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
Der Prozess, 1927
저 프란츠 카프카 · 역 김현성 · 문예출판사 · 2007.11.30
독일소설 · 문예세계문학선 58
2025.01.16 ~ 01.20 · 04시간 23분
이 소설에 대해서 리뷰를 진행하기 전에 개인적으로 작가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기 때문에 작가에 대해서 간단하게 알아보고 리뷰를 진행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프란츠 카프카는 1883년 현재의 체코의 프라하에서 태어나 독일어를 쓰는 유대인 사회에서 성장했다. 1901년 프라하 대학에서 독문학과 법학을 공부했고, 1906년에 법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작가를 꿈꿔 1904년부터 꾸준하게 글쓰기 작업을 하며 다양한 소설을 집필했다. 프란츠 카프카는 꾸준한 작품 활동을 통해서 실존주의 문학의 선구자로 평가받아 왔으며, 1924년 폐결핵으로 요양원에서 생을 마감했다. 주요 작품으로는 ‘어느 투쟁의 기록’, ‘시골의 결혼반지’, ‘선고’,’ 변신’, ‘유형지에서’ 등의 단편과 ‘실종자’, ‘소송(심판)’, ‘성’ 등의 미완성 작품과 시골 의사, 단식 광대 등의 작품이 있다.
이 소설에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독일소설로서 원제를 직역하면 제목이 ‘소송’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일본어 번역판에서 ‘심판’이라는 제목을 쓴 후 한국어 번역판에서도 ‘심판’이라는 제목이 쓰이고 있다. 특히, ‘소송’은 법률적 의미를 강조할 때 주로 쓰이는 단어이기는 하지만 ‘심판’은 좀 더 넓은 의미로 쓰이는 단어이기 때문에 ‘소송’ 보다는 ‘심판’으로 번역되어 사용되어 온 것이라 판단할 수 있다. 다른 출판사에서는 ‘소송’이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다고도 한다.
‘심판’은 1914년부터 일 년 동안 집필되었지만, 프란츠 카프카가 생전에 발표되지 않았고, 사후 1927년에 친구로부터 편집되어 출판되었다. 내용에 결말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각각의 장은 단편으로 전체적으로 미완성된 소설이라고 한다. 소설 속에는 모두 10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그 외 미완성된 장들이 다수 존재하여 편집과정을 거치며 함께 출판된 듯하다. 그 과정을 살펴보면 먼저 1장인 ‘체포와 그루바흐 부인과의 대화, 뷔르스트너 양’과 10장인 ‘종말’이 먼저 완성되었고, 2장부터 9장 까지는 나중에 집필된 것으로 설명되어 있다.
이 소설의 첫 문장은 다음과 같다. “누군가 요제프 K. 를 모험했음이 틀림없다. 그는 아무런 나쁜 짓도 하지 않았는데도 어느 날 아침 체포되었기 때문이다.” 이 문장으로 소설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뜬금없이 이렇게 소설의 시작을 그렇게 알리고 있다. 아무런 지문도 없이 말이다. ‘요제프 K’는 소설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이다. 뒤부터는 그냥 ‘K’라고 표시하고 있다. ‘K’는 카프카의 이름 중에 알파벳 K라는 소문도 있다고 알려져 있고, 소설 속에는 많은 등장인물이 출연하지만, 극의 흐름은 ‘요제프 K’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어느 날 아침에 눈을 뜬 ‘요제프 K’가 아무런 이유도 모른 채 재판을 받게 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요제프 K’의 하숙집에 알 수 없는 사람들이 찾아와 감시인이라고 하며 누구에 의해, 무엇 때문에, 왜 기소가 되었는지 모른 채 말이다. 하지만, 법원에 기소가 되었지만, 일상 속에서 자유로운 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지만, 자유롭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상태에 놓이게 된다. 자신의 결백을 끊임없이 주장하지만, 무능한 법관과 문외한 청중만 있을 뿐, 그의 변론의 노력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 큰 아버지의 도움으로 변호사를 구하긴 하지만, 그가 하는 일이라곤 조서를 대충 쓰는 것과 제대로 된 변호를 하지 않게 되고, K의 말을 믿어 주는 사람은 없다. 결국 1년간의 소송 끝에 ‘요제프 K’는 유죄를 확정받게 되고, 유죄 확정 이후 두 남자에게서 끌려 나와 사형을 집행하게 된다.
작품 전체에 흐르는 분위기는 한 사람이 무죄라는 구원을 받기 위해 몸부림을 치면서 상황을 반전시킬 방법을 찾기 위해 다방면에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극 중에서 뷔르스트너와 변호사 그리고 성직자로부터 구원을 받으려 하기도 한다. 결국 구원받을 모든 노력은 수포로 돌아가고 주인공인 ‘요제프 K’는 파멸에 이르게 된다. 그는 살아가는 과정 속에서 구원을 찾으려 하지만, 계속되는 실패 속에서 인간 생애의 절망적 한계에 이르게 된다는 것을 작가는 철저하게 파괴되어 가는 과정을 묘사하고 있다.
또한, 이 소설은 작가의 법학 박사를 취득한 경험적 바탕을 두고 있고, 보험회사에서 일한 경험도 있기에 이러한 상황을 더 이해할 수 있게 한 요인도 이 소설을 쓰는 데 많은 영향이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때문에 관료주의적 측면에서 본다면 부정적인 측면에서의 내용도 많이 등장하게 되는 것 같다. 주인공인 ‘요제프 K’는 한 사람의 개인으로서는 논리적일 수 있겠지만, 관료주의적 판단에 의해 비논리적인 과정을 통해서 한 사람이 짓밟히는 모습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다.
소설 속에서 ‘요제프 K’는 법정에서 그리고 심판에서 사형으로 몰고 간 법에 대해서 끝까지 얘기하지 않는다. 법은 법일뿐, 그 존재의 의미 따위에 의구심을 갖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법의 정의로움이나 정당성을 가지는 사람 또한, 철저히 배제되어 등장하지 않는다. 소송을 당했다는 이유만으로 법에 의해 모든 자유가 박탈되었다는 의미도 있겠지만, ‘요제프 K’가 자유가 대해서 얘기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무늬만 자유가 아닌 실제적 자유 즉, 표면적 무죄 판결이 아닌 실제적 무죄판결을 이야기하는 장면이 그렇다. 어떤 것에 포함되지 않는 진정한 자유가 무엇인지, 그런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프린츠 카프카는 주인공인 ‘요제프 K’를 통해서 전달하고자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 저자
- 프란츠 카프카
- 출판
- 문예출판사
- 출판일
- 2007.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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