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의 시대
원제:노르웨이의 숲(ノルウェイの森)
저자 무라카미 하루키 / 역자 유유정 / 문학사상 출판
2000.10.02 종이책 출간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을 그리 많이 읽지는 못했다. 아주 오래전(2006년)에 '어둠의 저편’을 읽은 것이 전부였다. 그렇게 무라카미 하루키를 처음 알게 되었고, 그 뒤로 이 작가는 내 기억 속에서 잊혀지는 듯 했지만, 최근에 다시 예전의 하루키를 조우할 수 있었다.
‘상실의 시대’ 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작가 자신의 젊은 시절에 겪었던 과거의 기억을 소설화 한 부분도 있지만, 나름대로는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았으리라 짐작할 수 있는 제목이라고 생각했다.
이 책의 기본 설정은 한 남자와 여자의 평범하지만 지극히 평범하지 않은 로맨스를 기본으로 깔고 있다. 주인공 주변의 인물 중에서 스토리를 이끌어 가는 여자가 세명 등장한다. 나오코는 고등학교 친구인 가즈키의 여자친구이지만, 주인공인 와타나베가 훗날 사랑하게 되는 여자로 등장하고, 심한 우울증으로 요양원에서 보내게 되는 여자로 출연하며 극의 중심 한가운데에 있는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리고 미도리라는 여성은 와타나베를 사랑하는 여인으로 등장한다. 성격이 활달하고 매사 적극적인 성격으로 와타나베에게 들이대긴 하지만 사랑의 아픔을 겪게되는 여성으로 등장하고, 마지막으로 나오코가 머물고 있는 요양원에서 알게 되는 50대 여성인 레이코 라는 등장인물이다. 나오코가 요양원에서 같은 방을 쓰는 사람으로 성격이 친화적인 면이 있어서 와타나베와 친하게 지내며, 많은 대화를 나누는 여성으로 등장한다. 기타와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는 긍정적인 등장인물이다.
이렇게 와타나베와 세 여주인공 중에서 나오코와 마도리와는 삼각관계를 형성하게 되고 레이코는 와타나베와 어울리면서 나오코를 돌보는 사람, 진실한 사랑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멘토같은 역할을 맡게 된다.
위에서 얘기했듯이 한 남자의 지극히 평범하지 않은 로맨스와 또 다른 설정이 스토리 안에 존재하고 있는데, 죽음에 대한 부분이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이유는 고등학교 동창인 친구 가즈키와 그의 여자친구인 나오코가 이유를 알 수 없는 자살을 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산다는 것과 죽는다는 것에 대한 대화가 자주 등장한다.
스토리 초반에 와타나베는 죽음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얘기한다.
그때까지도 나는 죽음아라는 것을 삶으로 부터 완전히 분리된 독립적인 존재로 파악하고 있었다. 즉 ‘죽음은 언젠가는 확실히 우리들을 그 손아귀에 거머쥐게 된다. 그러나 거꾸로 말하면, 죽음이 우리들을 사로잡는 그날까지 우리들은 죽음에 붙잡히는 일이 없는 것이다’ 하고, 그것은 나에겐 지극히 당연하고 논리적인 명제로 생각되었다. 삶은 이쪽에 있으며, 죽음은 저쪽에 있다. 나는 이쪽에 있고, 저쪽에는 없다.
그러나 가즈키(고등학교 동창)가 죽은 밤을 경계선으로 하여 나로선 이제 그런 식으로 죽음을(그리고 삶을) 단순하게 파악할 수는 없게 되어 버렸다. 죽음은 삶의 반대편 저쪽에 있는 존재 따위가 아니었다. 죽음은 ‘나’라는 존재 속에 본질적으로 내재되어 있는 것이며, 그 사실은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망각할 수가 없는 것이다. 열일곱 살의 5월 어느날 밤에 기즈키를 잡아간 죽음은, 그 때 당시에 나를 사로 잡았던 것이다. - 49쪽
단순하게 한 대목만을 가지고 얘기하는 것이 아닌 전체적으로 와타나베의 젊을 때의 회상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진진한 것이 아닌지, 나의 젊었을 때는 어떠 했는지 잠시 나의 어린 시절을 생각해 보기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한가지 ‘상실의시대’에서 얘기하지 않으면 안되는 한 부분, 이부분을 리뷰에서 엄급을 해야 할지 고민했지만, 이부분도 책의 내용 중에 중요한 소재로 사용되었기에 간단하게 엄급만 하겠다. 바로 성적 묘사에 대한 부분이다. 다른 사람의 리뷰에는 어떻게 표현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찾아 보았지만, 다양한 의사표현이 존재하고 있었다. 내 리뷰에는 굳이 표현하지 않겠지만 자극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리뷰가 많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도 그럴 것이 마지막 부분에 와타나베와 레이코의 관계가 그렇다. 굳이 스토리전개를 그렇게 끌고 갈 이유가 있었을까 의아해 했던 것이다.
단순하게 보면 남녀간의 로맨스에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얹히면서 절대로 가볍지 않은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소설이지만, 약간은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있기는 하지만, 나름대로는 진지하게 읽지 않았나 기억해 본다.
이 소설은 일본에서 1987년에 발간된 것이고, 1988년에 국내에 발간되면서 많은 이슈를 남긴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원제(노르웨이의 숲)로 발간되었다가 다시 ‘상실의 시대’로 제목을 바꿔 다시 발간되면서 유명세를 치른 것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하루키는 제목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바꿔 달라고 했지만 거절했다는 비하인드도 나무위키에서 찾아 볼 수 있었고 영화화된 점도 찾아 볼 수 있었다.
이 소설을 다 읽고 나서 리뷰를 써야 겠다는 생각이 쉽게 나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남녀간의 사랑 이야기인데다가 좀처럼 임팩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완독한지 한달이라는 시간이 지난 시점, 망설임을 넘어서 빨리 처리해야 하는게 맞을 것 같은 느낌, 왠지 미룬 숙제를 다 한 기분이랄까.
개인적으로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소설은 아닌 것 같다. 읽은이에 따라 호불호가 많이 가릴 것 같은 예상이다. 발간 당시에는 대단한 호평을 받은 소설이였는지는 모르겠으나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의 정서와는 조금 다른 듯 하다.
'Review > 읽은 것에 대해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페스트' 폐쇄된 도시 안에서 인간을 얘기하다. (0) | 2020.12.31 |
---|---|
'오베라는 남자' 까칠한 남자의 세상사는 이야기 (0) | 2020.12.31 |
'사피엔스' 인류 기원의 시작과 기나긴 여정 (0) | 2020.12.30 |
'노인과 바다' 인간의 집년과 열망을 그린 소설 (0) | 2020.12.30 |
'산자와 죽은자' 장기이식에 얽힌 피의 복수극 (0) | 2020.12.30 |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박완서의 오래된 기억 속 자화상 (0) | 2020.12.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