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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성당 이야기' 체코 프라하의 성당을 둘러 싼 살인사건과 체코인들의 정서를 담은 소설

kimdirector 2023. 8. 7. 08:04 

 

 

 

 

 

일곱 성당 이야기

The Seven Churches

 

저 밀로시 우르반 / 역 정보라 / 열린책들 / 2014.06.20

체코소설, 추리, 스릴러

 

독서기간 : 2023.07.24 ~ 08.01 (15시간 22분)

 

 

 

 


 

 

 

 

”일곱 성당 이야기”는 보관 중이던 책들 중에서 아마도 가장 오랫동안 보관된 책일 것으로 기억된다. 내 기억으로는 그렇다. 최근에 보관된 책들을 훑어보던 중에 이 책을 보게 되었고, 최근에서야 읽게 되었는데, 왜 오랫동안 보관 중이었고, 눈에 안 들어온 건지 이유를 모르겠다 싶었는데, 그 이유를 다 읽고 난 후에야 알게 되었다 할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는 정서적으로 맞지 않은 탓이 크다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나 익숙지 않았던 체코 소설이라는 점, 그리고 종교적인 색채가 가지는 특징이 명확하다는 점이다. 단순히 살인사건에 얽힌 소설로 얘기하고 싶지만, 일곱 개의 성당을 위시한 살인사건을 파헤치는 내용으로 추리와 스릴러를 가진 소설의 스토리 전개가 다소 여유로운 점이 그렇고, 그리고 다양한 복선을 깔아 놓아서 그런지 조금은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작가인 ‘밀로시 우르만’은 체코가 낳은 ‘움베르토 에코’를 칭할 정도로 체코 내에서는 유명한 작가라고 하는데, 개인적으로 잘 모르겠지만, 자국 내에서는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될 정도로 대중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을 정도로 주목받은 소설이라 한다. 10여 개국으로 번역되었고, 스페인에서는 5만 부를, 독일에서는 10만 부 이상이 팔렸을 정도라고 하니 이 소설의 인기를 가늠할 수 있을 것 같다. 체코의 프라하는 중세의 도시 풍경과 현재의 도시 풍경이 공존하고 있는 도시로 유럽에서도 대표적인 도시로 익히 잘 알려진 도시이고, 그 도시 속에서 실제 존재하는 성당들을 배경으로 14세기 중세 시대로 되돌리려는 단체의 음모와 성당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살인사건을 기반으로 추리해 가는 소설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소설을 읽기 시작하자마자 성당의 종에 사람이 거꾸로 매달려 있는 상황을 자세히 묘사하는 부분이 있는데, 읽으면서 상상력을 더하게 되면 소름이 돋을 정도의 잔인함과 기괴함을 느낄 수 있다. 뒤로 몇 건의 살인사건이 더 이어지는데, 첫 번째 사건에 비하면 조금은 순화된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추리소설이라는 특징을 담고 있기에 상황과 배경이 주는 묘사가 상당히 장황되고 디테일함이 살아있는, 마치 내가 현장에 있는 느낌을 고스란히 받을 수 있는 장면들이 많이 등장하여 생생함을 받을 수 있고, 때문에 집중력과 몰입감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주인공 K의 본명은 ‘크베토슬라프’로 본인의 이름이 다른 사람들에게 놀림을 받을까 봐 쉽게 드러내지 않으면서 이니셜인 K로 소개하는 신참내기 경찰로 소심한 등장인물로 살인사건을 파헤지는 중요 인물이다. 첫 번째 사건으로 인해 자신의 보호임무를 받았으나 보호할 대상이 죽임을 당하며 정직되지만, 성당에서 우연히 살인사건을 목격하게 되면서 복직을 하게 되고, 성당의 벽에 손을 대면 과거 속의 사건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이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또한, 귀족 출신인 그뮌드와 세 명의 조력자를 만나게 되고, 그들과 함께 공조를 하게 된다. 그뮌드는 도덕적으로 그리고 종교적으로 타락한 현대의 성당 건축물들을 14세기 당시의 고딕 양식의 상태로 되돌리려는 시도를 하게 된다. 때문에 주인공인 신참내기 경찰인 K의 과거를 볼 수 있는 능력은 그뮌드에게는 상당히 중요하게 작용하여 꼭 필요한 능력일 수밖에 없게 된다. 그리고 그 속에서 주인공인 K는 살인사건의 진실에 조금씩 가까워지고, 일곱 개의 성당에 얽힌 비밀을 조금씩 풀어가게 된다.

 

추리 소설이 주는 묘한 상황 전개, 그리고 다양한 복선으로 인해 스토리의 전개가 조금은 급작스럽게 이어지기도 하지만, 이 소설은 그 반대에 대한 경험을 하게 된다. 즉, 스토리의 변곡점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작가인 ‘밀로시 우르만’은 상황이 주는 긴박함 대신에 절재 되고 침착함, 때로는 건조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렇게 정제된 느낌이 주는 표현력이 조금은 색다르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게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이기도 하겠지만, 추리소설이 주는 장르적 특징을 가지고 본다면 조금은 실망할 수도 있을 것 같고, 예기치 못한 상황 전개로 조금은 의아하게 느껴질 법하지만, 이 또한, 추리소설이 주는 편견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늘 우리는 한 가지를 보면 그게 전부인 듯 생각할 수 있겠지만 말이다.

 

개인적으로도 체코 소설이 주는 의미는 조금은 색다르다고 표현하고 싶다. 아마도 우리나라 사람들과 체코인 들의 성향과 문화가 조금 다르다는 표현으로 인해 이 소설이 주는 의미가 달라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프라하의 도시 속의 이야기들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지식과는 괴리감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소설 속의 이야기들은 체코 프라하와 체코인들의 생각과 느낌을 고스란히 반영되어 ‘체코다움’ 또는 ‘체코스럽다’라는 표현이 맞는 소설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1990년대 당시 복잡한 사회적, 정치적, 역사적으로 격동의 시간을 보낸 동시대 체코 사람들의 정서를 잘 드러내는 특징이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즉,

 

단편적인 부분을 살펴보면, 주인공의 이니셜 K가 아닌 진짜 이름에서 알 수 있지 않을까. ‘크베토슬라프 슈바흐’의 의미에 ‘슈바흐’는 독일어에서 유래된 ‘성’으로 약하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크베토슬라프’는 슬라브 민족의 꽃이라는 뜻인데, 이렇게 조합된 ‘크베토슬라프 슈바흐’를 풀어보면 ‘슬라브 민족의 나약한 꽃’이라는 부정적인 뜻이 반영되어 있다. 소심한 주인공 자신의 이름조차 부끄러워한 소심한 성격이지만 체코인들의 정체성이 투과되고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을 법하다. 또한, 위에서 언급한 과거로의 회귀를 바라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일곱 성당 이야기’는 단순하게 읽는 재미를 주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소설이 주는 의미를 제대로 알기에는 약간의 지식이 필요할 때가 있다. 이 소설이 그렇지도 모른다. 아무런 지식 없이 읽어도 문제 될 것은 없겠지만, 사전 지식을 가지고 읽는다면 조금은 다른 소설로 다가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짜임새 있는 내용과 섬세함, 작가적 상상력이 더하여 만들어진, 그 속에 담긴 프라하의 풍경을 생각하며 읽는 재미가 있는 소설이라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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