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흑역사
Humans
저 톰 필립스 · 역 홍한결 · 윌북 · 2019.10.10 · 역사서, 세계사
독서기간 : 2023.05.25 ~ 05.30 · 07시간 32분
인간은 살아가면서 실수를 저지르는 순간들이 있다. 하지만, 저지른 일이 실수일지, 아닐지는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인지하게 되고, 후회를 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하지만 실수를 저지르고도 모르게 되면 어떻게 될까? 이 책은 역사 속에서 엄청난 실수를 저지른 인간들의 이야기들만 담은 책이다. 인간이 있기 전,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에 출연하면서 그 실수는 현재까지도 반복되고 있다고 책에서 얘기한다. 호모 사피엔스는 ‘현명한 사람’이라는 뜻을 가진 아주 고상한 의미를 담고 있지만, 전혀 현명하지도 지적이지 못한 역사 속의 인간들의 한 단면을 신랄할 정도의 비판적으로 들춰내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아는 사실을 담고 있기도 하지만, 처음 접하는 역사도 있어서 흥미롭게 읽게 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단순히 흥미를 위한 책을 넘어서 인간의 모든 행동과 말들이 참이라고 말할 수 없겠지만, 역사 속의 인간들의 행동과 말들은 반복되는 실수를 저지르고 만다. 이 책 속에는 역사 속에서 잘된 것들을 전혀 다루지 않는다. 멍청한 인간들이 멍청한 행동과 말 때문에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을 모아 놓은 책이다. 특히, 정치가들의 이야기, 전쟁에 가려진 진실, 외교적 실수들, 식민주의, 신기술과 과학적인 이야기들이 다양하게 다루고 있어서 호기심이 생기기도 하고 흥미롭게 읽게 되는 몰입감과 집중력이 자연스럽게 생겨나게 된다.
특히, 인간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잘못된 결정을 내리고 후회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인간만이 가지는 특성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모든 인간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의 서두에는 우리 뇌에 대해서 그리고 인간은 왜 실수를 하고 어떤 면에서는 기피하고, 결정을 미루는지에 대한 의학적, 과학적 근거를 적시하고 있고, 필요에 따라 철저하게 검증된, 전문적인 자료들이 뒷받침 되어 신뢰성도 가지고 있어서 지식 정보를 습득하는데 용이하다고 할 만한다.
책 속의 내용 중에 인상적인 몇가지만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중국의 마오쩌둥은 1958년 ‘제사해 운동(네 가지 유해동물 박멸운동-참새, 모기, 파리, 쥐)’ 중에서 특히, 참새를 자본주의 대표 동물로 지정하여 10억 마리를 소탕했다고 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난 후 메꾸기 떼 창궐과 해충들이 급증하여 중국 대륙은 대기근에 허덕이게 되었다. 또 다른 이야기를 살펴보면 칭기즈칸의 에피소드 중에서 이웃 나라인 호라즘 제국과 교류를 시도하기 위해 편지와 사신단을 보내지만, 호라즘 제국의 무함마드 2세는 편지의 내용을 잘못 이해하고 파견된 사신단을 모두 죽이게 된다. 이로 인해 칭기즈칸은 쳐들어가 호라즘 제국은 지도상에서 사라졌고 무함마드 2세는 외딴섬에 숨어 살다가 폐렴으로 죽었다고 전해진다.
마지막 소개할 내용은 미국에서 있었던 일로 발명가이자 응용화학자인 미즐리라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로 인류와 지구에 엄청난 재앙을 준 인물이다. 미즐리는 제너럴 모터스에 소속되어 유연 휴발유를 개발하게 되는데, 원료인 테트라에틸납으로 만든 휘발유를 개발하게 되고 대성공을 거두게 된다. 하지만, 테트라에틸납 성분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에게 납 중독을 그리고 납 중독 증세로 인해 죽었거나 고통받게 된다. 또 한 가지는 프레온 가스를 개발하게 되는데, 이는 우리가 잘 알듯이 지구의 오존증을 파괴하는데 일조하게 된다. 더 웃픈 이야기는 그의 최후에 대한 이야기다. 결국 자신의 발명품으로 인해 사지를 못쓰게 되는 소아마비에 걸리게 되는데, 침대에서 도움 없이는 움직이지 못하게 되자 쉽게 일으킬 수 있는 장치를 개발하지만, 이 장치가 작동하는 과정에서 끈이 그의 목에 감겨 죽게 된다.
