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마지막 기차역
西由比ヶ浜驛の神樣
저 무라세 다케시 · 역 김지연 · 모모 · 2022.05.11 · 일본소설, 판타지
2024.02.09 ~ 02.13 · 4시간 30분
지난주 초, 신논현역에 세미나가 있어서 갔다가 약속 시간보다 일찍 도착한 탓에 시간을 때우려는 생각에 눈에 들어온 서점이 있어서 책을 둘러보다가 우연히 알게 된 소설이다. 어떤 소설인지 궁금증이 생겼다. 가끔은 내용보다는 책 표지에 이끌리는 책들이 있다. 책 표지에는 2022년에 베스트셀러였다는 문구와 책에 대해서 간략하게 소개된 한 문장이 나를 이끌게 된 소설이라 말할 수 있다. 한 마디로 얘기하면 이성보다는 감정에 이끌리는 소설이라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일본소설은 참으로 오랜만에 읽는 느낌이다. 일본소설은 익히 잘 알려진 작가가 아니면 잘 안 읽게 되는 습관이 있다. 작가의 이름도 낯설기도 하지만, 읽고 싶다는 생각을 만들게 된 소설이다.
열차 탈선사고로 갑자기 떠난 이들과 그렇게 갑자기 떠난 이들을 그리워하는 이들의 아름답고도 슬프지만 가슴 따듯해지는 소설이라 말하고 싶다. 이야기는 4가지로 옴니버스 형식으로 진행된다. 연인에게, 아버지에게, 당신에게, 그리고 남편에게 라는 제목으로 진행되고, 모든 이야기는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이 죽은 이에게 전하지 못한 이야기를 전하며 앞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용기를 주는 내용이 주된 스토리이다. 전체적인 스토리는 짜임새 있게 진행되다 보니 모든 내용이 흐트러짐 없이 일관된 방향으로 흘러서 읽는 동안 자연스럽게 집중력을 가지고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이 소설은 판타지적 장르도 엿볼 수 있는데, 열차 탈선사고가 발생한 역에는 가장 가까운 역인 니시유이가하마 역에서 유령이 나타나고 유령 기차가 운영되고 있다는 이야기와 유령 기차에는 사고 당시, 죽은 이들이 함께 타고 있다는 소문이 공공연히 떠돌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야기 속의 주인공들은 그런 사실을 믿지 못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기차역에 가서 확인을 하고 죽은 이들이 타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하지만, 유령 기차는 한시적으로 운영할 뿐이고 언젠가는 하늘로 올라간다는 것이다. 살아가야 하는 이들은 죽은 이들에게 전하지 못한 마지막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그리고 그렇게 갑자기 떠난 이들의 얼굴을 한 번이라고 더 보고 싶은 마음의 간절함을 안고 유령기차에 올라타게 된다.
유령 기차에 올라타기 위해서 반드시 지켜야 하는 4가지 규칙이 있다. 유키호라는 유령이 기차가 도착할 쯤에 4가지 규칙을 말하고 유령 기차에 오를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것이다. 만약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똑같은 사고로 죽는다는 내용이다. 4가지 규칙은 아래와 같다.
첫 번째 규칙, 죽은 피해자가 승차했던 역에서만 탈 수 있다.
두 번째 규칙, 피해자에게 곧 죽는다는 사실을 알려서는 안 된다.
세 번째 규칙, 열차가 니시유이가하마 역을 통과하기 전에 다른 역에서 내려한 한다, 그렇지 못하면 당신도 사고를 당해 죽는다.
네 번째 규칙, 죽은 사람을 만나더라도 현실은 무엇 하나 달라지지 않는다. 아무리 애를 써도 죽은 사람은 다시 살아 돌아오지 않는다. 만일 열차가 탈선하기 전에 피해자를 하차시키려고 한다면 현실로 돌아갈 것이다.
이렇게 현실과 판타지를 넘나들며 진행되는 하나하나의 이야기에는 열차 탈선 사고 당시의 긴박함과 피해자들의 인연이 되었던 과거의 이야기들 그리고 탈선 사고 이후의 살아가야 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 가며 전체적인 스토리에 애절함과 안타까움, 그리고 떠나보낸 이들을 그리워하는 이들의 쓸쓸함이 진하게 묻어나는 소설이다. 또한 살아가야 하는 이들은 그리움을 가슴에 안은 채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납득하게 해 준다. 때문에 읽는 내내 가슴 찡한 감정과 먹먹함 때문일까, 책을 손에서 쉽게 놓지 못한 이유가 되기도 한 것 같다.
