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의 날
저 정해연 · 시공사 · 2021.08.28(개정판) · 한국소설, 스릴러, 미스테리
2023.11.21 ~ 11.23 · 7시간 14분
정해연 작가를 알기 시작한 것이 얼마전에 종방된 ‘유괴의 날’을 보게 되면서다. 드라마만 보면 스트레스를 받는 탓에 차라리 안보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겠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다. 뻔한 줄거리와 예측 가능한 전개방식, 뻔한 배우들의 연기… 하지만 ‘유괴의 날’은 조금은 다른 결을 가지고 진행되고, 와이프가 드라마를 좋아하다 보니 가끔은 밥을 먹으면서, 홈트를 하면서, 대화를 하면서 볼 수 밖에 없을 경우가 있다. 그 때 본 드라마가 ‘유괴의 날’이였다. 원작이 소설이라는 얘기를 듣고, 소설을 검색하게 되었고, 작가 정해연을 알게 되었고, ‘구원의 날’ 이라는 소설을 읽게 되었다. 날 3부작으로 첫 번째 ‘유괴의 날’ 그리고 두 번째 ‘구원의 날’, 세 번째가 ‘선택의 날’ 까지 츨간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3부작이라 해도 스토리가 연결되지 않기 때문에 지장없이 읽을 수 있다. ‘유괴의 날’은 이미 드라마를 통해서 전체적인 스토리를 인지하게 되었기 때문에 소설을 읽을 흥미를 잃었기 때문에 두 번째 소설인 ‘구원의 날’을 읽으면서 다음 소설인 ‘선택의 날’까지 이어지리라 생각한다.
‘구원의 날’은 3년 전에 잃어버린 아들 선우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예원과 선준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사라진 아이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는 상태에서 경찰 수사는 더디기만 했고, 수사는 내사종결을 하며 미제 사건으로 남게된다. 그리고 뜻하지 않게 선우로 의심되는 시신이 백골 상태로 호숫가에서 발견되고, 선우의 것으로 보이는 목걸이도 함께 발견된다. 그리고 예원은 오랫동안 선우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 다닌 탓에 정신까지 이상해져 정신요양원에 입원을 하게 된다. 그리고 정신요양원에서 로운이라는 아이를 알게 되고, 예원은 로운을 데리고 집으로 가게 된다. 그리고 로운은 벽에 걸린 가족 사진 속의 선우를 알아 보게 되며, 예원과 선준은 로운을 데리고 선우를 봤다는 기도원을 찾아 가게 된다.
단순하게 보면 종교적인 그릇된 신념에서 비롯된 유괴에 대한 이야기와 가족의 처절하리만치 선우를 찾기위한 노력만 보일 수 있겠지만, 그 내막에는 뜻하지 않은 숨어 있는 비밀이 드러내며, 가족에게 다시 한번 위기를 맞게 된다. 선우의 아빠 선준과 엄마인 예원의 갈등은 점점 깊어져 가고, 결국 이혼까지 결심하게 되지만, 뜻하지 않은 로운의 등장으로 스토리에 힘을 얻게 된다.
전체 스토리의 흐름은 예원과 선준의 아들인 선우를 찾기 위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그 속에는 또다른 가족의 모습이 함께 등장한다. 로운은 선우와 같은 나이또래로 선우와 함께 기도원에서 함께 보낸 사이이기도 했다. 로운의 엄마는 너무 어린 나이에 로운을 낳았지만, 로운을 어떻게 키워야 할지 막막한 생활을 이어가지만, 그 사이에 로운은 외로움 때문에 자신의 신체에 자해를 하며 엄마의 관심을 받고 싶어한다. 그런 모습을 지켜 본 엄마는 로운을 정신병원에 입원을 하게 된다. 그 곳에서 예원과 선준을 만나게 되며 선우를 찾는데 많은 도움을 주게 된다.
