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주인
Lord Of The World
저자 로버트 휴 벤슨 / 역 유해인 / 메이븐 출판
출간일 2020.04.03(전자책)
얼마전에 '두 교황'이라는 영화 한 편을 보게 되었습니다. 전현직 교황, 오로지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인데, 두 배우의 연기력이 돋보이는 영화로 리뷰는 이미 포스팅을 해 둔 상태라 확인해 보실 수 있습니다. 영화를 보고 난 후 검색을 했을 때, 우연히 알게 된 소설이기도 하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두 차례의 인터뷰 과정에서 '세상의 주인' 이라는 소설을 언급하며, 세상 사람들이 모두 꼭 읽었으면 하는 바램을 이야기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전임 교황이셨던 베네딕토16세 교황도 이 소설을 언급했었지요. 출간된지 100여년이나 지난 소설을, 정확하게 1907년에 출간된 소설을 꼭 읽어 보라고 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읽어 보았습니다.
작가는 '로버트 휴 벤슨’으로 당시 로마 가톨릭 신부이자 당대 최고의 지식인 중 한 명으로. 역사소설, 과학소설, 현대소설, 희곡, 시, 동화, 회고록, 신학 논문 등 장르를 넘나들며 50여 편의 작품을 남겼고, 그의 작품들은 수많은 작가들에게 영향을 끼쳤을 정도라고 하니 더욱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고, 더불어 두 분의 교황께서 친히 소개할 정도인데, 궁금해 하지 않을 사람이 과연 있을까요? 과연 어떤 소설이기에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도 헤아려 볼 겸 더욱 집중력을 가지고 읽어 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세상의 주인'이라는 소설을 간단하게 요약을 하자면 이렇습니다. 전세계가 세개의 세력으로 통페합된 시기입니다. 아메리카는 남북 모두를 통합하여 그 세력이 막강하고, 아시아, 아프리카를 통합한 동방세력은 유럽을 무력으로 통합하려 세를 키우는 중이지만, 아메리카가 견제를 하고 있는 상태인 세력입니다. 유럽연합은 절대적으로 약한 세력이며, 아메리카의 지원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세력입니다. 여기에 각 세력마다 우상화되어 있는 종교적인 측면과 각 세력의 정치적인 불안함도 내포하고 있어서 매우 불안한 국제정세를 유지하고 있는 시기입니다. 유럽에서는 기독교가 쇄락의 길을 걷고 있으며, 인본주의 사상이 중심이 된 종교적 역할을 형성하게 됩니다.
'세상의 주인'의 주요 등장인물을 소개해 볼께요.
잉글랜드의 인본주의 사상을 기반으로 정치를 하고 있는 '올리버 브랜드'의 가족입니다. 사랑하는 아내와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단란한 가족이지만, 올리버 브랜드는 잉글랜드의 전도 유망한 정치가로 등장합니다. 그리고 이 세상에는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 허황된 거짓 신을 버리고 인간이 중심이 되어 세상을 바꿔야 한다는 사상적 이념을 가지는 인물입니다. 그의 아내 '메이블'은 남편을 지극히 사랑하고 믿고 의지하며, 인본주의 사상을 주시하는 펠센버그를 믿으며 살게 되지만 결국에는 펠센버그의 믿음에 의심을 품게 되고, 인본주의 사상과 기독교 사상 사이에서의 내적 갈등과 현실이 주는 불안함, 괴로움으로 인해 자살을 통해 평화를 얻으려는 여성입니다.
그리고 '퍼시'라는 절실한 기독교 신자입니다. 세상을 구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신만 가능하며, 참회하며 기독교를 믿고 기도해야 한다고 할만큼 절실한 기독교 신자로 등장합니다. 로마는 인본주의 사상을 이끄는 자들에게 파괴되고, 살아남은 신자들을 규합하여 기독교의 대를 이를 교황으로 선출되며, 마지막까지 신만이 이 세상을 구원한다는 믿음을 져버리지 않는 인물입니다. 또하나, 펠센버거의 외모를 많이 닮아 있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또 한 사람은 '펠센버그'라는 인물입니다. 프리메이슨의 그랜드 마스터이며, 미국인으로 상원의원 출신이고, 세계평화회담의 중재자로 나선 인물이며, 전세계적으로 절대 유일 신같은 존재입니다. 수많은 언어를 할 수 있으며, 유럽을 동방세력으로 부터 평화를 찾게 도와주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전세계인이 추앙할 정도의 절대 포스를 가졌고, 모든 이의 선망하는 대상이기도 하며, 유럽 각 국에서 추대하여 유럽의 대통령이 되는 인물이고 결국은 전세계를 하나로 통일시키고, 오로지 인본주의 사상적 이념을 추구하며 기독교를 탄압하는 제일 꼭대기에 있는 인물입니다. 하지만 이런 인물에 대해서 아는게 없는 베일에 쌓여 있는 인물입니다.
