짚어 보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문서관련 서적은 많이 읽은 것은 아니지만, 조금은 낯설고 선입견이 있습니다. 이유는 대부분 내용이 어렵고, 딱딱하다는 것. 그리고 전문적인 용어들이 많이 등장한다는 것, 그래서 인문서는 접근성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 나의 주된 선입견입니다. 물론 인문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아닌 나같은 평범한 사람에게는 그렇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사피엔스’는 나에게 인문서의 선입견을 깨뜨리는 책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어려울 듯한 내용은 의외로 저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조금씩 차분하게 논리적으로 잘 설명하고 있는 것 같고, 읽는데 부담이나 어려움없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물론 원문 서책은 읽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잘은 모르겠지만 역자인 조현욱 님의 번역이 잘 된 게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아무리 좋은 책이라 해도 번역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것은 번역을 어떻게 하느냐 에 따라 다르지 않을까 생각해 보지만, 그런 면에서 ‘사피엔스’는 읽는 재미를 주는 책, 몰입도가 높은 책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아마 많은 이들이 ‘사피엔스’를 읽었을 것이고 현재도 읽고 있을 것 입니다. 출판된지 한참이 지난 지금에도 인문서 장르에는 베스트셀러로 등극되어 있어서 그런지 인기를 실감할 수 있을 정도이니까요.
‘사피엔스’를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사피엔스가 인류의 시작이며, 사피엔스가 현재에 이르기까지 인류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그리고 미친 영향이 인류에게 어떤 오점을 남기고 어떤 이점을 주었는지 조목조목 따지듯이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인류의 시조인 사피엔스가 어떻게 하여 전 세계로 퍼져 나갔는지, 그렇게 퍼져나간 사피엔스들이 소멸되지 않고 살아 남을 수 있었는지 부터 시작하고 있습니다. 주된 이야기의 시작은 사피엔스가 인지혁명을 시작하면서 모든게 시작되었다고 저자는 얘기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이야기는 농경생활의 시작과 더불어 정치, 경제, 문화, 종교, 외교 등의 다양한 이야깃거리로 전파되어 다양한 이야기를 설득력과 집중력으로 펼쳐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많은 부분에 할애된 내용은 제국주의에 대한 이야기를 가장 많이 담고 있습니다. 제국주의로 인해 발생한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유럽 국가들의 영토 팽창주의에 의해 자행된 일련의 사건들을 재조명하고 있습니다. 또한, 제국주의 정책에 의해 지배당한 나라들은 일부 국가 또는 도시들을 제외하고 모두 파괴되거나 해체되어 멸망의 길을 걷게 된 것도 있는 그대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마야문명, 아즈텍문명 등이 있다는 것도 중고등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얘기일 것 입니다. 세계사 과목에서 많이 다뤘을 내용이지 않나. 이러한 내용을 저자는 왜 그러했을까? 왜 그럴수 밖에 없었는지 설득력있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한, 그렇게 제국의 힘 앞에 무릅꾾고 살아 갈 수 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지배자와 피지배자 사이의 차별과 위계질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에 이르기 까지 미친 영향에 대해서, 그리고 그런 영향으로 인해 피지배자들의 도시와 생활이 발전했다는 내용까지...
또한, 주본주의, 사회주의, 공산주의, 자유주의 등의 민감한 이념적 이데올로기에 대한 나름의 견해를 밝히기도 하지만, 결국 사피엔스로 부터 시작된 것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 조금 독특해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장의 후반, 책의 끝무렵에 난데없는 주제가 등장합니다. 행복에 대한 논리, 개인의 행복, 다수의 행복, 그리고 행복해 지려면 이렇게 해야 한다는 식의 이야기, 그리고 행복의 신체적인, 의학계, 과학계, 심리학에서 얘기하는 행복론에 대한 부분이 등장하는데, 조금은 뜸금없는 얘기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래서 후반 마지막으로 가면 조금씩 맥이 빠진지는 듯 합니다.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남는 부분입니다.
또한, 각계각층의 논문들과 유명 인사들이 발표한 자료들를 토대로 내용을 채워 놓았다는 것은 저자 나름의 전술적 선택이 아니였나 생각해 봅니다. 이 부분은 본인이 하고자 하는 얘기들, 이해해야 하는 내용들을 효과적으로 설득하고 납득하기 위해서 적절하게 활용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부분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겠거니 생각할 부분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자신이 하고픈 얘기를 억지스럽게 짜 맞춰놓은 듯한 내용이 될 수 있습니다. 다행히 이 책에서는 그런 억지스러운 모습은 보이지 않아서 다행이다 싶습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느낀 가장 평범한 점은 하나의 역사책, 고대사, 세계사를 보고 온 듯 합니다. 나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인류의 기원인 사피엔스로 부터 시작된 내용이 현대를 살아가는 사피엔스까지 아우르는 방대한 내용이 이 책 한권에 모두 들어 있다는 사실에 놀라고, 그냥 두꺼운 책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사피엔스로 시작된 이야기가 정치, 사회, 경제, 종교, 문화, 과학에 이르기 까지의 역사적인 사실을 토대로 나름의 연관성을 가지며, 풀어가는 방식이 아주 흥미롭습니다.
끝으로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을 소개하고 리뷰를 마무리하겠습니다.
우리는 머지않아 스스로의 욕망 자체도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아마도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진정한 질문은 “우리는 어떤 존재가 되고 싶은가?”가 아니라 “우리는 무엇을 원하고 싶은가?”일 것이다. 이 질문이 섬뜩하게 느껴지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 이 문제를 깊이 고민해보지 않은 사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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