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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pic/리더에 대해서

변화관리, 사람들이 변화하지 않는 진짜 이유

kimdirector 2023. 5. 10. 08:02 

어디에서나 변화와 혁신을 강조하고 실행하고자 합니다만, 우린 잘 변화하고 있나요? 어떻게 하면 변화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까요? 교과서 같은 답이 있습니다. 바로 리더의 분명한 변화 의지에 따라 명확한 방향과 목표를 제시하고, 관련 제도를 개선하며, 무엇보다 변화 의지를 구성원들이 체득할 수 있도록 조직 문화를 변화시키는 것입니다. 그래서 컨설팅도 받고 제도도 개선하고 캠페인과 교육 등 많은 노력을 합니다. 그런데 모두 변화를 얘기하지만 내부를 돌아보면 리더도 팔로워도 아무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왜 그럴까요? 왜 사람들은 진짜로 변화하지 않는 걸까요?

 

흔히 변화가 실패하는 이유는, 변화 프로세스의 계획이나 실행이 부족해서거나 변화에 대한 동기부여나 관리가 부족해서라고 말합니다. 또한 사람들이 변화를 거부하거나 저항하려는 것은 자신의 이익이나 관성을 지켜 불필요한 수고를 하지 않으려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Kegan & Lahey는 ‘Competing Commitment’라는 개념을 제시하면서 변화에 대한 개인의 심리적 역동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봅니다. 진정한 변화를 위해서는 개인 관점에서의 변화를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경쟁적 커미트먼트 (Competing Commitment)

변화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노력하고자 하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자신의 에너지를 자신도 인식하지 못한 채 변화를 거부하는 곳에 사용하는 선택을 하게 되는데, 자신도 모르게 선택하는 그 숨겨진 이유를 ‘경쟁적 커미트먼트’라고 합니다. 즉,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게 변화에 저항하는 행동을 하게 되는 심리적 작용입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변화에 대한 두 가지 다른 관점이 필요합니다.

 

첫째는 변화하지 않는 사람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거두는 것입니다.

보통 변화에 저항하는 사람을 부정적으로 판단합니다. 자신을 희생하지 않거나 기득권을 지키려고 하거나 게으르거나 등등 개인적 비난으로 이어지기 마련이죠. 하지만 경쟁적 커미트먼트 관점에서는 변화에 대한 저항을 ‘사람들이 자신의 에너지를 가장 합리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선택’으로 봅니다. 변화에 대한 저항과 거부로 보일 수 있지만, 사실은 일종의 무의식적인 위험 회피의 결과로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둘째, 변화는 개인의 심리적 문제라는 것입니다.

변화에 대한 저항은 자신도 인식하지 못하는 심리적 방어체계의 작용 때문이며, 따라서 조직에서 변화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심리적 영역까지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변화에 대한 경쟁적 커미트먼트 사례

A회사는 혁신을 위해 보다 유연하고 빠른 조직으로 변화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협업 툴을 활용하여 모든 정보를 공유하고, 수평적인 협업과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도록 제도와 시스템을 개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평소 업무 성과와 태도가 좋기로 소문난 김팀장과 박책임이 변화에 저항하는 모습입니다. 김팀장은 리더십이 있고 빠른 판단과 실행력이 장점인데, 변화한 환경에서는 결론만 휙 날려버리고 정보는 공유하지 않으며 자기 팀 문제 외에는 관여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평소 성실하고 자신의 역할에 충실한 박책임은 팀에 동참하지 않고 혼자 일방적으로 일을 추진하려 합니다. 회사로서는 능력 있는 이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기만 합니다. 왜 이들은 변화하지 않는 걸까요?

 

이들의 경쟁적 커미트먼트를 발견하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두 사람에 대한 변화관리 코칭을 한 결과, 의미 있는 심리적 역동을 발견하였습니다.

 

김팀장은 생각과 달리 방어적 행동이 나오는 것이 문제입니다. 복잡한 문제에 휘말리지 않도록 조심하고, 꼭 필요한 일에만 결론 중심으로 행동하고 있습니다. 김팀장의 경쟁적 커미트먼트는 ‘자신이 해결할 수 없는 무언가에 관여하지 않으려는 것’이었습니다. 왜냐하면 그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그것이 곧 자신의 경쟁력이라 여겼기 때문입니다. 변화된 협업 체계에서는 자신의 문제해결 능력이 발휘되기 어렵다고 느꼈고, 곧 자신이 경쟁력이 없어 보이는 것이 두려워 그런 상황을 피하고자 했던 것입니다.

 

박책임의 경쟁적 커미트먼트는 ‘자신의 업무에 대한 신뢰와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었습니다. 강도높은 협업을 통해 업무 성과에 대한 경계가 모호한 상황이 되면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거나 갈등이 생긴다는 두려움이 작용하여 본인의 분명한 업무 경계를 지키려 한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이들은 변화의 방향과 필요성을 인식하고 본인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기 위한 자세를 지녔음에도 변화를 대하는 순간에서 다른 것을 선택한 것입니다.

 

 

 

 

변화가 일어나는 3단계 프로세스

1. 경쟁적 커미트먼트 발견하기

실제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진짜 이유인 ‘경쟁적 커미트먼트’를 도출해야 합니다. 심리적으로 감춰진 모순적 상태나 진짜 이유를 찾기 위해서는 잘 디자인된 질문들이 도움이 됩니다.

 

“회사가 추구하는 변화에 있어 본인이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더 할 수 있는가?”

긴장감을 유발하는 질문을 통해 현재를 인식시키고 동기부여를 촉진합니다.

