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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읽은 것에 대해서

'심판' 베르베르가 그리는 유쾌한 사후세계

kimdirector 2021. 1. 3. 14:06 

 

 

 

 

심판

Bienvenue au paradis

 

저 베르나르 베르베르  / 역 전미연 / 열린책들 / 2020.08.30(동시출간) / 희곡, 시나리오

 

 

 


 

 

 

오랜만에 베르베르의 책을 읽게 되었다. 아니, 책이라고 얘기하기 뭐하지만, 엄밀히 애기하자면 희곡이다. 연극을 위해 만든 대본을 말한다. 희곡을 읽어 보기는 처음이다. 조금은 색다른 느낌을 주긴 했지만 그냥 소설을 읽는 마음으로 읽다보니 가볍게 읽을만한 책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그리고 희곡이라서 그런지 내용 자체가 복잡하거나 어렵지 않았다. 한가지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는 스토리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책 자체가 무겁게 느껴질 만큼의 양이 되지 않는다. 그냥 마음놓고 읽으면 반나절만에 완독할 수 있을 정도다.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쓴 첫번째 희곡인 "인간"은 아직 읽어 보진 않았고, 두번째 희곡인 "심판"을 읽게 되었다. 가장 최근에 출판된 책이기도 하고 가장 좋아하는 몇 안되는 작가이기에 일단 호기심이 발동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이니까 그럴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심판"에서도 베르베르의 다른 소설과 같이 특유의 위트와 유머러스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가볍고 경쾌한 분위기를 쉽게 볼 수 있다. "심판"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하자면 이렇다.

어떤 중년 남자가 죽으면서 사후세계에 들어서면서 시작된다. 사후세계에서는 죽은자를 심판하여 다시 살려 줄지를 결정하는 곳으로 판사는 죽은자를 어떻게 처리할지를 놓고, 판결을 진행한다는 내용이다. 간단한 소개라고 하기에는 너무 짧지 않나 얘기하겠지만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다는 것이 희곡의 내용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과 그리고 아직 읽어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읽어 보라는 생각에서 아주 간단하고 심플하게 얘기한 것 뿐이다. 오로지 희곡이라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위에서 잠깐 언급한 부분을 얘기하자면 죽은자가 사후세계에 당도하면 자신을 변호할 변호사가 등장한다. 그리고,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검사(?)도 있다. 그리고 판결을 내리는 판사가 등장한다. 이렇게 등장인물은 단촐하게 4명 정도라고 할 수 있다. 판사는 변호사의 의견을 수렴하여 지상으로 다시 돌려 보낼지, 말지를 결정하고 이러한 과정들이 희곡의 마지막까지 이어지는데, 결국은 뜻하지 않는 반전을 보게 될 것이다.

여기에서 지상으로 다시 돌려 보낼지, 말지를 놓고 주장하는 내용들이 주를 이루는데, 지상으로 내려가서 다시 인간의 삶을 살아가는게 죄값을 받는다는 설정이다. 어찌보면 독특한 접근법이라고 할 수 있을 듯 하다.

등장인물들 간의 대화, 심문하는 과정들 속에서 재미있는 요소들이 가득하다. 중년남자의 과거를 모니터 스크린을 통해 들여다 보며 잘 했느니, 잘못했느니 등의 주장을 펼치기도 하고, 변호인과 변호사 간의 논쟁을 펼치기도 한다. 이 외에도 다양한 볼거리들이 존재하는데, 베르베르식의 유머와 코미디를 보는 듯한 착각을 들 정도이다.

이러한 것들은 베르베르만의 독특한 전개방식과 사후세계라는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를 아주 위트있고 재미있는 구성으로 전개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등장인물들의 연기톤을 보면 조금은 과장된 표현을 쓰고 있는 듯 하다. 이는 위에서 언급한 것 처럼 희곡이기 때문에 등장인물들의 연기톤이 연극을 보는 듯 한 착각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신선하다.

한마디로 말하면 우리가 TV에서 코미디 프로를 볼 때, 인기있는 개그 한 코너를 재미있게 들여다 볼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특히, 사후세계 전체를 들여다 보는 것이 아닌 사후세계에 당도했을 때, 마주할 수 있는 곳, 그러니까 염라대왕 앞에서 너는 무엇을 잘못했느냐? 죽은자는 무엇 때문에 이 곳에 왔는지 아랫사람들에게 물어보며, 지옥으로 가라, 또는 천당으로 보내주마 하는 식의 고전적인 사후세계의 일처리를 아주 깔끔하게 현대식으로 제해석했다고 할 수 있겠다.

염라대왕을 판사로, 죽은자를 대변할 수 있는 변호인, 반론을 제기할 수 있는 검사, 이렇게 죽은자 앞에서 죽은자의 처리상황을 서로 의견을 주고 받고, 대립하며 판사는 모든 이들의 의견을 들으며 판결을 내리게 된다.

전체적인 스토리가 단순하고, 짧아서 금방 읽을 수 있는 대화식이라 더욱 흥미롭게 읽지 않았나 개인적인 생각이다. 우리는 사후세계가 정말로 존재하는지 모른다. 가끔은 죽은자가 되살아나, 지옥에 갔다 왔다느니, 누구를 만났다느니 하는 식의 얘기를 언론을 통해서 가끔 접하게 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실제 사후세계는 존재할까? 라는 의문을 가진 적도 있다. 그렇다고 의식하면서 살아가진 않지만 가끔은 그래도 좋은 곳에 가고 싶다는 마음은 가지고 있다. 내 개인적인 것이 아니어도 누구나 그런 생각을 마음 깊이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할 때마다 조금은 착하게 살자라는 마음이 생기기도 하지만…

어찌됐든간에 이 책을 가볍게 읽어보면 어떨까? 전혀 무겁지 않는 사후세계를 베르베르식의 해석를 생각해 보면 조금은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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