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밀밭의 파수꾼
저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 역 이덕형 · 문예출판사 · 1998.8.31 · 영미소설
문예세계문학선 003
2025.01.22 ~ 01.26 · 03시간 15분
오래전,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는다. 기억하고 있는 것은 어떤 TV 프로그램에서 비틀즈에 대한 정보를 다루는 프로그램이었는데, 비틀즈 멤버인 존 레넌이 호텔 앞에서 팬으로부터 암살을 당하게 되는데, 존 레넌이 암살 당시에 들고 있던 책이 ‘호밀밭의 파수꾼’이라는 사실만 기억할 뿐이었다. 그렇게 기억 속에서 잊혀 가고 있을 즈음, 읽을 책을 뒤적이다가 발견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기억 속에서 잊혀 있던 책 한 권이 읽을거리로 있었다는 사실조차 알아차리지 못한 내 기억력을 의심하게 되었다. ‘왜 이 책이 여기에 있지?’ 하는 마음으로 의문부호를 세기며 읽기 시작했던 것 같다.
‘호밀밭의 파수꾼’은 스토리 자체가 무겁지 않으면서 어렵거나 복잡하지 않은 스토리를 담고 있다. 16살의 청소년인 주인공 ‘홀든’이 학교에서 낙제점을 받아 퇴학을 당하고 집으로 돌아가기까지의 3일 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담고 있고, 오로지 주인공 1인칭 시점으로만 진행된다. 스토리 자체가 복선을 깔고 있다든가 주인공이 겪게 되는 극심한 혼란과 고뇌를 담은 이야기가 아닌 흔한 청소년들의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그 속에서 주인공이 생각하고 있는 것들을 하나씩 끄집어내어 담담하게 풀어내고 있다. 쉽게 얘기하면 이유 없이 어른들에게 반항적인 모습은 누구나 청소년기에 겪었을 법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주인공인 ‘홀든 콜필드’는 펜시 고등학교라는 명문 사립학교를 다니면서 부유한 집안의 자제로서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하며 학교에 다니게 되지만, 이미 다른 학교에서도 세 번의 퇴학을 당하고 펜시 고등학교에서 네 번째 퇴학을 당하게 된다. 머리가 나빠서 또는 공부를 못해서, 폭력 등의 이유가 아닌 오로지 영어를 제외한 네 과목에서만 낙제점을 받고 퇴학을 당하게 된다. 낙제점을 받은 이유는 학교라는 제도와 선생님 또는 어른들의 위선적인 행태 때문에 그리고 가식적인 어른들에 대한 나름대로의 반항이라 볼 수 있다. ‘홀든’은 자신의 주위에 둘러 쌓여 있는 위선자들을 증오하는 마음이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었다. 이런 이유에서 홀든은 어른들에 대한 반감을 가지며 반항적인 태도와 말투가 거칠어지게 된다.
그렇다면 홀든이 왜 그렇게 되었을까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무엇이든지 문제가 있다면 원인이 있기 마련, 어렸을 때 홀든에게는 ‘앨리’라는 여동생이 있었다. 똑똑한 여동생은 백혈병으로 세상과 등지게 되었는데, 이때 홀든은 여동생의 죽음에 큰 충격을 받아 아버지 차고 유리창을 모두 깨부수게 됨으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려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아니면 자신이 사랑하는 여동생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 인해, 이때부터 반항적인 기질을 보이기 된 시작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때부터 홀든은 기성세대들이 만들어 놓은 기존 질서들을 거부하면서 청소년기에 있을 법한 불안정적인 정서를 보이게 되고, 담배를 피우기도 하고 술을 마시기도 하고, 매춘을 시도하는 모습까지 보이게 된다.
홀든에게는 사랑하는 형 B.D가 있었고, 여동생인 피비도 있었다. 오로지 자신이 기댈 곳은 두 사람이 전부였을지도 모른다. 여동생 피비와 동물원에 있는 회전목마를 타며 즐거워 하는 피비를 보며 깊은 행복감을 느꼈고, 집으로 돌아와 정신과 치료를 받을거라 다짐을 한다. 홀든은 집으로 돌아와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되고 형인 B.D와 지금까지 있었던 모든 이야기를 하며 나눈 대화는 자신의 이야기였던 것임을 보여주며 이야기의 마침표를 찍게 된다.
이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이 제목이 된 내용도 소개하면 여동생 피비와 동물원에서 나누는 대화 속에 등장하게 된다.
“나는 늘 넓은 호밀밭에서 꼬마들이 놀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곤 했어, 어린애들만 수천 명이 있을 뿐 주위에 어른이라고는 나밖에 없는 거야. 그리고 난 아득한 절벽 옆에 서 있어. 내가 할 일은 아이들이 절벽으로 떨어질 것 같으면, 재빨리 붙잡아주는 거야. 애들이란 앞뒤 생각 없이 마구 달리는 법이니까 말이야. 그럴 때 어딘가에서 내가 나타나서는 꼬마가 떨어지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거지. 온종일 그 일만 하는 거야. 말하자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나 할까.”
<호밀밭의 파수꾼> 내용 중에서
아마도 이 소설의 제목이 ‘호밀밭의 파수꾼’이라고 한 이유가 있을 듯싶다. 홀든 자신이 지키지 못했던 여동생 앨리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으로 인해 자신의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점이 투영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파수꾼이라도 되었더라면 여동생은 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을 듯하다.
파수꾼이 가지는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을 듯하다. 여동생 앨리의 죽음처럼 사랑하는 사람이 절벽으로 떨어지지 않게 아이를 지키기 위함이었을 테고, 두 번째는 자신을 알아봐 주고 이해해 주는 사람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순수한 마음을 지키지 못했을 어른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그리고 주인공 홀든은 어른이 되고 싶지 않은 모습을 담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을 잃어 가게 된다는 점, 그리고 어른이 되었을 때, 기억될 수 있는 어린 시절의 상처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들이 있기에 우리 모두는 절벽으로 떨어지지 않게 아이들의 파수꾼이 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를 담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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