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담형 인간'
꾸밈없이 행동하고 대담하게 나아가다! 캐릭터 탐구로 동서양 민담 새로 읽기
저 신동흔 / 한겨레출판 / 2020-05-08 / 인문학
독서기간 : 2021.11.17 ~ 2021.11.25
이 책을 읽게 된 게기는 순전히 커버에서 오는 호기심이라 할 수 있을 듯하다. 그리고 인문학 서적으로 선택할 때는 반드시 하는 것이 리뷰를 살피는 것이다. 리뷰를 확인할 때는 평점이 높은 것은 보지 않는 편이다. 평점이 높다는 것은 대부분 별점이 높은 것이라 굳이 리뷰를 보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간주하고 그냥 읽는다. 하지만 가끔은 리뷰 점수가 낮은 것들을 보면 그만한 이유가 충분하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개인적인 사견으로 믿을 만한 리뷰가 아닐지언정 호기심이 생기면 그냥 읽기도 하는데, 《민담형 인간》이라는 인문학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쉽게 읽히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물론 《민담형 인간》이라는 인문학 책이 좋다 나쁘다 얘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 또한 개인적인 취향이 다르기 때문인 것인데, 내 개인적으로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저자는 책 속에서 '민담형 인간'과 '소설형 인간'으로 구분하고 있는데, 간단하게 살펴보면 '민담형 인간'은 그저 평범하지만 딴마음을 품지 않으며, 어떤 상황에서는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자기 욕심에는 충실한 인간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그리고 '소설형 인간'에 대해서는 행동할 줄 모르고 생각에 갇혀 고뇌하는 인간을 말하고 있다. 세상의 크나큰 부조리와 폭력 앞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 이미 정해진 절망 앞에 움직여 보지도 않고 갖은 논리와 변설로 그 부조리를 너무나 생생하게 설파하는 사람이라는 얘기가 책 속에 등장한다. 개인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라고 얘기하고 싶다.
저자는 굳이 '민담형 인간'과 '소설형 인간'이라는 두 가지 갈래의 이분법적 잣대를 대고 얘기하고 있는 것일까? 아주 간단하게 얘기하면 민담형 인간이란 모든 일에 적극적으로 행사하며 낙관적인 마인드로 생각하는 바를 곧이곧대로 행동함을 얘기하고 있다. 이는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들이라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그런 이유의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 민담이라는 콘셉트를 활용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민담이라는 것은 모든 사람이 알고 있듯이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에 ~' 시작되는 이야기 즉, 구전으로 이어져 내려오는 이야기들이다. 그런 민담 속에서 우리는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는데, 저자는 그런 부분들을 건드림으로써 이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들에게 구체적이고 긍정적인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던 것일 것이다.
또한, 민담에 있어서 중요한 캐릭터는 “트릭스터(trickster)”라고 얘기하고 있다. 트릭스터는 한마디로 “제 욕망을 이루기 위해 수단과 방법에 개의치 않고 거침없이 움직이는 행동파 인물”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트릭스터는 어떤 일이든지 복잡하게 고민하지 않고 그저 자기 삶을 산다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 증거로 몇가지 민담 속에서 그 의미를 찾고 있다. 트릭스터는 ‘재기 발랄한 자기중심의 장난꾼 또는 사기꾼 캐릭터’로서 ‘상식을 깨는 거침없는 행동력’이 트릭스터의 기본 특성이다. 그러나 책 속에서는 오로지 자신의 부와 이익을 위해 다른 사람을 회생하는 듯한 내용이 많이 등장하는데, 이는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반하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이렇게 저자는 '민담형 인간'과 '소설형 인간', 그리고 민담형 인간 속에 내재되어 있는 '트릭스터'라는 등장인물들을 토대로 민담이 주는 의미들을 해석하며 민담이 주는 교훈적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왜 '민담형 인간'에게는 긍정적인 면을, '소설적 인간'에게는 부정적인 면을 부각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드는 것은 왜일까? '소설형 인간'에게는 긍정적인 면이 전혀 없는 것일까? "민담형 인간'과 '소설형 인간'에도 포함되지 않는 민담 속의 캐릭터 또는 인물들이 있다. 저자는 이런 인물들에 대해서는 예외로 표현하고 있다. 저자가 하고픈 이야기가 '민담형 인간'인데, 민담형 인간에 반하는 인물들도 이야기하며 '민담형 인간' 만이 가지는 장점들을 부각하고 치중하고 있는 듯한 표현들이 많이 있다, 물론 저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라고 생각하지만, 좀 더 보편화된 이야기 속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전달했다면 어떠했을까 나름대로 생각해 본다.
