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별 헤는 밤이 좋습니다.
저 나쫌(글·사진) · 크레타 · 2023.09.23 · 에세이
2023.11.24 ~ 11.27 · 3시간 3분
내가 어렸을 때, 우주에 대해서 참 많이 궁금해했던 기억이 있다. 별이 궁금했고, 태양계 행성들, 밤하늘에 떠다니는 별자리에 대해서 궁금해했던 기억은 누구나 다 가지고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특히 여름 밤하늘을 보려 옥상에 올라 북두칠성을 찾던 기억과 추억이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감성도 언제부턴가 잊고 살아온 듯하다. 도심에서는 별을 볼 수 없는 것도 아쉬움이 느껴질 때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접한다면 어렸을 때의 기억을 되살려 보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아직 어린 시절의 감성이 남아 있다면 말이다. 그런 감성을 느끼기에 더할 나의 없이 좋은 책이라 소개하고 싶다.
일단 작가 나쫌(유튜브/인스타그램 @나쫌 NaZZom)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어서 검색을 해 보았다. 사진과 영상을 찍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고, 지구와 우주를 좋아하는 사람이고, 우주의 다양한 사진과 영상을 SNS로 공유하는 사람으로 구독자가 20만 명이 넘을 정도로 사진과 영상을 전문으로 하는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이다. 특히, 따뜻한 아메리카노에 얼음 세 알을 넣어 마시는 걸 좋아한다 했다. 내가 느낀 나쫌의 첫인상은 인간적인 사람이 아닌가 생각한다. 몰룬 나쫌을 본 적은 없지만, 책에서 느껴지는 감정이 그렇게 느껴진다. 2년 여 동안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면서 우주의 다양한 사진과 영상을 찍어 오면서 경험했던 다양한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당신과 별 헤는 밤이 좋습니다’를 출간한 작가가 아닌 작가로 소개해 본다.
이 책 속에는 작가 자신이 찍은 다양한 우주의 풍경을 담은 사진을 함께 소개하고 있고, 관련된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다만, 나는 전자책으로 읽어서 그런지, 사진에 대한 느낌이 조금은 반감되어 느껴지는 아쉬움이 있었는데, 종이책으로 보는 것을 권장하고 싶다. 또는 나쫌의 인스타그램을 찾아보는 것을 권장하고 싶다. 책 속에 담긴 다양한 사진은 아름다움에 놀라고, 사진을 보고 있으면 감탄이 저절로 나오게 한다. 개인적으로도 사진에 관심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이런 아름다운 사진을 보면 부럽기도 하지만 나도 이런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때도 있다. 아주 오래전에는 출사 아닌 출사를 지방으로 산골로, 바다로 다녔던 기억이 있기도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리고 이 책을 보면서 다시 시작해 볼까 하는 욕망이 셔터를 눌러댔던 손가락이 반응하고 있는 것을 감지하고, 셔터를 눌렀을 때 느껴지는 감각을 머릿속에 떠올려 보았다.
‘당신과 별 헤는 밤이 좋습니다’는 우주에 대해서, 그리고 다양한 태양계 행성들과 성운들의 사진들을 볼 수 있지만, 과학적 지식이나, 천문학에 관련된 전문 지식을 담고 있지 않다. 만약 그런 전문적인 지식을 자랑하는 책이라면 나는 이 책을 보지 않았을 것이다. 보다 전문적인 지식을 다루고 있는 책과 영상은 이 세상에 차고 넘친다. 그리고 사진을 찍는 기술에 대해서도 논하지 않는다. 다만, 보다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중고 망원 렌즈가 달린 카메라를 거금을 들여 구입했던 이야기, 밤하늘의 사진을 찍었을 당시의 순간에 대해서 느낀 감정들에 대한 이야기, 밤하늘과 낮에 볼 수 있는 하늘에 대한 사유적 이야기를 사진에 담듯이 담담하게 담아내고 있다. 그냥 작가 자신의 사진에 담긴 이야기가 있어서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
2년 여 동안 사진을 찍으면서 경험했던 이야기 중에는 자신에게 뜻하지 않은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는 것도 잊지 않고 얘기하고 있다. 니콘과 캐논 카메라와의 협업이 대한 이야기, 굿즈를 만든 이야기. 광고 촬영을 하게 된 이야기, 그리고 자신의 사진과 영상을 무단으로 사용하면서 겪었던 안타까운 이야기들도 담고 있다. 이렇듯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됐던 이야기를 통해서 작가는 독자들에게 따뜻하고 힘이 되는 조언을 하기도 한다. 온전히 자신을 위한 삶을 살아가라고,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도전해 보라고, 미래는 알 수 없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라 얘기하고 있다. 그리고 가끔은 하늘을 바라보라 한다. 그러면 엉켜있던 생각이 실타래 풀리 듯 정리가 된다고, 그리고 하늘을 보면 멍 때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얘기한다.