더욱 충격적인 이야기는 ‘우생학’에 대한 이야기로 우월한 유전자만 가진 인간에게만 아기를 가질 권한을 부여한 일이다. 이게 20세기에 있었던 일이라면 믿어 지겠는가? 특히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사상의 이념을 가진 미국에서 있었던 일이라면 어떠하겠는가. ‘우생학’의 이념은 찰스 다윈의 진화론에 그 근거를 두고 있다면 믿겠는가, 어찌 되었건 미국에서는 백인을 제외한 유색인종뿐만 아니라 장애인, 정신지체자들은 법으로 결혼을 할 수 없었고, 태어난 아기가 기형아인 경우에는 모두 죽였다는 사실도 있었다고 한다. 미국의 이 법은 결국 1970년대에 사라지게 된다.
책의 중간 중간에는 역사 속의 인간의 어이없는 행동에 한심함을 느낀 나머지 마치 인간을 조롱하는 듯한 리액션들이 자주 등장하기도 하고 때로는 인류가 잘 한 부분에서는 칭찬과 파이팅을 외쳐대는 재미있는 부분들도 자주 등장해서 읽는데 식상함을 느끼지 못하게 한다. 또한, 책의 내용이 주는 딱딱함이라든가 경직된 내용임에도 위트 있고 유머러스한 필치로 인해 지루함이나 고루한 느낌은 받지 않았다.
책 속에서의 내용은 단순히 재미만을 추구하지 않는다. 어찌보면 씁쓸할 정도로 무지함으로 인한 벌어진 일들이 대부분이겠지만, 현재의 과학과 의학적 지식과는 동떨어진 과거 속의 지식으로 모든 분야에서 무지해서 벌어지는 일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저 안타깝고 무섭기도 하고 씁쓸함이 전해질 정도의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인간들의 잘못된 실수나 흑역사들을 통해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것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을 듯하다. 역사는 실수이든 아니든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이 책의 끝으머리해서 저자가 하고 있어서 옮겨본다.
“인간은 미래를 제대로 내다보고 대비하는 능력이 원래부터 떨어진다. 하지만 최근 수백년 동안 기술과 사회의 변화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는 현실은 문제를 더 부채질하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듣도 보도 못한 멋진 것들이 새로 쏟아지는 상황에서, 우리가 판단을 내릴 때 쓰는 휴리스틱*들이 제대로 돌아갈 수 있을까? 정보가 폭증하다 보면 처리가 버거워지기 마련이니, 결국 기존에 있던 우리 편견에 들어맞는 정보만 골라서 취하고 말기 십상이다. 날이면 날마다 새로운 것을 배워야 하는 상황이라면, 누가 더닝 크루거 효과*에 빠지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그러니 우리가 사는 세상은 ‘최초’가 끝없이 쏟아지지만, 그 대부분은 우리가 예견하지 못했거나, 예견한 사람들을 무시한 결과들이다.”
- 인간의 혹역사 중에서
*휴리스틱(heuristic)이란 '시간이나 정보가 불충분하여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없거나, 굳이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할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 신속하게 사용하는 어림짐작의 기술’로 표현된다. 휴리스틱은 "발견하다"의 뜻을 가진 "Heutiskein"에서 나온 것으로 기계에는 없고,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특징이다.
*더닝 크루거 효과(Dunning–Kruger effect)는 인지 편향의 하나로, 능력이 없는 사람이 잘못된 판단을 내려 잘못된 결론에 도달하지만, 능력이 없기 때문에 자신의 실수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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