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
저 류시화 · 수오서재 · 2023.12.24 · 에세이, 산문집
2024.03.07 ~ 03.13 · 5시간 52분
류시화 시인의 책은 정말로 오랜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91년도 그의 시집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를 책방에서 처음 접하고 감동받은 느낌이 있었다. 그렇게 세월은 흘러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는 류시화 시인의 글을 중년이 되어 읽게 되었다. 비록 시집은 아니어도 산문집을 통해서 그의 글 솜씨를 접하게 되어 반갑기도 하고, 그의 책들을 그동안 등한시 했던 시간 속에 많은 책들을 출간했다는 사실에 조금은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내 기억 속에 잊혀졌던 류시화 작가의 책을 다시금 접할 수 있게 되어 기분 좋은 반가움이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에세이나 산문집을 자주 읽곤 하는데, 다른 책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개인의 경험과 생각, 사색을 들여다볼 수 있어서 그리고 읽을 수 있어서 좋은 느낌을 가지고 읽으려 한다. 그리고 작가 개인의 공간이나 아직 출간되지 않은 글을 홈쳐 보는 것 같은 느낌이 있어서 에세이나 산문집을 읽는 재미가 있어서 좋다. ‘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도 그런 면에서 본다면 류시화 작가의 여행을 통해서 겪었던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 알 수 있었던 이야기들, 그의 생각을, 사색적인 글들은 참으로 좋은 글들이었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42편의 글 속에는 다양한 주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인도 여행을 통해서 배울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들과 제주생활 속에서 경험한 이야기들, 일상적인 생활 속에서 알 수 있었던 이야기들이 류시화 작가의 특유적인 은유를 사용하여 공감하게 되고, 그의 사색적 글들을 인정하게 되고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한 편 한 편 읽어 내려가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깊은 사색이나 성찰을 느끼기보다는 그냥 기분 좋은 글을 편안하게 읽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전체적으로 이야기의 흐름은 무겁지 않고, 특별한 주제의식이 있다기 보다는 작가로서 그리고 여행자로 살아가면서 보고, 느끼고 알아 가는 것들을 다양한 이야기들에 녹여서 풀어가는 방식이라 누구나 편안하게 그리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글들 속에서 작가적 사유의 사색을 통해 글쓰기의 힘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를 통해서 알 수 있는 류시화 작가의 특징적인 글쓰기를 들여다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의 글 속에는 가벼움 속에서 깊이를 더하는, 그래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글로써 가지는 메시지를 잘 전달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그 때문인지, 이 책을 읽어 내려가면서 한 번도 지루하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한 문장 한 문장 읽어 가면서 좋은 글이 있으면 한 번 더 되새김질을 하기 위해 그리고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 몇 번이고 되풀이하며 읽은 부분들이 수월찮게 많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한 편 한 편의 글을 읽고 나면 그것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하게 되고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 사색을 즐길 수 있게 해 준다. 책을 읽으며 그 책에 빠져 사색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고마울 따름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요즘 하루에 한 번 이상 또는 10분 이상 사색에 빠져 보기란 쉬지 않은 세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해 본다면 더욱 그렇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은 사랑하는 이에게, 그리고 힘듦을 겪고 있는 가까운 사람에게 선물해 보는 것도 좋은 일이라 생각해 본다. 좋은 생각, 긍정적인 힘을 이 책을 통해서 공유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을 가져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리고 그것으로 만족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볼 수 있었으면 한다. ‘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는 개인적으로도 참으로 감사한 책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책을 읽으면서 오랫동안 해 보지 않은 사색을 할 수 있는 동기를 준 책이며, 내가 살아가는 동안 한 번 이상은 생각하며 살아갈 수 있게 해 줄 내용들이 많은 책이라는 점이다. 오늘도 그렇게 또 한 문장의 사색을 할 수 있어 기쁘지 않을 수 없다.
인상적인 문장
당신이 싫어하는 것 백 가지를 적어 보라. 그러면 그 싫은 것들이 당신 주위를 에워쌀 것이다. 그 대신 좋아하는 것 백 가지를 적어 보라.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이 하루하루를 채워 나갈 것이다. 이것이 세상의 불의와 파괴를 외면하는 길이 결코 아님을 그 목록을 써내려 가면서 깨닫게 될 것이다.