이 부분에서는 나도 공감하는 이야기다. 나도 가끔은 생각을 정리하거나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하늘을 바라볼 때가 있다. 맑고 청명한 하늘이든 구름이 많이 낀 하늘이든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질 때가 있다. 더운 날이든 추운 날이든 한 순간이라도 바라보고 있으면 마냥 좋다. 밤이나 낮이나 하늘에 떠 있는 달을 바라보는 것도 좋다. 하늘을 나는 비행기를 바라만 봐도 좋다. 하늘을 나는 새는 또 어떠한가. 하늘을 바라보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싶을 듯싶다. 그리고 하늘을 바라보며 마시는 아메리카노는 금상첨화라 생각한다.
이 책은 전체 7부로 나누어 구성되어 있고, 비교적 짧은 이야기들을 담고 있어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정도라고 생각한다. 오로지 작가 개인 사유적 감정을 담고 있는 내용들이 전부다. 그리고 하늘과 우주 그리고 지구와 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큰 뜻을 담고 있지도, 거대한 내용이 있는 것도 아닌 오로지 작가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당신과 별 헤는 밤이 좋습니다’이다. 에세이라는 장르적 특징이 고스란히 담고 있는 책이기에 가끔은 소설이나 인문학 서적을 읽는 사이사이에 이런 책 한 권을 읽어보는 것도 조금은 색다른 경험이 되기도 하고 소설이나 인문학 서적에서 느껴보지 못하는 다른 감정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
인상적인 글
모든 걸 알고 가는 길은 없다. 목표를 잡고 한 발씩 걸어가는 그 작은 발걸음이 모여 결과를 이룰 수 있는 것인데, ‘우연’이라고 생각되는 운과 인연은 어쩌면 내가 ‘실천’했기 때문에 비로소 얻게 된 ‘필연’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우리 모두 미생에서 완생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란 사실은 분명하다. 실패조차도 내 삶의 일부분이고 더 발전한 내 모습을 위한 밑거름이겠지만, 어떤 일이든 미리 실패했다고 단정 짓지는 말자. 예측할 수 없기에 우리 인생이 더 아름다운 것이고, 어쩌면 실패라는 생각에 가려져 못 보고 있을 뿐 더 큰 기회가 우리 앞에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일생에 한 번뿐인 레너드 혜성처럼.
어쩌면 당장 일어나는 일들에 너무 일희일비(一喜一悲) 하지 않는, 여유 있는 마음이 우리에게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인생마다 제각각 의미가 있고 해답은 다르겠지만, 드라마 속 누군가의 대사처럼 “우리 모두 미생에서 완생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란 사실은 분명하다. 실패조차도 내 삶의 일부분이고 더 발전한 내 모습을 위한 밑거름이겠지만, 어떤 일이든 너무 미리 실패했다고 단정 짓지는 말자.
1년 내내 혹은 평생 쉴 수 있다면 그게 과연 흥미로울까? 어떤 것이든 남아돌고 무한해지는 순간, 처음과는 달리 그 가치와 흥미는 떨어지게 되어있다.
우리 인생은 절대 영원하지 않다! 과녁을 향해 날아가는 화살처럼 짧다. 그러니 그동안 익숙함에 속아 놓치기 쉬웠던 소중한 것들을 기억해야 한다.
하루 30분이 모이면 일주일엔 3시간 반, 한 달이면 약 15시간이 넘는다. 그 시간이 쌓이면 서서히 아주 큰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러니 못할 것 같은 수만 가지의 핑계 대신, 잠깐이면 지나가는 30분을 내가 해보고 싶은 것으로 채워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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