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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읽은 것에 대해서

'천국의 소년 1' 아름다운 것을 보면 나는 행복하다. 아름다움에는 수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kimdirector 2023. 6. 5. 23:25 

 

 

 

 

천국의 소년 1

바보라 불린 어느 천재 이야기

 

저 이정명 · 열림원 · 2013.06.01 · 한국소설

 

2023.06.02 ~ 06.03 · 06시간 47분

 

 

 

 


 

 

 

 

이정명 소설을 다시 찾은 건 10개월 만인 듯하다. 언제나 다시 찾아 읽는 묘미가 있어서 개인적으로 이정명표 소설을 좋아한다. 천국의 소년도 망설임 없이 눈에 띄었고 주저함이 무엇인지 모르게 바로 읽기 시작한 소설이다. 이전에 읽은 ‘별을 스치는 바람’, ‘뿌리 깊은 나무’, ’ 선한 이웃’, ‘바람의 화원’에서도 그렇듯이 중요 인물들의 섬세한 심리를 잘 표현한 소설이고, 한 편의 드라마 같은 스토리 전개가 돋보이는 소설이라 자평하고 싶다. 단순하게 본다면 자폐증을 갖고 있는 한 인간이 고난과 역경을 딛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이야기처럼 보일 듯하지만, 소설은 그렇게 단순하게 진행되지 않는다.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 떠나는 여정을 자폐증을 갖고 있는 인간을 통해 알아가는 표현이 맞지 않을까 싶다.

 

이야기는 주택가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통해 현장에서 체포된 총상입은 한 명의 용의자로부터 스토리는 시작된다. 거친 조사관들에게 신문을 받는 과정 속에서도 총상입은 용의자인 주인공 안길모의 과거 회상이 번갈아 가며 진행된다. 극 속의 주인공인 안길모는 자폐증을 가지고 있는 정신연령이 6세 수준의 아이로 등장하지만, 수학천재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모두 수에 대입하여 풀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라 할 만한다. 개인적으로 수학은 아주 좋아하지 않는 탓에 다양한 수학 공식이나 풀어가는 과정이 나오는 부분은 패스하며 읽기는 했지만, 소설 전체를 이해하는 데는 문제 될 것이 없을 정도라 생각한다. 머릿속에서는 뭔가 수학적 수식들이 혼란스럽게 떠 올리곤 하지만 역시 머리 아픈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주인공 안길모에 대해서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정신 연령이 6세 정도의 자폐증을 갖고 있고, 모든 것에 대칭을 가지고 있는 것들을 좋아하고 자신의 몸에 손대는 것을 무척이나 싫어하는 아이이다. 어렸을 때, 수학에 대해서 천재성을 인정받아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평양 제1중학교에 입학하게 되지만, 아버지가 기독교인이라는 사실이 발각되면서 수용소로 보내지게 되고, 그곳에서 만난 강씨 아저씨와 그의 딸인 영애를 만나게 되면서 인생이 바뀌게 된다. 수학 천재로써 빠른 계산 능력과 탁월한 수학적 개념과 이해도가 남다른 면으로 인해 가는 곳마다 수와 관련된 일들을 하게 되며 인정받으며 지내게 된다. 하지만 모두 범죄 집단관의 인연으로 평탄한 삶을 살아가지는 못한다. 또한, 세계 여러 곳을 돌아다니게 되는데, 북한의 평양, 그리고 수용소, 중국 연길, 상하이, 마카오, 서울, 멕시코시티, 뉴욕, 스위스 베른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을 모두 볼 수 있지만, 1편에서는 상하이까지의 여정이 진행된다.

 

안길모의 어린 시절을 넘어 소년 시절, 그리고 청년시절까지의 기나긴 여정을 들여가 볼 수 있다. 1편에서는 1987년 2월부터 시작되어 2004년 5월까지의 여정이 담겨 있다. 그 속에서 특별한 인연을 만나면서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며, 뜻하지 않게 안길모를 도와주는 매개체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그중에서도 영애라는 어렸을 때, 수용소에서 만난 여자 아이를 찾아다니는 여정이 계속되고, 강씨 아저씨의 죽기 전의 부탁으로 자신의 딸인 영애를 지켜주고 장부를 돌려주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특히, 영애를 찾아다니는 것을 보면 안길모는 영애를 좋아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은 영애는 그런 안길모의 속사정을 모르는 것일까? 가까이 있을 듯 하지만, 멀리 있고, 오로지 자본주의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돈만을 쫓는 여자로 등장한다.

 

이야기의 흐름이나 배경으로만 본다면 왠지 장엄하고 스펙터클하게 진행될 것처럼 보일 수 있을 듯하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전체적으로 차분하고 여유롭게 진행되는 것을 보면 아이러니하게 보일 수 있을 정도로 정적이 흐르는 것처럼 진행되어 다소 느린 스토리 전개로 진행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흡입력은 아쉬운 반면에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계속 읽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이런 부분들 때문에 이정명표 소설을 읽게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2편까지 다 읽은 것은 아니지만, 1편까지의 내용만으로도 다음 2편도 기대되는 이유가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탄탄한 구성력은 이전에 읽은 소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대단한 흡입력과 집중력은 아쉽게 느껴지겠지만 몰입감은 최고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책 속의 한 문장

언어는 오염되었어요. 사람들의 욕망과 탐욕, 차별과 증오, 적대감과 이기심이 언어를 학대했기 때문이죠. 민주주의, 정의, 평등이란 말은 자기 뜻을 잃어버렸어요. 민주주의는 더 이상 민주적이 않고, 정의는 더 이상 정의롭지 않으며 평등은 더 이상 평등하지 않거든요.
<천국의 소년 중에서>

 

조사관인 안젤라와 안길모와의 심문 과정에서 안길모 자신의 언어에 대한 생각을 얘기하는 부분이 있다. 이는 자신의 언어인 길모어라고 하는 자신이 만든 언어만이 순수하고 정직하다고 보고 이 세상의 모든 언어는 타락했다고 하는 과정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 빚대어 자본주의, 민주주의에 대한 생각을 가감 없이 얘기하는 장면 중 일부이다. 안길모가 북한 체제 아래에서 탈출하고 자본주의, 민주주의와 맞닥뜨렸을 때부터 유독 이러한 얘기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이런 면에서 민주주의, 자본주의가 가지고 있는 병폐라고 해야 할까. 자본주의, 민주주의의 또 다른 이면이 담고 있는, 소위 있는 자들의 세상이 민주적이고 자본주의적이라는 표현은 2편에서도 계속된다.

 

 


 

 

 

'천국의 소년 2' 아름다운 것을 보면 나는 행복하다. 아름다움에는 수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천국의 소년 2 바보라 불린 어느 천재 이야기 저 이정명 · 열림원 · 2013.05.31 · 한국소설 독서기간 : 2023.06.01 ~ 06.07 · 6시간 4분 주인공인 자폐증을 앍고 있는 안길모는 영애를 찾아 지켜야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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