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책들의 도시
Die Stadt der Traumenden Bucher / The City of Dreaming Books
저 발터 뫼르스 · 역 두행숙 · 들녘 · 2014.08.04 · 독일소설, 판타지
2024.02.29 ~ 03.06 · 17시간 02분
책 표지와 제목에 이끌려서 읽게 된 소설이다. 얼추 제목만 보면 서정적이고, 책을 통해 다양한 사연들이 담긴 소설로 보이는 것은 순전히 나만의 생각이었는지 모르겠다. 내 생각과 다르게 전개되는 스토리가 조금은 당황해서인지 읽다 말고 책 소개 내용을 확인해 볼 수밖에 없었다. 소개 내용을 보고 책을 잘못 골랐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한 번 손에 든 책은 완독 할 때가 절대로 놓지 않는 성격 탓에 인내심을 발휘해서 읽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냥 내려놓는다고 누가 뭐라 하지 않는데도 말이다. 결과적으로 ‘꿈꾸는 책들의 도시’는 재미있는 소설임에는 틀림없는 소설인 점은 인정했다. 정말 재미있는 소설이다.
이 소설을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상당히 방대한 양의 내용과 소설로서 가지는 가치도 어느 정도 인정하고 싶다. 소설로서 가져야 할 구성, 흥미로움, 집중력과 응집력 모두 나무랄 데 없이 재미 요소를 모두 갖춘 소설이다. 그리고 작가 사유적 상상력이 풍부하다는 점이 더 매력적인 요소로 볼 수 있는 소설이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작가가 이 책을 통해서 보여주고자 하는 세계관도 놀라울 뿐이다. 또한, ‘발터 뫼르스’ 작가는 만화가로서 그리고 소설가와 시나리오 작가로 나름대로 인지도를 쌓은 작가다. 그리고 ‘차모니아’라는 작가의 상상 속의 대륙을 무대로 한 소설들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명성을 쌓은 작가이기도 하다. ‘꿈꾸는 책들의 도시’는 차모니아 시리즈 중 세 번째 작품으로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는 후문이다.
‘꿈꾸는 책들의 도시’ 속의 배경은 차모니아 대륙이고, 주인공은 사람이 아닌 공룡으로 그의 이름은 ‘힐데군스트 폰 미텐메츠(이하 미텐메츠)’이고 그의 나이는 일흔일곱이다. 이 소설 속에는 인간이 단 한 명도 등장하지 않는다. 주인공뿐만 아니라 다양한 등장인물이 등장하지만, 동물들이 대부분이며, 기괴한 생명체들이 등장하여 소설의 중심에 있는 생명체들이다. 주인공인 공룡 ‘미텐메츠’를 중심으로 모험극을 판타지다운 스토리로 전개된다. 미텐메츠는 린트부름 요새에서 살고 있으며, 그의 대부시인은 단첼로트 폰 질벤드레허슬러로 팔백여든 셋에 생을 마감한다. 미텐메츠는 아직 책을 쓰지 않은 작가 지망생으로 대부시인인 단첼로트가 죽으면서 유언을 남기게 되는데, 누군가에게서 받은 편지의 내용은 완벽한 내용의 글로 이 글을 읽는 이들은 모두 넋을 잃을 만큼 완벽한 10여 장 정도 되는 글로 이 글을 쓴 사람을 찾으라는 유언을 남긴다. 미텐메츠는 대부시인의 유언을 따르기 위해 린트부름 요새를 떠나 책의 도시인 ‘부흐하임’으로 떠나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부흐하임에 대해서 간단하게 소개를 하면, 수를 헤아릴 수없이 많은 책들이 만들어지고 많은 책방과 인쇄소가 있으며, 그 속에는 책 사냥꾼이라는 악명 높은 악당들이 있다. 이들은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값 비싼 책들을 수거하는 자들로 그런 책을 수거하여 되팔아서 부를 축척하는 자들이다. 미텐메츠는 부흐하임에서 이곳저곳에서 편지를 보여주며, 이 글을 쓴 사람을 찾아 나서게 된다. 하지만 이 편지를 본 이들로부터 뜻밖에 얘기를 듣게 된다. 죽기 싫으면 이 도시를 떠나라는 말을 듣게 되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 하르펜슈톡(돼지)에게서 도와줄 이는 소개받게 된다. 스마이크(노루개)를 소개받게 되고 그의 속임수에 속에 미텐메츠는 부흐하임의 지하무덤 속에 갇히게 된다. 미텐메츠는 지하무덤에서 다양한 모험을 하게 되고 다양한 생명체를 만나 죽음을 면하기도 하지만 뜻밖에 인물과 마주하기도 한다.
