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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읽은 것에 대해서

'The Moment' 순간의 선택이 주는 삶의 의미

kimdirector 2021. 1. 2. 13:07 

 

 

 

 

 

모멘트

The moment

 

저 더글라스 케네디 / 역 조동섭 / 밝은세상 / 2011.10.15(전자책) / 영미소설

 

 

 


 

 

 

저자인 더글라스 케네디를 처음 알게 된 것이 《빅픽처》를 읽었을 때 였다. 지금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빅픽처》를 읽으면서 더글라스 케네디에 대한 좋은 인상이였다는 것을 내 두뇌는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오랜만에 더글라스 케네디의 오래된 소설을 찾을 수 있었다. 《모멘트》는 더글라스 케네디의 열번째 소설로 기억된다. 물론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것이 그렇다. 하지만 내가 읽은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은 두가지 뿐이다. 예전에 읽은 《빅픽처》와 지금 쓰고 리뷰를 쓰고 있는 《모멘트》이다. 앞으로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을 좀더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하게 됐다.

 

소설의 시작은 현재와 과거가 뒤섞이며 현재인지 과거인지 모호한 흐름으로 시작한다. 주인공인 '토마스 네스비트'라는 인물로 오랜 결혼생활로 인해 아내와의 관계가 멀어져 이혼 청구서를 받아 들게 되면서 시작된다. 소설 속 주인공인 토마스는 작가로써 다양한 여행기를 쓴 작가로 알려진 인물이기도 하다. 과거 속에서 아내와 연예하던 시절, 결혼 후의 일상, 더 거슬러 올라가 어린 시절의 부모에 대한 기억, 친구와의 관계을 되새김질하며 소설의 초반을 모두 할애하며 중 후반을 위해 초석을 다지고 있다. 하지만 어린 시절 속에서 겼었던 부모와의 잘못된 관계로 인해 엉망이 된 성장기가 자신에게는 숨겨야 하는 기억으로 남아 있다. 옛사랑의 아픈 기억으로 인해 현실 도피성 여행을 다니며 잊으려 하고, 결국 잊지 못할 만큼의 큰 슬픔을 지우기 위해 결혼을 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고 밖으로만 돌고 도는 인생이 되어가고 만다. 오로지 현실에서의 도피처를 찾아 여행이라는 것을 통해 옛사랑의 기억을 잊으려 한다. 

 

토마스가 새로운 글을 쓰기 위해 독일로 날아가고 동베를린를 방문하며 그린 풍경을 묘사한 부분이다. 통독 이전의 베를린은 동서로 나뉘어 동베를린은 사회주의 체제였고, 서베를린은 민주주의 체제에 있던 시기여서 주인공인 토마스가 동베를린을 방문하여 보고 느낀 쓸쓸한 거리의 풍경, 긴장감과 감시를 받고 있는 체제 속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표현하고 있다. 이는 당시의 독일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장면이지만 이런 도시의 긴장감을 통해 토마스가 사랑했던 여인 페트라의 과거 속의 처지를 단편적으로 설명하는 부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페트라는 동독에서 살고 있던 과거 속의 이야기를 토마스에게 구체적으로 얘기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남자를 만나고, 아이를 가지고, 결혼을 하고, 비밀경찰에 붙잡혀서 옥살이를 하는 장면, 서독으로 올 수 있었던 모든 과정을 생생하게 들려준다. 이 때부터 두사람의 생활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다. 그전까지 서로에게 사랑하는 감정에 치우쳐져 있었고, 서로에게 떠나지 않을까 불안한 마음이 잇었던 부분을 솔직하게 떨어 놓음으로써 서로에게 더욱 가까워지는 계기가 생기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무거운 마음을 버릴 수 없다. 또한, 페트라는 토마스를 사랑하는 마음이 크지만, 동독을 떠나면서 두고 온 어린 아들을 그리워하는 마음 또한 크게 느끼고 있던 때 였다.

 

그리고, 등장인물이 더 있다. 토마스가 세들어 사는 집의 주인이면서 유망한 화가이자 동성애자이며, 지독한 마약쟁이에다 입은 거친 한 남자가 있다. 바로 알스테어라는 인물이다. 알스테어는 자칫 토마스와 패트라의 사랑 이야기 속에서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것들을 가볍게 느낄 수 있어서 두 사람의 대화가 때로는 극의 흐름에 양념같은 역할을 하며 재미있는 케미를 보여준다. 전체적인 극 중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지는 않지만 극의 중반을 토마스와 함께 하고 있고, 패트라를 만나기 전에는 두 사람의 대화에 흥미를 느낄만큼 재미있는 애피소드를 제공해 주기도 한다. 극 후반으로 이어지면서 알스테어가 뭔가 의미있는 역할을 할 것이라 추측했지만, 그냥 서로에게 호감을 가지고 좋아하게 된다는 정도로의 가벼운 관계로 끝이 나서 조금은 싱겁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토마스는 페트라와 결혼을 약속하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지만 결국에는 페트라의 배신을 목격하며 페트라는 다시 동독으로 끌려가게 된다. 그리고 토마스는 베를린을 떠너 미국으로 돌아가게 되지만, 자신이 진정으로 사랑한 사람에게서 느낀 배신감과 그리고 못다한 얘기를 못 들은 것에 대한 자책감으로, 그리고 자신이 진정으로 사랑한 페트라를 잊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기도 하고, 여행지에서 많은 여자를 만나면서 방황의 나날을 보내게 된다. 그렇게 만난 여자와 결혼을 하지만 쉽게 정착하지 못하고 여전히 밖으로만 맴돈다. 그래도 결혼생활을 20여년을 이어가게 된다.

