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책장에 있는 책을 돌아보니 ‘생각’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것들이 제법된다. 시간은 흐르고 머릿속은 하얗게 되는 것이라도 막아 볼 생각에 그런 제목의 책들을 찾게 되어 그런 듯도 하다. 생각, 사고, 기억, 망각 등등이다. 뭔가를 채워야겠다는 생각에 여기까지 온 것 같다. 쏟아지는 많은 정보들, 그러나 그걸 재구성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그냥 정보 쓰레기에 불과하다. 정보는 재구성될 때 가치가 있다. 정보를 재구성할 수 있는 능력은 ‘생각의 힘’에서 나온다.
아이디어 도출에 대한 요구가 점점 많아진다. 그간 아이디어 단계에서 제품이 생산되어 소비자에게 이르기까지 제법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기술의 뒷받침으로 시제품이 나오고 바로 제품 생산으로 이어진다. 아이디어 단계에서 서비스 단계까지도 인터넷을 통해 즉각적으로 이루어진다. TV프로그램 중에는 일반인들의 아이디어를 구매하고, 그것을 기업의 제품생산으로 이어가는 것도 있다. 바쁘다. 살아야 한다는 생존본능 때문이다. 남보다 빠르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세상이다. 느림을 아무리 이야기도 해도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먼나라 이야기로 들릴 뿐이다.
사람들은 온통 일에 대한 생각 뿐이다. 정작 우리가 해야 할 생각은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말이다.
이 책 ‘생각의 좌표’는 바로 우리가 잃어버린 생각을 찾아가라 외친다. 귀를 막고 딴 길로 가더라도 소수의 사람들에게라도 외치고 싶은 심정으로 글을 써나갔다. 지금 우리가 어디에 있으며 어느 쪽으로 가야 하는 지를 말한다. 사람의 선택은 생각에서 나온다. 바른 생각은 바로 선택을 갖게 한다. 그럼 그런 생각은 어떻게 만드는가? 학습에서 나온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학습’은 어떠한가? 변한 것이 없다. 우리가 받은 것대로 지금 아이들이 또 받고 있다. 반복적이고 주입식이다. 사회가 필요한 인재양성이 ‘규격화’ 되어 나온다.
그렇다. 우리의 학습은 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쟁’을 배우는 것이다. 란체스터의 법칙을 알고, 수확체증의 법칙을 익히고, 네트워크 효과를 알려고 한다. 승자독식의 사회에 대해서 배운다. 상대를 제압해야만 그 자리에 올라갈 수 있다. 그것을 가르친다.
그리고 그것을 배운다. 그래야 현체제가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질서와 평화라는 이름 아래 말이다. 읽고 토론하는 것보다는 외우고 점수화하는 사회에서 우리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 교과과정을 개정하고 바꾸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힌다.
교육과학기술부는 매일매일 새로운 이야기들을 내놓는다. 학교운영과 관련한 이야기들이다. 무척 바쁘다. 대한민국 행정부 중에 요구사항도 많고, 관심사항도 많은 부서 중 하나일 것이다..애를 쓰지만, 현실을 보면 결국 아이들 줄 세우는 일이다. 이에 기존학교 운영 시스템에서 탈피하여 아이들에게 좀더 창의적이고 자발적인 교육공동체를 만들어 그곳에 아이들을 보내고, 만들려고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도 그것을 증명한다고 할 수 있다.
후쿠다 세이지의 ‘핀란드 혁명’을 옮긴 박재원씨는 이 책에서 우리나라의 교육과 핀란드 교실을 비교해 이야기를 한다. “일제식 수업을 통해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지식의 전달 이상이 될 수 없다. 학생들 스스로 직접 참여하고 활동하는 수업을 통해서만 능력, 즉 한 번 형성되면 어느 경우에든 활용 가능한, 진정한 역량이 길러지게 된다. 우리나라식 수업이 이론이라면 핀란드식 수업은 실기에 가깝다”고 말한다.
생각의 좌표, 홍세화의 이번 책은 중간에 다른 책들도 더 나와있지만 개인적으로 그의 첫 책인 ‘파리의 택시운전사’ 이후 다시 만난 책이다. 우리 사회의 ‘건강성’을 되찾기 위한 그의 강한 메시지를 느낄 수 있다. 움직일 것 같지 않은 ‘철벽’에 대고 외치는 듯 하지만, 작은 파장이라도 울리고 싶은 듯 하다.
“민주주의는 강제에 의해 정착되거나 성숙될 수 없다. 구성원들이 민주적이며 주체적인 시민의식을 형성하지 못한 사회에서 민주주의가 성숙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우리의 교육은 생각을 시간을 주지 않는다. 그나마 창의적인 교육에 대한 이야기들이 최근 나오고는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지금까지 정답만을 찾아 적게 만드는 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어느 날 갑자기 바뀔 수 없다.
홍세화는 이 책을 통해 또한 “교육의 궁극적 목적이 주체적 자아, 진정한 자유인을 형성하는데 있다면 학생들에게 독서와 토론, 직접 견문과 성찰의 기회를 갖게 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오로지 암기와 문제풀이 능력으로 학생들을 줄 세우는 한국의 제도교육은 윤리적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비판한다.
대한민국의 ‘슬픈 시대’를 벗어나 진정 생각있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시대를 꿈꿔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책을 읽고 토론하고, 생각하고, 경험해야 한다. 오늘 주어진 하루의 삶에 감사하면서. 더불어 나와의 싸움에서 지지 않고 살아가야 한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지난 80년대와 90년대, 그리고 지금 시대의 우리 모습을 돌아보고, 어느 지점에 와 있는가를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삶에 지쳐 힘들어하는 직장인들이 있다면 왜 사는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을 줄 것이다. 각각의 장은 개별적인 내용인 듯 서로 연결되어 있다. 강연이나 혹은 이전에 실었던 글들을 엮으면서 그러한 듯 하다.
경쟁만을 위해 사는 사람이 아니라 나를 알고, 상대를 이해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생각한다. ‘생각 공부’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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