소설의 주된 스토리의 무대는 유럽의 잉글랜드가 주된 이야기의 중심이며, 위에서 언급한 주요 등장인물들이 서로 연계성을 유지하면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소설 속에서는 뭔가 알 수 없는 긴장감을 주기 위해 불안함을 지속적으로 표출합니다. 곧 무슨 일이 터질듯한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끝까지 이야기는 진행됩니다. 알 수 없는 묘한 긴장감 때문인지 읽는 내내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 하며 읽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시대적인 배경을 알 수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1998년을 언급하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추측하자면 2000년대 후반 쯤으로 짐작할 뿐입니다. 현대적인 또는 미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부분들을 볼 수는 있지만 정확하게 어떤 시기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여기서 현대적 또는 미래적이라 함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있는데, 몇가지를 소개합니다. 인공적으로 만든 태양이 등장하고, 건물에 엘리베이터가 있고, 이동수단으로는 자동차 또는 불러라고 하는 비행체가 등장합니다. 그리고 전화도 등장하고요. 라디오도... 등 그리고 지하도시가 등장하기도 합니다. 이 소설이 100여년 전에 쓰였다고는 하지만, 100여년 후의 모습을 어느정도 직감하지 않았나 생각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이 등장했다면 정말 놀라운 소설이 될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이 소설의 기본적인 스토리 라인은 기독교 사상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저자인 로버트 휴 벤슨은 가톨릭 신자인 관계로 당시에는 이 소설이 출간되기 전에 크나큰 반향을 불러 일으킬까 걱정하는 마음에서 소설의 첫부분의 서문에 아래 글을 남겼습니다.
"이 책이 큰 파문을 일으키리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 점에 대해 어떠한 비판도 달게 받을 각오가 되어 있다. 다른 부분에 대한 비판도 환영한다. 그러나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 글을 쓰는 것 말고는 내가 바라는 원칙[또한 진실이라고 굳게 믿는 원칙]을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 다만 목소리를 지나치게 높이지 않으려 했고, 최대한 다른 이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심정을 헤아리려고 노력했다. 그것이 얼마나 성공적이었는지는 다른 문제지만 말이다."-로버트 휴 젠슨
당시에 '세상의 주인'이 출간되고 난 후의 상황은 알 수 없으나, 어느 정도는 추측은 가능할 것으로 생각되는 대목입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세상의 주인'은 기독교 사상과 인본주의 사상과의 대립이 큰 줄기입니다. 펠센버그가 유럽의 대통령이 되면서 인본주의 사상을 심봉하는 유럽 국가들은 기독교인들을 대놓고 탄압하기 시작하고, 이에 기독교인들은 교황을 중심으로 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 기독교 사상을 다시 일으키기 위해 마음과 뜻을 모으게 됩니다만, 결국 로마는 인본주의 사상이 주류가 되어버린 국가들에게 처참하게 무너지게 됩니다. 하지만 몇몇은 살아 남아 명맥만 유지되는 상황으로 내 몰리게 됩니다.
제가 알고있는 인본주의 사상의 이론으로 사랑, 창조성, 선택, 의미, 가치, 자아실현과 같은 인간의 긍정적인 측면에 초점을 두고 있고, 자유롭고, 미래지향적인 측면들의 통합적 의미로 알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모든 것은 허용되지 않으며, 오로지 전체를 위한 개인만 존재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고, 인간 곧 신이라는 개념이 강한 사상적 이념입니다. 아주 간단하게 말하자면 전체주의적 성향의 사회주의 사상에 가까운 이념이 인본주의 사상이라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이 소설에서는 인본주의 사상이 맞다 틀리다가 아닌 인본주의 사상이 가지는 의미나 해석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두가지 사상의 차이를 극렬하게 대비하여 그려지고 있는데, 인본주의 사상은 상당히 폭력적인 모습에 반해 기독교적 사상은 비폭력적인 모습을 보여줘서 대조적인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렇게 인본주의 사상을 심봉하는 자들은 오로지 반기독교 사상만을 배척하는데 온 힘을 쓰는 듯한 인상이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인본주의 사상을 전파하면서도 펠센버그는 인본주의 사상을 둔 인간 위에 또다른 의미의 '신'을 창조하는 듯한 장면이 연출되는데, 뭔가 모순적인 부분이 있는 것으로 봐야 할 것 같은데, 인간들은 펠센버그를 숭배하고 절대 유일 신처럼 우러러 보는 것 자체가 인본주의 사상의 그릇된 점의 하나인 인간 즉 자신이 신격화 되면서, 결국 기독교 사상과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 입니다. '세상의 주인'을 읽으면서 뭔가 개운치 않다는 느낌이 많았는데, 중후반으로 넘어가면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인간은 결국 '신'이라는 존재없이는 그 어떤 믿음도 가질 수 없는 존재로 보여져 조금은 이해되지 않는 씁쓸함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인본주의 사상과 기독교 사상의 대립을 그린 소설이지만 소설 자체는 기독교의 사상적 교리를 통해 기독교가 가지는 근본적인 신앙의 믿음, 그리고 영적인 힘을 다룬 소설입니다. 개인적으로 기독교를 믿는 사람이 아니기에 읽는데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종교적인 부분을 빼고 본다면 나름대로 괜찮은 소설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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