'구원의 날'을 읽으면서 가슴을 먹먹하게 한 순간들이 더러 있었다. 예원과 선준은 로운을 데리고 기도원 근처 모텔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선준은 여기에서 그동안 예원에게 하지 못한 얘기들을 모두 쏟아 내는 장면이 있다. 그동안 자식을 잃은 슬픔이 예원에게만 있고, 선준은 그런 예원을 이해하면서도 선준에게는 그런 슬픔조차 알아주지 않았던 원망, 선준도 예원만큼 아프다는 것, 힘들다는 것, 선우를 찾고 싶은 마음은 예원 못지 않다는 것을 예원도 알아주면 좋겠는데, 예원은 자신이 아프니까, 자신만 선우를 찾고 싶은 마음이 강하도고 믿는 마음이 선준을 힘들게 한 게 아닐까 생각한다. 서로 부둥켜 앉고 펑펑 우는 장면이 그렇다.
또 다른 장면에서는 로운과 그의 엄마가 함께 길을 가는 동안에 왜 예원 아줌마를 따라 갔냐고 혼내는 장면에서 로운의 대답은 아줌마 손이 따뜻했다고, 그래서 좋았다고, 로운은 그렇게 해서라도 엄머의 관심을 받고 싶었을 것일지도 모르겠다. 길거리에서 엄마는 로운을 안으며 눈물을 흐리는 장면에서 그렇게 로운과 엄마는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장면, 그리고 다른 장면에서는 기도원에서 선우를 본 예원의 마음과 그런 선우는 손을 내민 엄마인 예원을 보며 선준의 뒤에 숨었고 엄마를 경계하는 장면이다. 엄마에게 말한다. 엄마가 자신을 버렸다고… 엄마의 마음은 찢어지는 듯한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 마지막 장면은 예원이 교도소에서 출감하게 되고, 버스를 기다리는 정류장에서 선우의 따뜻한 손길이 예원의 손을 잡아 주는 장면, 그리고 선우는 예원의 손을 잡고 선준의 차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는 모습, 그렇게 예원은 아들인 선우의 손길로 구원을 받게 된다.
후반부에는 예원의 기억에서 사라졌던 기억이 되살아나는 장면이 있다. 3년전 예원은 생활의 궁핍함과 빗쟁이들로 인한 스트레스에 힘들어 하던 시기에 선우가 가고 싶다던 불꽃축제가 있는 한강에서 칭얼대는 선우에게 잠깐의 화를 참지 못하고 충동적으로 선우의 손을 놓고 자리를 떠나게 된다. 정신을 차린 뒤에는 미리 선우가 없어진 뒤였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 기도원에서 마주한 선우는 엄마인 예원을 경계하는 눈빛으로 대하는 모습에 그동안 잊고 있었던 자신의 과오를 느끼게 된다. 자신이 선우의 손을 놓음으로써 아이를 잃어 버렸다는 사실을 깨닮았을 때는 이미 늦어버린 상태에서 아이의 원망을 받았을 때, 선우에 대한 죄스러움이, 그리고 다시는 자신이 사랑한 선우를 마주할 수 없다는 사실에 괴로움을 드러내지만 예원이 놓은 선우의 손을 결국에는 선우가 엄마의 손을 잡게 된다.
전체 스토리는 현재의 이야기와 과거 속, 선우를 잃어버린 3년 전의 상황으로 돌아가서 상황전개를 설명하며 전체 스토리에 무게감을 느끼게 해 준다. 또한 같은 상황에서 예원 기준의 스토리와 선준 기준의 상황 전개로 이어지는 스토리 전개가 조금은 복잡해 보일 수 있지만,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이해할 수 있게 해 준다. 또한 주요 등장인물들의 관계와 인간 내면의 심리를 섬세하게 잘 묘사해서 그려내고 있어서 소설을 읽는 내내 집중력을 잃지 않게 하고 있다.
우리는 가족이라는 틀 안에서 살아갈 수 밖에 없다. 그 속에서 자신만의 이유만으로 상대방에게 상처를 줄 때도 있다. ‘구원의 날’의 등장인물들 처럼 말이다. 결국 시간이 흘러 서로에게 용서를 통해 구원을 받는게 아닐까 생각한다. 부모에게서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들에 대한 일들을 접할 때마다 안타까움을 느끼지 않을 수없다. 정해연 작가도 그런 마음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이 소설은 드라마보다는 영화로 만들어 보면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은 나만 그럴걸까. 읽어보지 않은 독자라면 한 번쯤 읽어 보길 권장하는 소설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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