소설 속의 주인공 미텐메츠를 중심으로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된다. 특이한 점은 이 소설의 작가인 발터 뫼르스는 소설의 주인공인 미텐메츠의 저서를 번역한다는 설정이 조금은 독특한 구조로 이야기를 진행한다는 것이다. 간단하게 얘기하면 이 소설은 미텐메츠의 장편소설이고 발터 뫼르스 자신은 번역하고 삽화를 그렸을 뿐이다라고 얘기한다. 첫 장을 넘기면서 작가는 이 소설을 읽는 독자들에게 경고문을 읽는데서 시작하며, 의미심장한 말을 아래와 같이 전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 경고문을 읽고 나서 이 책을 읽어야 할지, 접어야 할지, 참 난감한 생각을 했던 기억이 있다. 또한 중간 중간에 이 소설을 읽고 있을 독자와 대화를 시도하는 내용이나 독자에게 상황을 이해시키기 위해 '내 용감한 친구들이여' 라는 추렴구를 넣으며 설명을 직접 하는 듯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한다.
여기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중략> 이것은 병약하고 겁 많은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가 아니다. 나는 그런 사람들한테는 차라리 이 책을 다시 책 진열대 위에 올려놓고 슬그머니 아동문고 쪽으로 가보라고 권하고 싶다. <중략>
너희처럼 달콤하고 허브 차나 마시고 울기 좋아하는 겁쟁이들아, 굴복하기 좋아하는 토끼 같은 겁쟁이들아. 여기서 전개될 이야기는 어느 장소에 대한 것이며, 그것을 읽는 이야말로 진짜 모험이 될 것이다. <중략>
이 책을 읽어가는 동안 그 같은 위험을 감수하고 자신의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면서까지 내 이야기에 동참하겠다는 각오가 진정되어 있는 사람만이 나를 따라 이 이야기의 다음 장으로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 <중략>
나는 이야기 첫머리에 내 독자들 가운데서 전혀 겁도 없고 대담무쌍한 소수의 독자들만이 동참하도록 제한했으니, 이제는 그분들에게 진심으로 환영한다는 인사를 하고 싶다. 반갑다. 내 용감한 친구들이여. 그대들이야말로 모험을 새길 만한 좋은 제목감이다. 이제 우리는 지체할 시간 없이 모험을 떠나야 한다.
이제 우리는 고서적들을 찾으러 꿈꾸는 책들의 도시인 부흐하임으로 떠나야 하기 때문이다.
<중략> 다만 나는 그대들에게 결코 용기를 잃지 말라고 권할 수 있을 뿐이다. 우리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든 간에, 그러니까 내가 그대들에게 전혀 경고하지 않았다고는 말하지 마라.
소설 속에는 다양한 캐릭터들의 이미지들도 함께 볼 수 있는 것도 특징이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주인공인 미텐메츠의 모습이나 외눈박이 부흐링족의 모습, 그림자 제왕의 모습 등의 상황에 따른 이미지들도 볼 수 있고, 소설 속의 주 무대가 되는 차모니아 대륙의 지도까지 흥미롭게 볼 수 있으며, 소설을 읽는 동안 지루함을 덜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연필로 그린 듯한 묘사로 섬세하다는 느낌이 있다. 아마도 작가인 발터 뫼르스가 만화가라는 점을 잘 드러내고 있다는 것일 듯하다.
또한 이 소설은 단순하게 보면 동화 속의 판타지가 아니라는 것이다. 위에서 얘기한 경고문에서 암시했듯이 이 소설은 굉장히 다크 하다는 점이다. 등장인물들을 묘사한 삽화에서 알 수 있듯이 기괴한 모습들이며, 그로테스크하다는 표현이 맞을 듯싶다. 또한, 암살이나 식인 등과 같은 내용도 있지만, 그냥 넘어가는 수준이고, 독살이나 머리와 팔다리가 잘려 나가기도 하며, 특히 사람이 그림자 제왕이 되어 가는 과정의 내용을 보면 잔인성을 엿볼 수 있다. 또한 책 사냥꾼들이 서로 죽이는 장면은 학살 수준에 가깝게 묘사되고 있다. 때문에 이 소설은 다크 판타지라고 해야 하는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전체적인 분위기 또한, 어둡고 음산하다고 것을 느낄 수 있는 대목들이 자주 등장한다고 볼 수 있다.
