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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읽은 것에 대해서

'아가미' 인간 군상들의 살아가는 잔혹한 이야기

kimdirector 2021. 1. 2. 13:10 

 

 

 

 

아가미

 

저 구병모  / 위즈덤하우스 / 2018.03.30 / 한국소설

 

 

 


 

 

 

아가미라는 소설을 처음 접했을 때 왜 잔혹동화인지 내 스스로가 이해되지 않았다. 전체적인 스토리가 잔혹스런 부분이 등장하지 않는다. 그런데 왜 잔혹동화라는 타이틀을 붙였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소설의 마지막 장을 넘기면서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잔혹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이 일반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닌 좀더 난해한 수준의 잔혹이라 생각하게 되었다. 결국 잔인함과 거리가 먼 인간 군상들의 살아가는 이야기 속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어떤 사람은 처절하리만치 찌든 삶 속에서 어쩔 수 없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어떤 사람은 자신이 믿고 의지하는 사람에게서 배신당하고 자식까지 버리다싶이 하였지만, 결국 약물중독에 빠져 의미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바려진 아들은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한채 할아버지 손에 자라서 성격이 온순하지는 않고 표현이 서툰, 마음은 따뜻한 남자가 있다. 이렇게 소설 속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름대로 속사연이 있는 사람들로 채워져 있다.  작가는 이렇게 인간 궁상들의 살아가는 이야기에서 잔혹동화라는 표현을 은유적으로 쓴게 아닌가 생각한다.

 

그 중에 ‘곤’ 이라는 조금 특별한 존재의 사람이 있다. 물 속에서 살 수 있는 아가미가 붙어 있고 등에는 아름다운 비늘이 붙어 있다. 물 속에서 물고기와 함께 수영을 하고 물 속에서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는 특별한 존재이다. ‘곤’은 아주 어렷을 때 이내호에서 아빠에 의해 자살을 시도했지만, 아빠는 죽고 자신만 홀로 살아 남아 이내호 주변에 사는 노인 밑에서 자라게 된다. 다른 사람에게는 노출되면 안되는 존재이기도 하다.

 

‘곤’에게는 아가미라는 특이한 조직을 가지고 있다. 다른 사람에게는 보여줄 수 없기에 항상 숨기며, 다륻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도록 조심하며 살아간다. 여기서 또하나의 의문점이 든다. 작가는 왜 '곤'에게 물고기에만 있는 아가미를 달아 줬을까? 대다수의 사람들은 아가미가 살아가는 존재의 이유를 얘기하고 희망이라는 단어를 매개체로 아가미에 비유해서 이야기한다. 내 개인적인 의견도 크게 다르지 않다. 물에 빠진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물에 빠진 물건을 찾아 주기도 하지만, 이러한 행위들은 오직 자신만 가능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돕고 싶을 뿐이였을 것이다. 아가미가 있는 특별한 존재로 부터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희망을 부여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또한, 아가미가 달린 어린 소년을 처음 봤을 때, '곤'이라는 이름을 붙여 준 같은 또래의 남자아이 '강하'라는 인물이 있다. 어렸을 때부터 노인의 손에서 자란 손자이기도 하지만 자기를 버린 엄마를 증오하는 역할이지만, 그런 타인지 아가미가 달린 또래 소년에게 '곤'이라는 이름을 붙여 준 인물이지만, 어렷을 때부터 '곤'을 못살게 괴롭히는 소년이기도 하다. 다정다감이라곤 찾아보기 어렵고, 노인에게 반말을 하고 '곤'을 죽일 것같이 해도 마음 한구석에는 '곤'을 걱정해 주고 자신을 노인에게 버린 엄마라는 인간을 증오하면서 자라게 된다. 결국 노인과 함께 푹풍우에 흽쓸려 행방불명 상태가 되고 만다. '강하'라는 인물도 영혼에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인간 궁상 중에 한 명의 등장인물이다.

 

스토리 전개상 변곡점이 없지는 않다. 도시에서 살던 '강하'의 엄마(이녕)가 이내호 근처의 아버지 집에 돌아 온 후, 이녕이 사고로 죽게 되고 '곤'은 그 집에서 떠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이 전재되는 부분인데, 충분히 납득되는 흐름상 전개 방식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극 전개상 변곡점이 한 번 정도 등장한다. 물론 '곤'이 이내호 근처의 노인에게 발견되어 살아가는 변곡점이 있기는 하지만, 전체 스토리 전개상 크게 작용하지는 못할 듯 싶다. 그렇게 '곤'은 처음 세상 밖으로 나와 홀로서기를 시작하지만, 결국 '곤' 자신도 인간 궁상 중에 한 사람인 것이다. 폭풍우에 흽쓸려 행방불명된 노인과 강하를 찾기 위해 물 속에 들어간다.

 

이 소설의 전체 스토리는 비교적 짧다. 빨리 읽으면 하루만에도 아니 몇 시간이면 완독이 가능할 정도로 내용이 정황되거나 복잡하지 않다.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곤'이라는 인물을 조명해 가는 방식도 아니다. 딱히 주인공이라고 얘기하고 싶을 정도도 밀도있게 다루지도 않는다. 전체적으로 느슨한 전개로 진행되며, 읽다보면 과거인지, 현재인지 착각할 수 있다. 과거와 현재의 시점이 전혀 표시되지 않기 때문에 주의깊게 읽지 않으며 쉽게 넘어가버려 집중력이 필요할 때가 있다. 마무리 또한 열린 결말이라 독자들에게 나름 상상력을 발휘하려 한 것도 나쁜 결말은 아닌 듯 싶다.

 

전체적으로 아쉬운 부분이 없지는 않다. '곤'과 '강하'라는 인물에 대해서 생각보다 밀도있게 표현하고 있지 않다. 조금 더 등장인물들에 대한 밀도있는 표현과 심리적 묘사가 있었다면 어떠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 소설을 통해서 '구병모'라는 작가를 알게 되었고, '구병모'라는 작가에 대해서 좀더 알고 싶은 마음이 생겼고, 다른 소설도 읽어 보고 싶은 충동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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