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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읽은 것에 대해서

'모로박사의 섬' 작가의 의도가 분명하고 인류에 전하는 메시지가 명확한 소설

kimdirector 2022. 12. 30. 08:03 

 

 

 

 

모로 박사의 섬

The Island of Doctor Moreau

 

저 허버트 조지 웰스 / 역 한동훈 / 문예출판사 / 2010년 8월 25일

영미소설 / 문예세계문학선 087

 

독서기간 : 2022.12.22 ~ 12.28 / 5시간 28분

 

 

 


 

 

 

2022년의 마지막 소설을 읽었다. 조금은 생소한 소설이기도 하지만 이 책이 어떻게 읽게 되었는지 모를 일이다. 읽을 생각이 없었던 소설이기도 하고, 작가조차도 아주 생소한 작가였던 점을 감안하더라도 그렇다. 이전 소설을 다 읽고 나서 읽을 책을 찾는 중에 버튼을 잘못 눌러서 내 서재에 들어온 책이라는 명분 없는 이유를 들며 울며 겨자 먹기 심산으로 읽게 된 소설이라는 점을 생각했을 때, 그저 그런 소설일 것이다는 나의 착각이 바뀌게 된 소설이라고 소개할 수 있을 듯싶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생소하게 다가왔던 작가와 소설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어서 검색을 하게 되었는데, 이 소설을 모토로 꽤 많이 영화화된 소설이라는 점이 점점 나를 이끌게 되었다. 아무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말론 블란도와 발 킬머가 주연을 맡은 ‘닥터 모로의 DNA’라는 영화가 1996년에 상영된 사실을 알고 잠시, 영화를 봤던 기억이 있는지 예전의 기억을 되짚어 보기도 했던 기억이 있다. 물론 영화는 내 기억 속에 가물가물 떠 오를 뿐, 완전한 스토리는 기억조차 나지 않아서 아쉽다는 생각을 해 봤던 기억이 있다.

 

이 소설은 꽤 오래전에 출판되었고 SF 고전이라는 타이틀을 시작으로 여러 편의 영화로 제작되어 꽤 유명세를 치른 소설이기도 하지만, SF 고전이라고는 하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는 SF라는 장르라고 하기에는 조금 어울리지 않는 소설이라 생각한다. 우리가 얘기하는 SF라는 장르는 미래에 대한 풍경과 미래 사회에 대한 다양한 볼거리가 있겠지만, 이 소설은 그런 미래에 대한 얘기는 없다고 봐도 무관하다. 다만, 이 소설의 큰 줄기는 갖가지 다양한 동물들을 이용해서 생체실험을 하고 그렇게 생체실험을 통해서 만들어진 동물들은 인간화 교화를 통해서 재탄생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렇게 이 소설의 콘셉트만 본다면 SF 고전이라고 얘기한다면 조금 다른 결을 가지고 있는 소설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한, 이 소설의 작가인 ‘허버트 조지 윌스’라는 작가의 대해서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SF 소설가 유명한 영국의 소설가이자 문명 비평가라는 것이다. 아마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는 ‘타임머신’이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한 작가이기도 하고, SF 소설의 창시자 중에 한 명으로 손가락 안에 든다는 점도 처음 알게 되었다. 유명세를 치른 소설은 ‘타임머신’ 이후로 출간된 소설이 모두 성공을 거두며 SF 소설의 창시자로 자리를 굳히게 된다. 이 소설 ‘모로박사의 섬’ 은 타임머신 이후 출간된 소설로 보면 될 듯하다.

 

이 책을 소개하기에 앞서 서론이 조금 길어졌는데, 본격적으로 ‘모로박사의 섬’에 대해서 얘기해 보겠다. 주인공인 에드워드 프렌딕이라는 인물이 외딴섬에서 겪게 되는 이상한 모험담을 아무도 믿어 주려 하지 않는 내용을 주인공의 조카가 쓰는 컨셉을 취하고 있다. 주인공인 프렌딕이 난파선에서 탈출하여 우여곡절 끝에 외딴 섬에 도착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섬에서는 모로 박사가 갖가지 다양한 동물들을 대상으로 생체실험을 행하고 있었고, 그렇게 탄생한 동물인간이라는 새로운 동물 종을 탄생시키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그렇게 탄생한 다양한 동물 종들은 인간화 교화를 통해 인간과 같은 언어를 사용하여 의사소통을 하게 되지만, 결국에는 새로운 동물 종의 탄생은 실패로 돌아가고 모로 박사는 자신이 탄생시킨 동물 종으로 부터 죽임을 당하고 프렌딕은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아 섬에서 탈출하게 된다. 하지만 다시 도시로 돌아온 프렌딕은 섬에서 겪은 모험담을 믿어 주는 사람은 없었고, 오히려 섬에서 겪은 일들이 자신 스스로를 미쳐가게 만들어 버리고 만다.