《민담형 인간》 이라는 인문학 책에는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민담들을 다루고 있고, 난해한 해석들로 인해 지루함을 느끼게 하고 있다. 다양한 나라의 민담을 담고 있기는 하지만, 민담들 중에서도 납득할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는 범위를 선정하였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국내외 다양한 민담들을 소개하고 얘기하며, 그 속에 담겨 있는 다양한 해석들을 통해서 민담이 담고 있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 하지만, 납득하기 어려운 이야기들 속에서 저자는 나름대로 독자들에게 설득력을 역설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본다면, 낯설고 익숙하지 않은 이야기들보다는 우리에게 흔하고 잘 알고 있는 이야기 속의 캐릭터들을 이야기했다면 조금 더 집중력있게 그리고, 설득력있게 다가오지 않았을까 하는 부분이 위의 첫 단락에서 얘기하는 아쉬움이 이러한 부분에 있다고 생각한다.
전체적으로 간단하게 얘기하면 이기주의와 개인주의가 아주 가득한 부류의 인간형을 '민담형 인간'과 '트릭스터'라고 개인적인 생각이 많이 드는 이유가 무엇일까? 현 시대는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이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힘들면 서로 돕고 서로 위로하며 같이 행복한 모습, 함께 살아가는 마음이 중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책 속에서의 다양한 민담을 통해서 많은 교훈적 내용을 소개하고 있지만 왠지 민담이 가지는 의미와는 다른 저자의 상상력이 만들어 낸 또 다른 민담이 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저자는 그러한 내용을 오로지 설파하고픈 '민담형 인간'과 '트릭스터'라는 주제의식 속에 예쁘게 포장하는 듯한 내용이 개인적으로 불편하게 느껴졌다. 굳이 '민담형 인간' 그리고 '소설형 인간'이라는 이분법적 차별화보다는 상호 간의 좋은 점을 부각하는 방식이 어떠했는지 묻고 싶어졌다.
또한,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하고 잘 알고있는 애니메이션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을 저자가 얘기하고 있는 '민담형 인간'에 비유해 설득하고 있는 것이다. 톰과 제리의 제리, 신데렐라, 알라딘, 미녀와 야수,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아기공룡 둘리, 그리고 EBS의 펭수는 전형적인 '민담형 인간'으로 비유하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민담형 캐릭터들을 즉각적이며 거침이 없고, 평면적이고 투명하며 독립적인 이들의 특성이 무기력이 만연한 시대에 필요한 새로운 삶의 방식을 제공하기 때문이라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자세히 소개되지 않은 부분이라 아쉬움이 큰 부분이라 할 수 있듯하다.
어찌 되었든, 《민담형 인간》이라는 인문학에서 저자는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들에게 무기력하고 낯설고 힘겨운 삶에 '민담형 인간'이라는 화두를 던지면서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에 어떻게 대응하며 살아갈 것인가? 하는 메시지를 민담이라는 형식의 구전 이야기를 통해서 구체적으로 전하고 있고, 민담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캐릭터와 인물들을 집중 탐구하고 분석하고 있다. 그렇게 탐구와 분석된 다양한 민담을 통해서 저자는 새로운 시각적 읽기를 《민담형 인간》이라는 인문학으로 구현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동서양의 다양한 민담에 대해서 새로운 시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것에 만족해야 한다는 것이 조금은 아쉬울 뿐이다.
너무 비평적인 리뷰가 되지 않았나 생각이 들지만, 《민담형 인간》 을 읽으면서 느낀 건, 왜일까? 왜 이런 해석이 가능할까? 누가 봐도 현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과는 확연이 다른 얘기를 하고 있는데, 저자는 어떤 생각이였을까 라는 의문만 남은 것 같고 리뷰를 작성하며 이렇게 써도 되려나,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며, 다른 사람들의 리뷰는 어떠했는지 다시금 들여다보기도 했다. 모든 책은 칭찬일색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좋은 칭찬도 있을 것이고, 비판적인 부분들도 있을 법 하지만, 결국은 읽은 사람의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내가 읽은 《민담형 인간》은 아쉬움이 많이 남은 책으로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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