 

“변화에 대해 어떤 불만 또는 애로사항이 있는가?”

외부적인 이유를 말할 확률이 높습니다. 김팀장은 협업으로 인한 비효율 초래를 말하고, 정과장은 협업을 통해 무임승차자만 이득을 볼 수 있다는 불만이 있을 것입니다.

 

“그 이유 때문에 본인이 변화의 방향에 반대되는 행동을 하거나 동참하지 않는 행동을 하는 것은 무엇인가?”

변화에 반대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합니다.

 

“변화에 반대되는 행동을 바꿀 때, 자신에게 불편하거나 우려되는 것이 있는가?”

마음 속 진짜 이유를 밝히는 시간입니다. 김팀장은 협업으로 인해 본인이 해결할 수 없는 영역에 들어가는 것이 불편하고 자신의 능력이 발휘되지 못하는 것이 우려된다고 답하고, 박책임은 자신의 공헌과 기여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묻히는 것이 걱정된다고 얘기합니다.

 

“본인의 변화에 반대되는 행동이 어떤 결과에 기여한다고 생각하는가?”

본인의 수동적 두려움의 결과를 명확히 인식하여 단절을 시도합니다. 김팀장이 협업을 거부하는 행동은 본인이 혼자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발을 담그지 않도록 기여하며, 이는 김팀장이 필요한 다른 문제에도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차단하는 데에 기여합니다.

 

 

2. 핵심적인 원인 진단하기

다음으로는 왜 그런 두려움과 걱정이 있는지 스스로 파악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 단계는 변화에의 저항이 비난의 대상이 아니라 일종의 자연스러운 자기 방어이며 개인 입장에서는 합리적 선택이라는 긍정적 관점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그래서 자기 합리화를 하지 않고 내심의 이유를 마주 보도록 해야 합니다. 김팀장은 ‘능력 있는 리더라면 멋지게 해결방법을 제시해야 한다’는 믿음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렇지 못하면 경쟁력이 없어 보이고 부끄러운 것이라고 스스로의 벽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박책임은 자신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성격이어서 명확하게 구분된 업무영역에서 본인의 업무 성과가 온전히 드러나고 그래야만 가치를 인정받는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3. 변화를 일으키는 행동 시도하기

변화를 거부하는 자신의 믿음이 과연 자신을 지켜주는지 바로 인식하고 방어기제가 변화하는 현실에서 소용없다는 증거를 찾고 두려움을 깨는 행동을 시도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김팀장의 경우, 자신이 답을 갖고 있지 않은 문제에 있어서도 외면하기보다 참여할 때 본인이 무능력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식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상황에서 협업에 참여하는 선택을 해보고 사람들의 반응과 스스로의 느낌을 평가해봅니다. 김팀장은 깨닫습니다. 회사와 동료들이 본인에게 원하는 것은 해결사의 역할이 아니라 촉진자 또는 방향을 같이 고민해주는 역할이었다는 것을 인식합니다. 정답이 아니라도 본인의 경험과 노하우에서 보태지는 한 두 마디의 조언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변화 실행하기, 어쨌든 변화는 온다!

변화에 대한 고민은 계속됩니다. 조직에서의 변화를 생각하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지도 모르겠고 과연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이런 고민도 변화 시도에 대한 방어기제가 아닐까요? 위에서 언급했듯이 변화에 대한 고민은 개인의 진짜 이유를 파악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조직이 설정한 방향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변화하고 그렇지 않으면 부정적인 평가를 하는 것은 오히려 개인에게 숨어있는 방어기제를 강화시킬 수 있습니다.

 

변화에의 저항을 자연스럽고 당연한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구성원 서로가 진짜 이유를 찾고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격려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조직에서의 변화는 특히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합니다. 조직이 세팅한 변화를 수용해야만 하는 환경에서는, 구성원들은 갈등을 회피하기 위해 변화를 수용하는 척 하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변화의 과정에서 당연히 발생하는 갈등과 문제들을 공론화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공유하고 해결해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변화는 어려운 것입니다. 개인의 작은 습관 하나 변화시키는 것도 어려운데, 조직의 구성원 개개인이 변화를 인식하고 행동을 바꾸어 조직 문화가 되는 것을 얼마나 어려운 일이겠습니까? 하지만, 실제로 그 어려운 변화를 우리는 계속 해오고 있지 않은가요? 이미 우리는 변화를 선택하고 적응해오지 않았나요?

 

지금도앞으로도 우리는 변화를 선택할 것입니다. Anyway, change is coming!


[ 참고자료 ]

Kegan, R., and Lahey, L. L. (2001), ‘The real reason people won’t change’. Harvard Business Review. Vol. 79, no. 11, pp. 76-85.

Burnes, B. (2011). Introduction: Why does change fail, and what can we do about it? Journal of Change Management, 11(4), 445-450.

 

김성민 IMHR 대표 | HR 컨설턴트, 공인노무사

삼성테크윈(현 한화), 해성그룹, 퍼시스 및 우리노무법인 등에서 인사담당자, 노무사 및 HR 컨설턴트로 근무했다. University of Sydney에서 인사관리 석사과정을 마친 후, 2019년부터 HR 서비스 기업인 IMHR을 설립하여 HR 자문, 컨설팅 및 온라인 HR 매니지먼트 등 다양한 서비스를 수행하고 있다. 좋은 HR은 직원을 행복하게 하고, 회사를 성장시키며,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믿음으로, HR의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변화관리, 사람들이 변화하지 않는 진짜 이유 | GS칼텍스 공식 블로그 : 미디어허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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