 

새롭게 탄생한 동물 종들의 대화법이 완전한 인간과 의사소통을 어렵겠지만, 인간화 교화를 받은 동몰 종들, 그들 만이 사용하는 대화법을 들으면 조금은 낯설게 느껴지게 하는 부분들이 많이 등장한다. 그중에서 한 가지를 소개하면 이렇다.

 

“사람이다 법을 배워야 한다.”

“네발로 걷지 않는다. 그게 법이다. 우리는 사람 아닌가?”

“물고기나 고기를 먹지 않는다. 그게 법이다. 우리는 사람 아닌가?”

“나무껍질을 할퀴지 않는다. 그게 법이다. 우리는 사람 아닌가?”

“같은 인간을 뒤쫓지 않는다. 그게 법이다. 우리는 사람 아닌가?”

 

동물 종들은 자신들이 인간인지, 동물인지도 인지하지 못한 채 인건에게서 배운 것들을 인간처럼 행동하고 인간처럼 말한다 라는 모호한 대화법일 듯하지만, 이러한 모순된 대화법은 주인공이 섬에서 탈출할 때까지 계속된다. 그렇게 오랫동안 인간화 교화를 받은 동물 종들은 자신들의 본능으로 회귀하고 자신들을 만들어 낸 모로 박사를 죽이고, 자신들을 노예처럼 부린 인간들을 죽이게 된다.

 

어떻게 보면 자연의 섭리 또는 이치에 벗어날 수 없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인간은 인간이고 동물은 동물이다. 뭐 이런 식이지 않을까. 때문에 새롭게 탄생한 동물 종들 또한, 자신들의 본능에 충실하게 되돌아가는 회귀 본능 또한 자연의 이치를 따르고 있을 뿐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영화가 있다. 흑성탈출 시리즈인데, 원숭이가 인간처럼 말을 하고, 인간보다 뛰어난 지능을 가지고 인간에게 대적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영화로 이 또한, 동물실험이나 생체실험을 통해서 재탄생한 인간화된 동물이라 볼 수 있겠다. 실제로 동물들의 인간화 교육으로 가능할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소설은 소설이고,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조금은 소름이 돋을만한 이야기가 아닌가 생각한다.

 

작가의 의도는 너무나도 다분해 보이고 현시대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을 법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과거에도 더욱 그러했겠지만, 현재도 동물실험 또한 자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동물실험이나 생체실험을 통해서 인류에게는 다양한 득이 있는 것도 사실일 것이고, 일각에서는 인류를 위해 잔인하게 고통받는 동물실험, 생체실험은 중단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분분하다는 것도 사실일 것이다. 작가는 이러한 사실을 통해서 인간의 잔인함과 윤리적인 잣대를 들이대면서 비판적 시각을 표면화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이 소설이 출간된 시기(1896년)에는 많은 이슈 거리를 만들어 낸 것도 사실이고, 동물실험, 생체실험을 둘러싼 논쟁의 단초가 된 소설인 것도 사실일 것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덤덤하게 읽어 내려간 듯한 느낌이다. 동물실험을 행하는 모로 박사에 초점이 맞춰진 소설이 아닌 프렌딕이라는 주인공이 섬에서 겪게 되는 모험담에 맞춰져 있다. 때문에 둥몰실험이나 생체실험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등장하는 장면은 없다. 모로 박사로 하여금 재탄생한 동물 종들과 함께 섬에서 겪게 되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대부분이며, 동물 종들로 부터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만 있을 뿐이다. 주인공인 프렌딕은 살아남았고, 11개월 동안 섬에서의 생활을 뒤로하고 섬에서 탈출하게 된다. 그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믿는 사람들은 없고, 오히려 길거리에서 지나는 사람들을 보며, 저들이 또 다른 동물 종이 아닐까 하는 망상에 빠져들게 된다.

 

이 소설은 단순하게 본다면 주인공의 모험담을 즐기면 된다. 하지만의 이 소설이 담고 있는 내용의 의미를 알고 본다면 단순하게 볼 수 있는 소설은 아닐 것이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작가의 의도가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고,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의도 또한 명확하다. 그런 면에서 이 소설을 접하게 된다면 읽어 볼만한 좋은 소설일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작가의 의도나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의미를 굳이 염두에 두고 읽을 필요는 없다. 그냥 허리우드 영화를 본다는 생각으로 읽는다면 재미를 느끼기에 충분한 요소들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분명 좋은 소설 중에 하나가 될 것 같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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