위에서 4가지 이야기는 옴니버스 형식으로 진행된다고 얘기를 했지만, 각자의 이야기 속에는 다른 이야기 속의 인물들을 등장시켜 상호 연계성을 보여주고, 관계를 이어가게 함으로써 피해자들은 각자, 개개인이 아닌 공동의 피해자라는 인식을 갖춘 것도 의미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관계는 죽인 이들에게 열차 탈선 사고 이전에 맺은 인연이지만, 사고 이후에는 살아가는 이들에게 전해져 함께 이어가게 된다.
4가지 이야기를 간단하게 살펴보면,
‘1화 연인에게’에서는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과 예비 신부의 이야기로 예비 신랑이 열차에 탔다가 사고를 당하고 돌아오는 생일에 카레를 만들어 주기로 했다. 이들의 인연은 고등학생 때로부터 이어져 애틋한 사랑을 키워오며 이어진 인연이다. 사고 이후 신부의 애절함이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2화 아버지에게” 에서는 늘 작업복 차림으로 일하는 아버지가 부끄러운 아들이 큰 회사에 취직하게 되며 도시로 나가 버린다. 회사에서는 적응하지 못하고 회사를 그만두게 되지만, 아버지는 아들에게 대화를 하고 싶은 마음에 문자를 보내지만, 아들은 모른 체한다. 결국 아버지는 아들을 도우려는 마음으로 열차를 타고 이동하는 중에 사고를 당한다. 아버지와 아들의 먹먹한 이야기는 나의 가슴을 찡하게 만들었다.
‘3화 당신에게’에서는 어린 주인공의 이야기로 비가 오는 날에 우산을 받쳐 준 누나가 집에 까지 바래도 준다. 그리고 따뜻한 도넛을 건네며, ‘힘내’라는 말 한마디에 감동을 받게 된다. 어린 주인공은 그날 옥상으로 갈 참이었다. 세월은 흘러 고등학생이 된 주인공은 그런 누나를 짝사랑하게 되지만, 좋아한다고, 사랑한다는 고백을 2년 동안 못하다가 용기를 내서 고백을 하려 누나 옆에 서는 순간 열차 사고를 당한다. 그리고 누나는 죽었고, 주인공은 살아남아 자신이 살게 된 이유를 알고 유령 열차를 타고 고백하게 된다. 이 이야기도 안타까운 사연이 아닐 수 없는 이야기다.
마지막 ‘4화 남편에게’에서는 사고 난 열차의 기관사의 이야기다. 사고 직 후부터 부인은 살인자라는 낙인이 찍히고 오랫동안 살아 온 동네에서 멸시를 당하기도 하고 살인 협박까지 받으며 살아가게 되지만, 결국 사고 원인이 밝혀지고 기관사의 명예를 회복하게 된다. 그리고 20년이 넘는 결혼 생활 동안 아이가 없이 살아오던 과거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다가오는 결혼기념일에는 함께 가기로 한 식당에 가지 못하고 사고를 당한 피해자들과 만나면서 많은 위로를 받게 된다. 그리고 뜻밖에 이야기를 들으면서 기관사인 남편에게 하늘로 향하는 열차를 바라보며 마지막 인사를 건넨다. “잘 다녀오세요”
우리에게도 아픈 과거가 있다. ‘세월호 참사’가 그렇고, 가깝게는 ‘이태원 압사사고’로 많은 희생자가 있었다. 하지만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는 없는 대형사고는 주위에 많은 안타까운 사연들을 전하며 우리에게 많은 경종을 울리는 일이 되었다. 여기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런 정치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다. 다만, 소설 속의 이야기처럼 급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이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마음과 주위의 따뜻한 시선과 서로에게 아픔을 나누며, 치유하고 다시 살아갈 수 있는 용기와 희망을 주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소설 속에는 각자의 사연을 이야기하고, 그 사연 속으로 빠져 서로에게 인연이 되고, 관계 속에서 애틋한 사랑 이야기, 그리고 수많은 후회 속에도 감동적인 순간들을 볼 수 있다. 더 늦지 않았을 때, 곁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마지막이 아닐지라도 그 소중함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시간을 더 많이 가져 보는 시간도 필요할 것 같은 생각을 해 본다. 오늘은 와이프에게 그리고 아들에게 따뜻한 포옹을 한 번 해 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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