 

이 리뷰를 쓰면서 최대한 스포를 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스토리의 흐름상 몇가지 변곡점을 아주 심플하게 얘기하려 한다. 물론 이 소설을 읽은 사람이라면 상관없지만, 아직 읽지 않은 사람이 더 많다면 꼭 책을 읽어 보라 권하고 싶다.

 

첫번째 변곡점은 토마스가 베를린으로 떠나고 알스테어라는 독특한 화가를 만난다는 것이고, 두번째 변곡점은 토마스가 페트라를 만나면서 진정한 사랑을 만난다는 것, 세번째 변곡점은 페트라가 토마스를 배신하게 되는 것, 네번째는 페트라에게서 우편물을 받고 진심을 알게 된 다는 것이 될 것이다.

 

이 소설은 단순하게 보면 연애소설이지만, 평범한 연애소설은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받을 수 있는 배신감을 처절하게 흐느끼지만 결국에는 진정으로 사랑한 사람을 잊는다는게 쉽지 않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 아래 소설 속에서 몇가지 글을 소개한다.

 

토마스가 페트라와 처음으로 저녁식사를 하기로 한 식당에서 페트라를 기다리며 한 말이다.

 

"우리는 바라는 걸 얻으리라는 기대로 이튿날을 기다린다. 하지만 바라는 걸 얻게 되리라는 보장은 그 어디에도 없다는 걸 우리 자신이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결국 기다림이란 자신의 바람이 이루어지리라는 믿음에 기초할 뿐이다. 하지만 그 바람을 서둘러 드러내면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관심을 보이되 속이 들여다보이면 안 된다. 그것이 기다림이다."

 

그리고, 진정으로 사랑한 페트라에게서 배신감으로 인해 소리치며, 후회하는 자신에게 하는 말이다.

 

"자존심은 가장 파괴적인 힘이야. 자존심이 우리 눈을 가리지. 자존심 때문에 눈이 멀면 자신을 보호하려는 이기적인 생각밖에 못하게 돼. 그럼 우린 주위를 올바로 볼 수 없게 되지. 자존심 때문에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가게 되는 거야. 진실의 소리가 들려와도 귀를 완전히 닫아버리지. 내 생애 단 한 번뿐이었던 진정한 사랑을 만나고도 끝내 잃어버리게 된 건 그 빌어먹을 자존심 때문이었어.’"

 

그리고, 인생은 선택이고 결국 선택한 인생은 후회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한 말이다.

 

"어쨌든 인생은 선택이다. 우리는 늘 자신이 선택한 시나리오로 스스로를 설득해야 하고, 앞으로 전진해야 하고, 좋은 일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품어야 한다. 아니, 적어도 우리에게 주어진 이 길지 않은 인생을 가치 있게 만들어야 하고, 어느 정도는 뜻대로 완성해 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모든 것은 자신의 선택의 순간이 있고, 그 선택의 순간은 존중받아 마땅하다는 의미의 말이다.

 

"순간이 있다. 모든 걸 바꿀 수 있는 순간, 아무것도 바꿀 수 없는 순간, 우리 앞에 놓인 순간. 우리가 누구인지, 우리가 찾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가 간절히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결코 얻을 수 없는 게 무엇인지 알려 주는 순간. 우리는 순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아주 짧은 찰나라도 순간으로부터 진정 자유로울 수 있을까?"

 

마지막 말은 이 소설의 가장 마지막에 토마스가 생각한 것이고 이 소설이 주는 의미가 함축적으로 표현한 부분이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인간은 선택의 순간이 있다. 태어나는 것을 제외하고 모든 것은 선택의 순간이 오고야 만다. 하지만 그 선택의 순간이 가져오는 의미는 남다를 것이다. 어떤 선택을 하든 그건 자신의 의지에 위해 존중받아야만 할 것이다.

 

토마스도 페트라의 배신감을 받아 들이고 상처받을지, 배신감을 갖기 전에 진실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순간이 있었다면 어떠했을까 하는 선택의 순간에서 전자를 택하게 된다. 물론 화가 난 상태에서 선택한 순간으로 인해 페트라도 고통을 받았고, 토마스도 고통으로 부터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이 소설에서는 그런 점을 얘기하고 싶은 것이다. 잘못된 선택이나 잘한 선택, 어떤 것이 유익한지는 알지 못한다. 결국 지나보면 그 선택의 순간에 어떤 결정을 했는지를 알게 될 뿐이다. 토마스는 자신의 순간의 선택에 후회하며 살아가게 된다.

 

이 소설은 조금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 오로지 1인칭 시점인 토마스의 시선에서 시작해서 끝난다. 오로지 토마스가 있는 주변의 이야기이다. 토마스가 없는 다른 시선으로의 복선을 전혀 두고 있지 않다. 읽다보면 '나는' 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오로지 주관적 시점이다. 물론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소설의 전체 구성은 크게 토마스의 현재에서 토마스의 기억 속 과거로 다시 현재로 돌아 오면서 토마스의 시선 안에서만 머물러 있다. 초반에는 살짝 지리한 부분도 있지만, 중후반을 넘어가면서 단숨에 읽어 나갈 수 있었다. 

 

단순히 두사람의 사랑이야기였다면 이 소설은 크게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사랑이야기에 정치적인 요소를 곁들이면서 특별함이 있는 두사람만의 사랑이야기가 되었다. 통독 이전의 시대적 배경이 주는 사실적인 표현과 분단된 베를린이라는 시대적인 시간과 장소에서 주는 특별한 사랑이야기를 가장 드라마틱하게 그려내고 있다. 또한, 등장인물들의 섬세한 심리적인 요소들을 잘 들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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