부흐하임의 지하 무덤에서는 또 다른 세계관을 가지고 진행하게 되는데, 대부분의 스토리는 지하무덤에서 스토리가 진행된다. 책 사냥꾼 중에서 영웅으로 추앙받던, 죽은 줄로 알고 있었던 레겐샤인을 만나게 되고, 악명 높은 그림자 제왕을 만나게 된다. 또 다른 책 사냥꾼 중에는 롱콩 코마라는 무시무시한 우두머리가 등장한다. 또한, 외눈박이 부흐링족들과 함께 가죽동굴에서 생활하기도 한다. 부흐링족들은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며 각자 자신들이 좋아하는 작가를 자신의 이름처럼 부르게 된다. 이들은 최면을 써서 다른 이들을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극의 후반에는 미텐메츠와 그림자 제왕을 돕기도 한다. 미텐메츠는 지상으로 올라가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지하무덤에 빠지면 절대로 지상으로 올라갈 수 없지만, 길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미텐메츠와 그림자 제왕은 자신들을 지하무덤에 빠뜨린 스마이크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지상으로 올라오게 된다.
또한 독특한 부분은 또 한 가지 있다. ‘오름’이라고 하는데, 이는 글을 쓰는 작가가 최고의 경지에 이르는 것을 의미한다. 오름을 통해 별들의 이야기에 도달하게 되고, 그렇게 쓰인 글들은 글을 쓴 이에게 미칠 정도로 몰입하게 만드는 매력을 가지게 된다고 했다. 단첼로트도 물론 완벽한 작품을 쓴 시인이니 오름에 도달했으리라 예상되지만, 주인공 미텐메츠는 ‘오름’이라고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것으로 간주하지만, 후반부에 미텐메츠는 불타오르는 부흐하임의 불꽃 속에서 ‘오름’이라 할 수 있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를 유추해 보면 ‘꿈꾸는 책들의 도시’에서의 미텐메츠는 견습 작가로 등장하지만, 이후 다른 소설인 ‘엔젤과 크레타’ 속에서의 미텐메츠는 전설적인 작가로 등장하게 된다는 것을 보면 ‘꿈꾸는 책들의 도시’는 이전 세대의 소설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더 얘기하면 스포가 될 수 있을 듯해서 여기까지 얘기하겠다. 이 소설이 궁금하다면 직접 읽어 보길 바란다. 이 소설의 특징은 작가의 풍부한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소설이라는 점이다. 때문에 상황에 대한 세밀하고 디테일한 배경 묘사가 현실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또한, 상황이 주는 묘한 긴장감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극적 재미 요소인 극적 반전도 준비되어 있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에서 감탄사가 터져 나올 만한 반전으로 인해 읽는 내내 집중력이 발휘되는 순간도 있다.
탄탄한 구성이 주는 흥미로운 소설임에는 틀림없이 기대할 수 있는 소설이라는 점과 작가의 풍부한 상상력, 섬세한 스토리 전개와 작가가 그린 삽화를 보는 재미가 있는 읽을거리와 볼거리가 많은 소설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 소설이 출간되고 영화화된다는 얘기가 나돌기도 했는데, 아직 소식은 없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영화적 소재로서 최고의 원작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 가지 단점이 있다면 이 소설은 상당한 인내심을 가져야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상당한 분량만큼 엄청난 두께 때문일 것이라 하겠다. 흔하게 벽돌책이라는 표현이 맞을 듯싶다. 개인적으로 전자책으로 읽다 보니 책의 두께를 가늠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전체 페이지 수로 책의 두께를 가늠할 뿐이다. 때문에 이 소설은 호불호가 갈리는 것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일 것이다. 이러한 점들을 차치하고 판타지 장르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후회되지 않을 만큼 재미있는 소설이라 얘기하고 싶다.
판타지 장르의 소설들은 상황이 주는 섬세하고 디테일한 주변 묘사들을 머릿속에서 그려 보면서 읽는 재미가 있다. 그런 상황을 머릿속에서 상상하는 것이 아닌 활자가 주는 힘을 머릿속에서 그릴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이 소설은 재미가 있다는 말이다. 활자 속에서 상황 전개가 살아 움직이게 하는 힘이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마지막 장을 넘기는 순간까지 그런 것은 아니며, 조금은 지루함이 느껴지는 부분도 없는 것은 아니다. 글을 쓰는 모든 작가들이 그렇지 않겠지만, 이 소설을 통해서 작가의 상상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느낄 수 있을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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