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버리다
猫を棄てる 父親について語るとき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할 때
저자 무라카미 하루키 / 그림 가오 엔 / 역 김남주 / 비채출판 / 2020.10.26 / 에세이
"상실의 시대"와 "어둠의 저편"이라는 소설을 읽어 본 나에게는 작가인 무라카미 하루키가 그리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아주 친숙하고 익숙한 작가라고 얘기할 수는 없어도 아는 작가 정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두 권의 소설도 나름대로 재미있는 소설이었기에 최신작인 "고양이를 버리다" 소설도 나름대로 기대하는 바가 있기도 하다. "고양이를 버리다"의 장르는 소설이라기보다는 에세이라고 하는 편이 맞을 듯하다.
"고양이를 버리다"의 첫 느낌은 잔잔한 느낌이랄까. 북커버에서 느껴지는 따뜻함이 느껴져서 인 것 같고, 일러스트가 주는 느낌이 강렬하지 않다는 데에서 오는 차분함이 느껴진 것이다. 그리고 에세이답게 내용 또한 간결하다. 복잡하지 않고, 담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서 써 내려간 느낌이랄까? 페이지 분량도 얼마 되지 않아 100여 페이지 정도되는 아주 짧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렇게 짧은 이야기 속의 주요 내용은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이며, 돌아가신 자신의 아버지를 회상하 듯 이야기하고 있다. "고양이를 버리다"의 주된 시대적 배경은 전쟁이 끝난 1950년대 후반이며 전쟁의 아픈 상처들이 아물지 않은 시대이다. 무더운 어느 여름날, 아버지와 어린 하루키는 바닷가에서 고양이를 버리고 집에 돌아왔지만, 어찌 된 것인지 고양이가 다시 집에 와 있는 모습에 신기한 듯 바라보고 있는데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리고 지금까지 한 번도 하지 않은 가장 사적인 이야기인 아버지의 대한 이야기를 펼쳐 놓기 시작한다. 아버지의 유년기 생활에서 부터 청년기의 중일전쟁 참전, 중장년기의 교직생활, 그리고 노년기의 투병생활을 담담하게 오로지 하루키의 기억 속에 내재되어 있던 아버지의 모습을 하나씩 회상하기 시작한다.
하루키는 아버지와의 연을 20여 년 동안 끊고 살다시피 했다고 했다. 무엇 때문이라고는 하지 않았다. 어떤 계기가 있었다는 얘기만 있을 뿐, 연을 끊을 정도로 싸웠다고 하지 않았다. 어떤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몇 해 전부터 돌아가시기까지 연을 이어 왔다고 했다. 가족이라 할지라도 몸과 마음이 멀어지면 그렇게 되나 보다 하겠지만, 좀 심하지 않았나 생각해 보기도 하겠지만 개인 사정이나 다 이유가 있으니까 그렇겠지라고 치부해 본다.
'고양이를 버리다'에서는 하루키와 아버지는 서로에게 특별하고 뜻있는 그리고 뭔가 인상적인 기억이 없는 것 같다. 그냥 가족이니까. 그러려니 해 보겠지만, 소설에서는 뭔가 의미심장한 부자지간의 애틋함이랄까. 감동적인 장면 연출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그냥 하루키의 시선에서, 그리고 하루키의 오래된 기억 속 아버지의 모습을 찾아다니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단 한 번도 하지 못한 이야기를 하겠다고, 가장 사적인 이야기를 하겠다고 했다.
'고양이를 버리다'에서는 아주 단순하고 심플한 아버지에 대한 오래된 기억을 하루키의 시선으로 들려주고 있다. 덤덤하게, 가볍게 넘치지도 않게 스스럼없이 얘기하고 있다. 스펙터클하거나 다이내믹하지는 않지만 하루키만의 진솔한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일 뿐이다. 그냥 가볍게 쓱하고 지나칠 정도로 가벼운 이야기들이어서 조금은 아쉬움이 남는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내가 기억하고 있는, 어렸을 때의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어렴풋이 회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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