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저 김초엽 / 허블 / 2019.06.24 / 한국소설, SF
독서기간 : 2023.02.07 ~ 02.13 (7시간 48분)
김초엽 작가의 세 번째 소설이다. 일전에도 얘기헀듯이 개인적으로 SF 장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김초엽 작가의 소설을 읽으면서 좋아하지 않았던 SF 장르를 어느 순간부터는 아주 가끔씩 찾아 읽게 되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래서인지 김초엽 작가의 소설을 세 번째 읽게 되었고, 늘 기대감을 주는 작가로 내 머릿속에 각인된 것 같다. 그만큼의 인상적인 소설을 쓰는 작가로 인식되고 있고, 또 그렇게 읽을 때마다 기대감에 부풀어 읽게 되는 것 같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도 그렇게 기대심리에 충만하여 읽은 소설이고 만족한 소설로 기억될 것 같다.
이 소설은 단편집으로 7가지 각기 다른 스토리를 가지는 소설들을 모아 놓은 소설로 김초엽 작가의 첫번째 소설집이다. 7가지 이야기들의 단편들로 구성되어 있다지만, 단편소설들만 모아 놓은 소설의 경우, 100퍼센트 모든 단편들이 인상적인 경우가 흔하지는 않을 테지만, 이 소설은 7편의 단편들이 모두 인상적인 것도 드물다고 생각한다. 물론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말이다. 한 편 한 편 읽어 가면서 느낀 감정들이 나를 차분하게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지게 하는 힘을 느끼게 해 준다. 그럴 것이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많이 묻어나는 내용이 많이 등장한다. 특히, ‘관내분실’의 이라는 소제목의 단편에서 특히 많이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이 소설에서의 특징적인 것들을 몇가지 살펴보면 재미있는 것들이 있다. 첫 번째가 7편의 단편들에 모두 여자 주인공으로 채워져 있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작가 본인이 여성이기도 하지만 과학도인 여자가 드물다는 것이기에 의도된 것이 아닐까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두 번째는 유독 가족애를 다루는 특징이 있다. ‘관내분실’에서는 돌아가신 어머니를 회상하는 모습에서 미래의 장례문화를 미리 예상할 수 있는 흥미를 유발하고,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에서는 190살의 여성 과학자가 남편과 아이들이 살고 있는 머나먼 행성을 찾아가기 위해 이미 폐쇄된 우주정거장에서 우주선을 기다리는 모습에서 가족애를, 그리고 마지막 단편인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에서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이모의 죽음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며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내용에서도 가족애를 담고 있다.
세 번째, 이 소설에서는 SF 장르의 특징인 유토피아 또는 디스토피아적인 세계관이 등장하지 않는다. 단편소설들이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지구 환경이 파괴되고, 기후악화로 인해 더 이상 지구에서 살 수 없다는 식의 내용은 등장하지 않는다. 단순하게 우리의 주변 또는 나의 주변에서 생각할 수 있고,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 속에 SF적인 배경을 깔고 있을 뿐이다. 이 소설이 SF 장르라고 생각하지 않고 읽는다면 인식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마지막은 왠지 모르겠지만 읽으면서 많이 느낀 감정은 차분해진다는 것이다. 단편들마다 한 번쯤 더 생각하게 되고, 되새김질을 하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스토리 자체가 주는 의미들은 많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아마도 단편들에서 느껴지는 대부분의 감정이 조금은 우울하다고 해야 할까. 다 읽고 생각한 것은 7가지 단편 모두 밝은 톤의 내용이 없었다는 특징이 있었다.
7가지의 단편들 중에서 개인적으로 인상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것들이 있다. 제목을 나열하자면, ‘공생가설’, ‘관내분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정도일 것이다. 특히, ‘관내분실’의 내용이 흥미롭게 느껴지는 이유는 지금까지의 장례문화에서 IT와 접목을 한다면 지금도 어느정도 현실화할 수 있는 기술적 내용을 담고 있어서다. 아마 빠른 미래에는 비슷한 서비스가 등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소설이 주는 남다른 의미를 일일이 부여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작가 사유적 상상력에서 들여다볼 수 있는 부분들이 있을 법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대단한 스토리, 다이나믹한 미래 사회, 영화 속에서난 볼 법한 미래 환경 같은 내용은 등장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의 일상에서, 나의 생활 속에서 느껴 볼 수 있는 내용들이라는 점이 나에게 흥미와 재미를 준 소설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김초엽 작가의 다음 작품도 기대해도 될 것 같다.
'Review > 읽은 것에 대해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앙테크리스타'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 속의 청소년기의 우정에 대한 짧은 단상 (0) | 2023.02.24 |
---|---|
'지리의 힘' 지리는 어떻게 개인의 운명을, 세계사를,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가 (1) | 2023.02.20 |
'천년의 금서' 대한민국의 역사를 바로 세운 소설, 대한(韓)민국의 비밀을 밝힌 잊지 못할 소설 (0) | 2023.02.17 |
'브릿마리 여기있다'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고 싶어하는 까칠한 여자의 따뜻한 이야기 (0) | 2023.02.08 |
'사양' 귀족 집안의 몰락과 자기 파괴적인 어둡고 우울한 소설 (0) | 2023.02.03 |
'작은 땅의 야수들' 가장 한국적인 근대의 서사를 품고 있는 역사소설 (0) | 2023.01.30 |