우리의 인생에 의미를 안겨 준 책이나 경험들은 망각 속으로 폐기되기 전에 가끔씩 기억 속에 꺼내 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감수성 무뎌진 현실이 우리의 삶을 지배할 것이다.
비현실적인 것이 왜 문제인가? 모든 사람이 현실적이어야 하는가? 그런 세상은 숨 막히지 않겠는가? 현실을 제대로 보려면 현실 밖으로 떠나 봐야 한다.
어리석은 자와 논쟁하면 더 어리석어진다(어머니는 제외). 누군가가 자신이 옳다고 주장하면 생명에 관련된 일이 아닌 한 열렬히 동의해 줄 일이다. 정말로 그가 옳을 수도 있지 않은가. 또 그가 틀리고 당신이 옳다면 굳이 논쟁할 이유가 무엇인가. 그러는 대신 크게 웃고 난 후 심호흡을 한다. 바닷가에 앉아 바닷소리인가 파도 소리인가를 놓고 논쟁하는 두 사람이 있다면, 끼어들지 말고 웃으며 지나갈 일이다.
인류학의 어머니라 불리는 마거릿 미드는 우리에게 말하는 듯하다. 초고속 인터넷과 최고 성능의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사용한다고 해서 문명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돌도끼로 싸우는 것은 야만이고 핵탄두 미사일로 전쟁을 하는 것이 문명은 아니다.
우리가 생각에 붙들려 있을 때 삶은 흘러간다. 삶은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으며, 그런 식으로 삶을 놓친다. <…> 오늘을 놓치면 이미 놓친 것이다. 모든 사랑이, 여행이, 불꽃이 그렇게 생각과 합리적인 판단과 비교 속에서 사라진다.
행동의 횟수가 행동의 질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완벽해야 한다는 생각이 오히려 완벽함의 적이라고 해야 할까? 새를 매일 얼마나 많이 그렸는가가 새 그림의 깊이를 말해 준다. 글을 쓸 때 벽에 부딪치는 단 한 가지 이유는 뛰어난 글을 쓰려고 하기 때문이다. 글을 쓰지 못해서가 아니라 잘 쓰지 못한다고 절망하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글쓰기를 포기한다.
시인이며 소설가인 찰스 부코스키는 “네가 사랑하는 것을 찾으라. 그리고 죽을 만큼 그것에 빠져 보라.”라고 했다. 영혼의 작업에 다만 집중하라는 의미이다. 불꽃을 계속 태우는 것이 삶이다. 생을 불태우려면 자신이 불타는 것을 견뎌야 한다.
세상에는 설명할 수 없는 고통이 있지. 어떤 말이나 분석도 소용없고 치료도 불가능한, 인간의 힘으로서는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그런 고통이지. 우리가 그런 고통을 대할 때 할 수 있는 것은 그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이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도록 거기 함께 있어 주는 일이야.
세상은 언제나 우리에게 불행한 느낌이 들게 만든다. 무엇인가 불완전하고, 결핍되고, 부족하다고 믿게 한다. 일단 불행하다는 인식을 심어 놓은 다음 종교는 자신들의 교리를 믿어야만 행복할 수 있다고 설득하고, 정치인들은 자신들을 따라야만 행복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선전한다. 사업가들은 자신들이 만든 신상품을 소유해야만 삶을 문제없이 누릴 수 있다고 광고한다. 이들 모두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 행복해지는 일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를 조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자신의 길을 여행하고 자신만의 경험을 하는 것에 관한 이야기이다. 각자의 길보다 옳고 진실한 여행은 없다. 목적지에 관계없이 여행은 그 자체로 보상이다. 우리가 어떤 방향을 계획하든 삶은 다른 길을 준비해 놓고 있다.
걱정은 상상력을 잘못 사용하는 것이다. 마음보다 가볍게 여행해야 한다. 마음의 무거움이 자신을 짓누르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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