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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읽은 것에 대해서

'파과' 과거와 현재가 얽힌 한 여자의 노년의 모습

kimdirector 2021. 12. 23. 08:05 

 

 

 

 

파과

 

저 구병모 / 위즈덤하우스 / 2018.04.16 / 한국소설

 

독서기간 : 2021.12.15 ~ 12.21

 

 

 

 


 

 

 

 

구병모 작가의 소설은 이미 〈아가미〉에서 느꼈던 바, 《파과》도 〈아가미〉와 같은 기대감을 가지고 읽게 되었다. 물론 기대감은 현실이 되었고, 기대 이상의 소설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제목이 《파과》인지는 잘 모르겠다. ‘파과’의 사전적 의미는 크게 두 가지로 해석된다. 첫 번째 파과(破果)라면 ‘흠집이 난 과실’을 의미하고, 두 번째, 파과(破瓜)의 의미는 '생리를 처음으로 시작하는 시기'를 의미한다. 과연 작가는 어떤 의미에서 ‘파과’라고 했을까. 작가가 제목에 담은 의미를 되새김질하며 궁금해진다. 왜 ‘파과’라고 했을까?...

 

이 소설 속에는 뜻밖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60대 노년기에 접어든 여자. ‘조각’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방역업체라는 기획사에서 의뢰받은 각종 살인청부를 하며 살아가고 있다. 때문에 주위에는 가까운 사람없이, 그 흔한 친구 하나 없이 쓸쓸히 노년을 맞은 여자로 등장한다. 오랫동안 이 일을 해왔지만 노년기로 접어들면서 방역업체에서 대우는 해주지만 이제 은퇴할 때를 가늠해야 할 늙은이 취급을 받고 있는 여자 ‘조각’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인물인 남자가 있다. 어렸을 때 자신이 보는 앞에서 부모를 죽인 ‘조각’에게 복수하기 위해 방역업체에 들어와 살인청부를 하는 남자로 이름은 ‘투우’라고 한다. 결국은 ‘조각’에게 죽임을 당하지만,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인물이다. 또 다른 인물은 ‘강박사’라고 하는 의사로 ‘조각’이 심한 중상을 입고 늘 가던 병원에서 강박사를 만나 치료를 받게 되면서 인연이 만들어지는 남자로 등장한다. 그의 부모는 시장에서 과일 장사를 하고 어린 딸을 키우고 있는 남자이지만, 딸이 ‘투우’에게 납치를 당하는 불행을 겪게 된다. 시장에서 강박사의 부모와 어린 딸을 보며 처음 느껴보는 따뜻함을 느꼈을 것이다. 그런 인연으로 인해 강박사의 딸을 지키기 위해 ‘조각’은 자신의 목숨을 걸고 납치된 강박사의 딸을 구하게 된다.

 

아무런 이유없이 자신을 치료해 준 강박사의 딸을 구해야 함은 조금은 이해가 부족할 수 있을 듯하지만 ‘조작’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럴 수 있는 과거가 있다. 자신을 지켜 준 ‘류’를 지키지 못했다는 과거를 떠올리며 이번에는 지킬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이 크게 작용을 했던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지키지 못한 ‘류’의 몫까지 지키게 된다는 의미로 해석한다면 납득이 되지 않을까. 그리고, 마지막에는 모든 것을 뒤로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네일숍에서 손톱 정리를 하고 나온 ‘조각’은 여유로운 미소와 함께 아름다운 노년기를 보내는 장면으로 소설은 마무리된다.

 

《파과》는 어찌 보면 누아르적인 감성을 지니고 있는 소설이라 볼 수 있겠지만, 뜻하지 않은 노년기의 여자가 등장해서 조금은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이 소설을 읽으면서 느와르적인 느낌을 그대로 접할 수 있었다고 할 수 있을 듯하다. 그리고, 등장인물들의 섬세함이 드러날 정도로 많은 회상씬이 등장한다. 그중에서도 ‘조각’의 회상 씬이 많이 등장하는데, 가난했던 어린 시절 속에서 다른 친척의 양자로 입양하게 되면서부터 살인청부업에 들어가게 된 계기, 그리고 실장이라는 ‘류’라는 남자를 만나고,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을 들여다볼 수 있고, 그 속에서 현재의 상황을 절묘하게 잘 접목해서 읽는데 불편함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

 

이 소설이 주는 의미는 크게 부각되어 보이지 않는다. 그냥 한 순간에 후딱 읽고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재밌는 소설 한 권을 읽었다 생각하면 그만인 것이다. 내용 자체가 어렵거나 복잡한 상황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정도라고 얘기하고 싶다. 이 소설을 읽었으면 아마 〈아가미〉도 읽게 되어 버리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 이유는 ‘구병모’라는 작가만이 가지고 있는 독창적인 특색과 섬세함이 〈아가미〉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처음 진행부터 중 후반을 넘기기까지의 과정은 조금은 지루함이 느껴질 수 있다. 주인공인 ‘조각’과 ‘투우’의 회상 씬이 많이 등장하는 이유이기도 하지만, 납득되는 부분이기도 하고, 주인공 ‘조각’의 직업 정신이라고 할 만큼 하나씩 일을 해결하기 위해 많은 것들을 고려해야 함은 섬세함과 계획적이어야 하기에 60대 노년의 경력자가 주는 경험적 관록과 노련함을 디테일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부분들도 많이 등장해서 집중력을 가지고 읽는 것이 중요하겠다.

 

결론이다. 리뷰의 첫 부분에 던진 의문의 제목, 《파과》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기에 곰곰이 생각해 보건데, 느낀 결론은 한 가지로 해석하기에는 불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파과’라는 의미를 사전적인 의미로 두 가지 정도라고 얘기했다. 첫 번째인 파과(破果)를 생각해 본다면 ‘흠집 난 과일’, 즉 ‘조각’의 일생을 그렇게 해석할 수 있을 듯하다. 파란만장한 과거를 뒤로 하고 노년기에 접어든 60대 여자를 빚대어 얘기하는 것이라 생각되고 두 번째 파과(破瓜)의 의미는 '생리를 처음으로 시작하는 시기', 즉 모든 것이 첫 경험이고 처음 겪는 것이라고 본다면 조각은 처음으로 따뜻함을 느끼기에 충분한 강박사의 가족을 바라보며 처음으로 느꼈을 법한, 처음으로 지켜야겠다는 강한 의지와 네일샵에서 나온 후 손을 하늘에 대고 처음으로 여유로운 미소을 띄며 아름다운 노년기를 맞이한다는 의미로 본다면 두번째 파과의 해석도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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