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역사
History of Writing History
저 유시민 / 돌베개 출판 / 2018년 6월 25일(종이책/전자책 동시 출간) / 역사서
이 책에 대해서 간단하게 서술하자면, 역사에 대한 지식을 조금 더 고민해 볼 필요성을 느끼게 해 준다. 하지만 다른 책에서 인용된 부분이 대부분이며, 그렇게 인용된 부분에 유시민 나름의 역사에 대한 생각을 종합적으로 덧붙였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역사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이나 고찰보다는 역사를 읽어가는 현대인들에게 상식적인 선에서 풀어 가려고 애쓴 듯한 느낌이 많이 들었다. 또한, 역사에 대한 오래된 이야기보다는 역사를 대하는 역사가들의 이야기를 통해 역사를 다시 해석하려는 의도도 볼 수 있었다.
"역사의 역사"를 읽다 보니 정말 다양한 서적에서 많이도 인용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로 지문이 많은 책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지문으로 인해 오히려 집중도가 떨어져서 다시 뒤로 돌아가서 재차 읽어야 하는 것도 있어서, 오히려 지문이 있으면 중요하다고 생각되지 않는 부분은 그냥 넘어가기도 한다. 그래야 읽은 속도가 붙을 테니까... 어찌 되었든 이 책은 역사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지만 깊이를 느낄만한 부분은 그리 많지 않다. 그냥 역사가들이 어떻게 역사를 대했는지,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등의 역사가들의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다.
유시민은 역사에 대해서 정의를 두 가지로 구분해서 얘기하고 있다. 하나는 있는 그대로 사실만을 목적으로 써가는 역사서가 있다면, 사실적인 역사에 역사가만의 살을 붙이거나 과장된 내용을 넣기도 해서 소설을 쓰는 듯한 역사서가 존재한다고 했다. 즉, 하나의 역사적 사건을 놓고 두 가지 버전의 역사서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을 토대로 유시민의 견해가 책의 첫머리에서 부터 논증을 벌이게 한다. 이야기의 시작부터 흥미진진해진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역사서에 대한 견해도 함께 볼 수 있었는데, 그중에서 내 머릿속에 각인된 부분이 있어서 잠시 소개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옛사람이 이르기를 나라는 멸할 수 있으나 역사는 멸할 수 없다고 하였다. 나라는 형체이고 역사는 정신이다. 이제 한국의 형체는 허물어졌으나 정신만을 홀로 보존하는 것이 어찌 불가능하겠는가. 이것이 『통사』(痛史)를 짓는 까닭이다. 정신이 보존되어 멸하지 아니하면 형체는 반드시 부활할 때가 있을 것이다."
- 박은식의 한국통사 중에서
"수백 년 사대주의의 노예가 된 역사가들이 좁쌀만 한 눈으로 연개소문을 혹평하며, “신하는 임금에게 충성해야 한다”는 되지 못한 도덕률로 그의 행위를 규탄하고, “작은 나라가 큰 나라를 섬기는 것은 하늘의 도리를 따르는 것이다”는 노예근성으로 그 업적을 부인하여, 시대를 대표하는 인물의 송장을 살 한 점 남지 않게 씹어 대는 것을
나는 크게 원통히 여긴다."
- 신채호의 조선상고사 중에서
박은식의 "한국통사"와 신채호의 "조선상고사"는 모두 우리나라가 일제하에 있었을 때, 쓰인 역사서라고 하고 있다. 물론 개인적으로 두 가지 책 모두 읽지 않았다. 제목만 익히 알고 있을 뿐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역사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고 할 수 있다. 이유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단지 역사에 대한 지식을 쌓기만을 바라보았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난 다음부터는 역사를 이해하고 습득하는 것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누가 왜 썼는지도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할 수 있겠다. 적어도 우리의 역사는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
위에서 언급한 두 가지 이야기는 나의 뇌리 속에 깊이 있게 남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유시민의 역사의 역사는 읽는 내내 술술 읽히는 맛이 제격이다. 그만큼 역사에 대한 깊이가 짧게 느껴져서일 수도 있겠지만, 간단명료하고 복잡하거나 어렵지 않게 구성된 책이다 보니 나름대로 재미있게 읽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누구나 역사에 대한 중요성을 알고 있다. 하지만 왜... 어떻게... 누가...라는 개념 없이 막연히 역사의 기록만을 쫓아가는 것보다는 조금은 원론적으로 접근해 보고 나서 역사서를 대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개인적으로 유시민의 책은 처음이라 '역사의 역사'에 대한 좋은 감정과 느낌이 생겨서 다른 책도 알아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 것 같다. 암튼 이 책은 추천이 될만한 책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 책은 위에서 잠깐 언급했듯이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깊이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역사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무겁지 않으면서 담백하게 펼치고 있어서 읽는 내내 지루함을 느낄 틈이 보이지 않았다. 간결하고 복잡하지 않게, 써 내려간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이렇게나 쉽고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은 그렇게 쉽고 편하게 역사에 대한 또 다른 역사를 읽을 수 있는 재미를 나에게 준 책이기도 하다. 물론 역사에 대한 깊이를 봐야겠다고 생각한다면 이 책과는 거리가 먼 것이겠지만 그렇지 않고 역사에 대한 짧은 지식을 원한다면 읽어 볼 만한 책이라고 추천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유시민이 독자들에게 "역사의 역사"를 대하는 자세에 대해서 애기한 흔적인 있어서 소개하며 리뷰를 마친다.
"하지만 패키지여행은 짧은 시간에 적은 비용을 들여 중요하고 이름난 공간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며, 이 책도 그런 점에서 쓸모가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자유여행을 하면 시간 되는 만큼 마음 가는 대로 다니면서 도시의 다양한 얼굴을 볼 수 있지만 그 도시의 전체적인 면모를 놓칠 위험이 있다. 그럴 여유만 있다면, 먼저 패키지여행을 한 다음에 자유여행을 떠나 도시의 겉과 속을 다 보는 것이 좋은 여행법이다. 이 책으로 미리 해 본 패키지여행이 헤로도토스부터 하라리까지 역사의 역사를 자유롭게 여행하려는 독자들에게 참고가 되기를 기대한다."
- 유시민의 역사의 역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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